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질 무렵 언덕을 오르는 연인들
이승철
선착장 끝에 바람의 언덕으로 오르는 나무계단이 설치되어 있었습니다. 계단길을 오르는 우리들의 앞쪽으로 젊은 연인들이 팔짱을 끼고 걸어 올라가는 모습이 정답습니다. 고즈넉한 포구와 그 옆쪽으로 포근하게 앉아 있는 언덕길에 들면 누구라도 다정한 연인이 될 것 같은 풍경이었지요.
언덕길에 올라서자 앞쪽에 둥긋하게 내려앉은 또 하나의 언덕이 바라보입니다. 아우는 그곳에서 멈춰 섰습니다. 젊은 시절 교통사고를 당해 한쪽다리가 불편한 몸이어서 많이 걷는 것이 아무래도 부담스러운 모양이었습니다.
동생부부를 남겨놓고 아래쪽 언덕으로 내려갔습니다. 이곳이 지금 한창 공사 중인 수중공원이었습니다. 언덕을 빙 둘러 산책로를 다듬고 있었습니다. 산책로를 따라 걸으며 바라보는 전망이 정말 아름답기 짝이 없었습니다.
오른편 섬 가장자리가 불쑥 튀어나온 안쪽으로 쑥 들어간 벼랑 밑 바위엔 푸른 바닷물이 파도로 밀려와 하얀 포말을 일으키며 부서지는 모습도 낭만이 넘쳐납니다. 그 앞쪽 바다 저 멀리 바라보이는 섬은 이국적인 관광 섬 외도라고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