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이스트 전자동 로비
KAIST admission website
카이스트에 다니고 있는 학생이 봤을 때, 실제 학교의 분위기도 크게 다를 바 없다고 생각한다. 물론 전체 학부생들의 상황을 전부 다 알지 않고 나를 비롯한 주변 사람들이라는 일부분만 보고 생각하는 것이기 때문에, 일반화 할 수 있는 이야기는 아닐 수도 있다.
하지만 고등학교 때는 전혀 의대 진학에 관심이 없었던 나부터 한 때 의학·치의학 전문대학원(이하 의전) 진학을 생각해본 적이 있으니, 이 문제가 그리 남의 얘기인 것만 같지는 않다. 그렇다면 카이스트 학생들이 왜 의전에 진학하려는 걸까.
물론 의학에 뜻이 생겨서 가는 경우도 있다. 특히 생물학을 공부하는 학생인 경우 충분히 관심이 생길 수 있다. 하지만 이들은 굳이 의전이 생기지 않았어도 의대를 진학하거나, 유학을 가거나 해서 어떻게든 의학을 공부했을 사람들이다. 그리고 그렇게 뜻이 있어서 진학하는 경우는 드물다.
그렇다면 이렇게 많은 카이스트 졸업생들이 의전에 진학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바로 지금 여기서 이공학을 공부하고 사회에 진출하는 것보다 의사가 되면 사회적 지위와 경제적인 능력이 높아질 확률이 더 크다는 사실 때문이다.
물론 졸업 후 학문 연구에 정진하는 사람들도 많다. 국내에서 손에 꼽히는 이공계 연구중심 대학이라는 명성에 걸맞게 뛰어난 연구업적을 남긴 사람들도 적지 않다. 하지만 현실적으로 생각했을 때 모든 사람들이 이같을 수는 없다.
그리고 이공 계열에서 업적을 남길 수 있는 방법이 비단 연구만도 아니다. 흔한 말처럼 사회로 진출해서 인간의 삶을 유익하게 하는 데에 기여할 수도 있는 것이다. 그리고 그 대가로 명성과 부를 얻을 수도 있다.
그러나 현실은 그렇지가 않다. 진출하는 문도 좁을뿐더러 내 능력만큼 대가를 기대하기 힘들다. 대기업에 취직하면 연봉은 높지 않느냐고 하지만 하는 일에 비해 결코 큰 대가는 아니다. 창업은 더더욱 어렵다.
6년 이상의 시간과 피나는 노력을 투자해 석사·박사과정을 지내고 나니 눈앞에 기다리고 있는 건 내 능력을 제대로 평가해주지 않는 세상, 심지어 박사과정을 마치고 의대로 다시 입학했다는 사람도 있으니 이 문제가 얼마나 심각한지 알 수 있다.
밤새 실험하고 연구하고 석·박사 마쳐봤자, 누가 나를 알아주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