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 대통령이 21일 청와대에서 열린 국무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청와대
이명박 정부의 오락가락 행보는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이 대통령은 22일자 프랑스 일간지 <르 피가로>와 인터뷰에서 "이번 금융위기는 감독 시스템의 메커니즘이 현재 금융계의 발전에 적합하지 않음을 보여준다", "금융시스템을 개혁해야 한다는 (사르코지 프랑스 대통령의) 생각에 전적으로 찬성하는 입장이며 대폭적인 개혁이나 새로운 금융기구의 설립을 검토해야 한다"고 말했다.
사르코지 대통령을 비롯한 주요 선진국 정상들이 추진하려 하고 있는 '신 브레튼우즈 체제'를 지지하는 발언을 한 것이다. '신 브레튼우즈 체제' 논의의 핵심은 지금까지 완전자유방임상태에 있던 금융시장을 규제·통제·감독하는 국제적 틀과 기구를 만들자는 것이다.
그런데 이러한 금융규제 시스템 지지 발언을 하는 와중에도 이명박 정부는 오히려 철저한 금융규제 '완화'를 밀고 나가려는 태세다. 이명박 정부는 10월 13일 금산분리제도(금융자본과 산업자본을 분리하는 제도) 완화 방안을 발표한 바 있는데, ① 의결권 있는 은행지분을 산업자본이 종전 4%에서 10%까지 소유할 수 있도록 확대 ② 금융지주회사 및 보험지주회사가 제조업체를 자회사로 두는 것 허용 ③ 해외에서 산업자본을 보유하고 있는 외국은행에게도 국내은행의 인수를 허용하는 등의 내용이 중심을 이루고 있다.
이러한 금산분리 완화 방안의 일부는 최근 진행되고 있는 '자본시장과 금융투자업에 관한 법률'(일명 '자본시장통합법')과 연결되어 있다. 자본시장통합법의 기본 취지는 증권거래법, 종합금융회사법, 자산운용업법 등의 금융관련 법안을 하나로 통합함과 동시에, 이를 통해 주식·은행 등의 금융분야들을 마음대로 넘나들면서 금융사업을 할 수 있도록 보장해주자는 것이다.
자본시장통합법과 금산분리 완화 등의 조치들이 실현되면 재벌기업들은 대규모 금융복합산업체를 통해 자유롭게 금융거래에 참여할 수 있게 되며, 해외금융회사들은 훨씬 자유롭게 한국 금융시장에 발을 넣었다 뺐다 할 수 있게 된다. 한 마디로, '금융자본의 천국 대한민국'을 만들려는 시도다.
규제 없는 자유금융시장 속에서 제멋대로 돌아다니던 금융투기자본은 실물경제에 기반하지 않은 거대한 '금융거품'을 만들어냈고, 결국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를 계기로 그 거품이 터지면서 실물경제, 나아가 서민 개개인의 삶까지 영향을 받고 있다. 금융자본주의의 무한 팽창이 어떠한 위험성을 가지고 있는지 만천하에 드러난 것이다.
덕분에 이제는 오히려 금융 '규제'가 '글로벌 트렌드'로 부상하려는 참이다. 그런데 이런 시점에서 이명박 정부는 극단적인 금융자율화 정책을 밀어붙이고 있다. 이래 놓고서 "이번 금융위기는 감독 시스템의 메커니즘이 현재 금융계의 발전에 적합하지 않음을 보여준다"는 말을 하고 있으니, 이 얼마나 생뚱맞은 행동인가.
오락가락 행보 그만하고 실물 중심, 노동 중심의 경제를 보라오락가락하는 환율정책과 부동산 정책, 경기부양책 속에서 때아닌 '금융자율화'의 깃발을 펄럭이고 있는 이명박 정부. 중요한 것은, 그 속에서 수많은 민중의 삶이 자꾸만 벼랑 끝으로 내몰리고 있다는 것이다. 중소기업 운영자, 자영업자, 비정규직 노동자 가릴 것 없이 말이다.
언제쯤이면 이명박 정부가 1% 금융자본주의의 허망한 꿈에서 깨어 내수 중심, 실물경제 중심, 노동 중심, 민족 중심의 경제를 바라보게 될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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