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고를 손에 들고 춤추며 민요를 부르는 친구부인(정면 오른쪽)
이승철
그러나 가장 선호도가 높은 색상은 빨강이었습니다. 빨간색 옷이 압도적으로 많았기 때문입니다. 역시 나이든 사람들이라 강렬하고 화려한 빨간색을 선택했을 것이라는 게 친구들의 분석이었지요. 공연이 끝날 때마다 며느리와 딸, 손자손녀들이 꽃다발을 바쳤습니다.
많은 팀들의 공연을 거쳐 드디어 친구가 등장할 순서가 되었습니다. 나는 카메라로, 다른 친구는 캠코더로 정성껏 촬영에 들어갔습니다. 공연은 처음부터 인기를 끌었습니다. 다른 댄싱 팀들은 대부분 여성들끼리 짝을 지어 나왔는데 이 팀은 모두 남녀가 짝을 지어 나왔기 때문입니다.
춤이라는 것이 동성들끼리 짝을 이루어 추면 아무래도 격이 떨어지잖아요? 긴장감도 떨어지고 멋이나 시각적으로도 쳐지게 마련이거든요. 그런데 친구부부가 소속된 팀은 완벽하게 남녀가 짝을 이루어 나왔으니 박수갈채가 터질 수밖에요.
연습을 많이 했는지 춤도 정말 멋지게 소화하더군요. 경쾌한 음악에 맞춰 리드미컬하게 돌아가는 춤꾼들의 모습은 나이든 사람들의 모습이 아니었지요. 정말 멋진 직업 춤꾼들 뺨치는 수준이었으니까요. 공연이 끝나자 더욱 열화 같은 박수가 터져 나온 것은 당연한 일이었습니다.
“어이! 친구, 그런데 조금 전 공연할 때 보니까 부인이랑 춤출 때보다 다른 여성이랑 춤출 때 더 신나고 즐거운 표정이던데 어찌 된 거야?”
“아니 산에 오를 때는 그 무겁던 몸이 춤출 때는 물 찬 제비 같던 걸 하하하.”
“에이, 이 사람아! 그럴 리가 있나? 허허허. 하긴 어쩌면 그게 당연한 것 아냐? 허허허허.”
공연을 마치고 복도로 나온 친구를 다른 친구들이 놀리자 너털웃음을 터뜨리는 모습이 여간 만족한 표정이 아니었지요. 민요와 소고춤에도 참가한 친구 부인은 남편 친구들을 대하기가 많이 쑥스러운 표정이었고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