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람의 화원>에서 신윤복 역을 맡은 문근영
SBS
사극을 그리 좋아하지 않는 내가 이 드라마를 보게 된 건 순전히 신윤복 역을 맡은 문근영 때문이었다. 이 드라마에서 신윤복은 여자로 태어났지만 화원이 되기 위해 남자로서의 삶을 사는 인물로 나오는데, 과연 '국민 여동생' 문근영이 '남장 여자' 역할을 어떻게 소화해낼지 궁금했다.
사실 여기서 '남장 여자'라는 표현이 적절할지 잘 모르겠다. 커피프린스에 취직하기 위해 자신을 남자라고 속인 <커피프린스 1호점>의 고은찬과는 달리, 신윤복은 스스로 남자라고 생각하고 살아왔으며 기생 정향과 사랑에 빠지기도 하기 때문이다.
더욱더 복잡한 건 (윤복을 남자로 알고 있는) 스승 김홍도가 제자인 신윤복에게 애틋한 감정을 품는다는 것이다. 윤복 역시 때때로 김홍도와 묘한 눈길을 주고 받기도 한다. 따라서 이 드라마의 '동성애 코드'를 두고 이런 저런 말들이 많다.
생물학적으로 여성인 윤복과 기생 정향의 사랑도, 사회적으로 남성인 윤복과 스승 김홍도의 사랑도 이 나라의 수많은 호모포비아들에게는 더없이 불편한 일이니 말이다. 더구나 이 드라마의 배경은 조선시대 아닌가.
이에 대해 신윤복 역을 맡은 문근영은 <한겨레>와 한 인터뷰에서 "남자, 여자, 남장여자 뭐든 간에 사람이 사람에게 끌리는 건 성 정체성 이전의 문제 아닌가요?"라며 "남장여자가 아닌 그림에 미친 신윤복이고 싶다"고 말했다.
나 역시 문근영의 말에 전적으로 동의한다. <바람의 화원>에서 신윤복은 남자도 여자도 아니다. 그저 그림에 미친 '예인(藝人)'일 뿐이다. 기생 정향과 스승 김홍도가 윤복에게 끌리는 건 그가 남자여서도 여자여서도 아니다. 남자, 여자 이전의 '인간 신윤복', '예인 신윤복'을 보았기 때문이다.
두 천재화가의 그림을 한꺼번에 볼 수 있는 즐거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