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당 김남수 선생의 뜸 모습
최성민
'밥그릇이냐, 국민건강이냐!?'
지난 21일자 <조선일보>에 위와 같은 광고가 났다. 전통침뜸 지키기 운동을 펼쳐오고 있는 '뜸사랑'이라는 단체가 낸 광고인데, 얼마전 추석특집으로 KBS가 내보낸 <평생건강을 위한 구당 김남수 선생의 침뜸이야기>(이하 <구당 침뜸 이야기>)가 크게 바람을 일으키면서 구당 선생과 그를 지지하는 문하생들로 이루진 뜸사랑이 겪는 '탄압'을 알리는 내용이다. 이 광고가 주는 메시지는 국민건강과 직결된다는 점에서 눈여겨 볼 의제라고 생각된다.
KBS 추석특집 <구당 침뜸 이야기> 방영 직후 지금까지 시중에 뜸재료가 동나고 구당선생의 저서들이 베스트셀러 반열에 오르는 등 선풍적인 인기를 끌고 있다. 이는 모처럼 우리 전통 침뜸의 중요성이 국민적인 인식과 지지를 얻는 계기가 되었다.
그러자 한의학 관련 특정 의료인 단체가 법적인 문제를 제기하고 나섰다. 특집 방송에 나와 침뜸 시연 모델이 된 사람과 그 옆에 있다가 화면에 비친 사람을 불법 의료행위로 고발하여 수사를 받게 한 것이다. 뿐만 아니라 70여년 동안 아무 탈없이 해오던 구당 김남수 선생의 침뜸시술을 서울시에 고발하여 한 달 반이라는 영업정지 처분을 당하게 했다. 침사인 김남수 선생이 뜸을 한 것이 불법이라는 것.
'세계 최고 신침'으로 인정 받는 구당 김남수 선생여기서 침과 뜸은 원리상 어떤 관계이며, 법적으로 어떤 문제가 있는가, 이와 관련한 현행 의료법의 문제는 무엇인가, 우리 전통 침뜸이 처한 현실과 침뜸 등 동양의학에 대한 세계적인 추세는 어떤 것인가를 알아볼 필요가 있다. 전통적으로 국민건강 지킴이가 되어온 우리 침뜸의 운명이 걸려있는 문제이기 때문이다.
사실 호가 '뜸집(구당)'인 김남수 선생의 침뜸시술은 KBS 추석 특집 이전에도 나라 안팎에 두루 유명한 일로 회자돼 오고 있는 참이다. 역대 대통령과 고관대작들이 구당의 치료를 받았고 김지하 시인, 조정래 작가 등 사회 저명인사, 송해씨를 비롯한 유명인들도 그의 침뜸시술을 받고 그 효험을 증언한 바 있다. 뿐만 아니라 병원에서 암 등 난치병 또는 고질병 성인병 등으로 '사형선고'를 받다시피한 환자들이 구당을 찾아와 완치된 경험을 증언하는 사례는 수를 헤아릴 수 없이 많다.
의문의 죽음으로 끝났지만 고 장준하 선생도 디스크치료를 받으며 효험을 얻던 중이었고 고 김재규 전 중앙정보부장도 구당 선생한테 간병을 치료받고 좋아했다고 한다. 얼마 전 통일교 문선명 총재 가족이 탄 헬리콥터 추락으로 문 총재 부인이 많이 다쳤는데 구당 선생의 치료로 크게 개선되었다고 한다. 통일교 쪽에도 의과대학과 큰 종합병원이 있는데도 구당을 부른 것이다. 70여년 동안 구당 선생이 치료한, 수십만명에 이르는 임상사례는 동양의학계는 물론 세계 의학계에 그 예가 없다고 한다. 중국 중의학계는 구당 선생을 '현존하는 세계 최고 유일의 신침'이라고 주저없이 명명했다고 한다.
동양의학의 핵심, 침뜸의 원조는 한국
동양의학의 핵심인 침뜸(특히 침)은 오늘날 중국이 원조로 인식돼 세계시장을 주름잡으며 국가적인 자부심을 누리고 있지만, 중국의학고전 <황제내경>에 '동방에서 온 것'이라고 쓰여 있어서 한국이 원조라는 데 이의를 제기하는 사람은 없다. 그럼에도 중국이 원조대접을 받고 있고, 진짜 원조인 한국에서는 중국에서도 '신침'으로 숭상하는 사람과 그 문하생들을 돌팔이 범법자로 취급하는 자학을 가하고 있다.
또 하나의 놀라운 사실은 김남수 침구의인(침과 뜸을 동시에 잘 시술하는 전통 한의사를 이름)이 '구당 무극보양뜸'과 '구당 화상침'을 창안해 낸 것인데, 이는 중국이나 여느 동양의학계에서도 이루어내지 못한 '동양의학의 노벨상감'이라는 것이다. 무극보양뜸은 인체를 음양오행질서에 의해 운행되는 천인상관(인체가 자연질서의 연장선상에 있다는 이론)의 유기적 통일체로 보고 몸통, 머리, 팔다리 상하 좌우 요소에 12개(여자는 13개)의 뜸자리를 잡아 기혈의 순환을 바르게 하여 병을 예방, 치료하는 것으로서 누구나 가정에서 쉽게 할 수 있는(그러나 한쪽에서 제기하는 현행 의료법 해석이라면 한의사 외에 누구도 해서는 안되는) 대중적 뜸요법이다. 또 구당화상침은 화상 자리에 붕대를 감고 이식수술을 하는 등의 난리를 부리지 않고 침만을 놓아 5분 이내에 통증이 사라지고 일주일 만에 흉터도 없이 상처를 낫게 하는 치료법이다.
전통적으로 우리 침뜸은 구석기시대부터 침이 사용된 이래 고려 조선을 거치면서 국가적인 의학처방으로 중시되었다. 조선시대엔 침구와 한약을 따로 구분해 침구의사와 한약사 제도를 두었다. '일 구(뜸), 이 침, 삼 약'이라는 말도 이때 나왔다. 그리고 침과 뜸은 경락경혈이라는 동일한 원리에 입각한 것이어서 하나로 취급했다. 만약 침뜸과 탕약을 구분하여 따로 다루도록 하지 않으면 쉽고 돈벌이가 되는 탕약만 남고 침뜸이 퇴보할 것을 우려한 선조들의 혜안이 돋보이는 장면이다. 물론 이 말이 현행 한의제도와 관계있는 것은 아니다. 조선시대 얘기일 뿐이다.
특히 뜸은 지금도 민간요법으로 널리 행해지고 있다. 시골 장터에 가면 곳곳에서 노인들이 무릎에 뜸(간접구)을 하고 있는 모습을 볼 수 있다. 간접구보다 정통 뜸인 직접구를 동양의학 이론에 맞게 추슬러서 가르치고 무료봉사를 실시하는 게 구당 김남수 선생과 그 문하생들의 모임인 뜸사랑이 하는 일이다.
이들은 1년간의 집중 이론교육(침뜸의학, 경락경혈학, 해부학, 장상학, 병인병기, 진단학, 취혈자침실기)과 1년~10년의 임상, 그리고 능력시험을 거쳐 고도의 침구술 기능을 습득한다. 뜸사랑은 '배워서 남주자!'는 기치 아래 전국 20여 곳에 무료봉사실을 두고 무료 뜸봉사를 실시하고 있다. 지금까지 뜸사랑의 봉사로 병원이나 한의원에서 고치지 못하는 병을 치유한 사람들이 십수만 명이 넘는다고 한다.
미국·프랑스 등 서양에서도 유행하는 침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