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9 커브길 올라가는 길
박정규
'하아, 지친다. 네버엔딩 오르막인가? 그러고 보니 아침부터 지금까지 계속 올라왔구나. 29커브길만 올라가면 된다더니……. 떡 달라는 호랑이라도 있었으면. 하하. 가자! 올라가자!'
여행자는 시간이 지날수록 K방송사의 '무엇이든 물어보세요'의 특별 고객이 된다. 아니 되어야만 한다. 단순한 행동 같아 보일 수도 있지만, '물어보기'를 통해서 생각보다 쉽게 자신의 변화를 관찰할 수 있기 때문이다.
현지인에게 '물어보기'가 이제 남사스럽지(창피스럽다의 경상도 사투리)않다면 그만큼 마음이 열렸다는 것이다. 상대방의 자유분방하고 필요 이상의 긴 답변 후에 자신에게 그 이상의 질문을 할 경우에도 차분하게 듣고 웃으며 대답해 줄 수 있다는 것은 그만큼 귀안에는 인내심이, 마음속에는 넉넉함이 자라났다는 것이다.
정말 자신이 눈 감고도 안다는 투로 알려준 길에 도착했는데 '헉'이란 말이 절로 나올 경우에도 상대를 원망하지 않고 '운전자는 너무 빨라서 다르게 느꼈을지도 모르겠다'며 그냥 한번 웃으며 왔던 길로 다시 핸들을 돌릴 수 있다면 '다른 상황에서는 다르게 볼 수도 있다'는 것에 대해 배우게 된 것이다.
아, 이제 살았다! '칠레에 방문해 주셔서 감사합니다'라고 적힌 세움 간판이다. 국경지대 도착! 기쁨도 잠시, 온 몸이 서서히 안데스의 밤 공기에 공명하기 시작했다. 눈 위에서
캠핑을 고의적으로 해야겠다고 생각을 했는데, '정규야, 이건 아이다! 이건 아닌기라!'
라고 몸과 마음과 머리가 일제히 외친다. 흔하지 않는 일인데, 그래, 이건 아닌가 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