▲국민연금공단 홈페이지
국민연금공단
연기금 주식투자 확대론자들은 수익성 외에 해외 연기금도 주식투자 비중이 높다는 논리를 펴는데, 이는 매우 악의적인 곡해다. 해외 연기금 가운데 국민연금과 같은 공적연금의 주식투자 비중은 매우 낮기 때문이다.
미국의 캘퍼스(미국 캘리포니아 공무원퇴직연금)나 네덜란드의 APG와 같이 높은 주식투자 비중을 갖고 있는 직업연금 사례를 갖고 공적연금의 주식투자를 합리화하는 것은 말도 안 된다. 미국의 공적연금 OASDI는 모두 국채에, 일본의 공적연금 GPIF는 70% 이상을 채권에 투자하고 있다는 것을 정말 모른 척 할 것인가.
게다가 캘퍼스는 최근 부동산과 증시 폭락으로 인해 지난해 10월 말 2604억 달러에 달하던 자산이 불과 1년 사이에 1927억 달러까지 줄었다. 무려 677억 달러가 증발한 것이다. 이 때문에 기여율 인상까지 고려되고 있고, 캘리포니아 주정부의 부담도 늘어날 전망이다. 결국 연금 가입자들과 납세자들만 피해를 보는 셈이다.
연기금 여유자금의 규모가 막대하기 때문에 상당 금액은 아직까지 비교적 안정적인 자산인 채권에 투자되어 있다. 그런데 문제는 지난 2005년 '기금관리기본법'이 개정되면서 각종 기금의 주식투자가 가능해짐에 따라 주식투자 비중이 점점 높아지고 있다는 사실이다.
연기금의 주식투자 자체를 막는 것이 필요하다는 견해도 있지만, 주식시장 자체를 당장 폐지하는 것이 가능하지 않다면 연기금이라고 해서 주식투자에 뛰어들지 말란 법은 없다. 그러나 연기금은 주체가 일반 투자자와 다르다는 점을 잊어서는 안 된다.
지금처럼 수익성을 늘리려고 전체 여유자금 가운데 무작정 주식투자의 비중을 늘려서도 안 되고, 수익성만을 쫓아 투자 종목을 결정해서도 안 된다.
공공성과 안전성 위주의 투자는 불가능한가?각종 기금자산운용의 원칙이 명시된 '기금관리기본법' 제3조의2 1항은 "기금관리주체는 안정성·유동성·수익성 및 공공성을 고려하여 기금자산을 투명하고 효율적으로 운용하여야 한다"고 명시하고 있다.
수익성을 아예 무시하자는 이야기가 아니다. 연기금이 투기적 주체가 아니라면 적정수익이면 충분하지 않은가. 연기금이 고수익을 올려야만 유지 가능하다면, 그것은 이미 최초 설계부터 잘못된 것이 아닐까.
기금자산운용 원칙에 명시되어 있음에도 지금까지 소홀히 취급된 공공성과 안정성을 보다 강화할 수 있는 방법은 없을까? 이를 위한 구체적 방안으로 공공부문 투자 확대와 함께 주식투자에 있어서는 '사회책임투자(SRI)'를 강화하는 방법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물론 현재와 같이 기업의 이미지 전략처럼 활용되는 '기업의 사회적 책임(CSR)' 지표를 기준으로 삼는 사회책임투자를 그대로 확대해야 한다는 이야기는 아니다. 장기투자 수익성 위주로 공익성을 부분적으로 결합시킨 현재의 사회책임투자도 나름대로 의미가 없지는 않지만, 대안적인 투자전략으로 삼기에는 한참 부족하다.
사회책임투자 '시즌2'가 필요하다사회책임투자가 대안적인 투자전략이 되기 위해서는 공공성과 안정성, 지속가능성의 원칙에 따라 세밀한 기준을 정할 필요가 있는데, 특히 기업지배구조, 환경, 인권, 노동 분야가 투자의 지표로 확립되어야 한다.
이 지표는 신규 투자의 기준 뿐만 아니라 대국민 영향력을 지닌 대기업의 지분을 이미 보유하고 있는 경우 적극적인 의결권 행사를 통해 이를 충족하도록 압력을 행사하는 역할로도 바람직하다.
국민연금은 2006년 3월 기금운용위원회 산하에 민간 전문가 9명으로 구성된 '주식 의결권 행사 전문위원회'를 만든 것을 계기로 지분 보유 기업에 대해 적극적으로 의결권을 행사하기 시작했는데, 의결권 행사 자체가 중요한 것이 아니라 이처럼 어떤 기준으로 의결권을 행사할 것이냐가 중요하다.
연기금 가운데 주식투자의 비중은 일정 비율 이하로 적정 관리하되 그 가운데 이와 같은 기준의 사회책임투자 비중을 점차 확대한다면, 기업지배구조 개선은 물론 대기업에 대한 사회적 통제와 조절을 일정한 수준까지 가능하게 할 것이고, 장기적으로는 국민 경제 전체의 내실화에도 도움이 될 것이다.
연기금의 사회책임투자 강화는 연기금 본래의 사회적 성격을 좀 더 강화하자는 의미도 담겨 있다. 연기금은 본래 국민들의 호주머니에서 나온 돈이다. 이 때문에 국민들이 스스로의 돈을 공공의 경제를 확립하는데 쓰자고 하는 것은 무리한 주장이 아니라 현실 가능하고 바람직한 대안이다.
덧붙이는 글 | 최광은 기자는 사회당 대표입니다.
저작권자(c) 오마이뉴스(시민기자),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오탈자 신고
대학에서 정치학을 가르치고 비교정치, 한국정치 등을 연구하고 있다. 현재는 연세대학교 복지국가연구센터에 적을 두고 있다. 에식스 대학(University of Essex, UK)에서 정치학 박사학위를 받았다. <모두에게 기본소득을>(박종철출판사, 2011) 저자이고, 기본소득지구네트워크(Basic Income Earth Network) 평생회원이기도 하다.
기사를 스크랩했습니다.
스크랩 페이지로 이동 하시겠습니까?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