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이낸셜 타임스> "강만수, 달러구하러 출장"... 정부 발끈

등록 2008.10.14 18:47수정 2008.10.14 19: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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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연합뉴스) 주종국 김호준 기자 = 영국 일간지 파이낸셜 타임즈(FT)가 14일자 신문에서 9면 한 면을 통째로 할애, 한국 경제를 깎아내리자 정부가 전례없이 강도높게 반발하고 나섰다.

 

한국 금융시장이 최근 흔들리기는 했지만 이는 펀더멘털의 문제라기보다는 외부요인에서 기인한 바가 크고, 적극적인 대처를 통해 상당부분 회복되고 있는데도 여전히 '흘러간 옛노래' 버전으로 한국 경제의 위기를 확대 재생산하고 있다는 판단 때문이다.

 

국내외 언론의 타당한 지적에 대해서는 정부도 겸허하게 수용해 국정에 반영한다는 입장이지만 최근의 FT 보도는 객관적인 지적과는 한참 떨어진, 뭔가 석연치 않은 의도가 있는 것으로 정부는 의심하고 있다.


정부, 조목조목 반박

FT는 이날 분석기사에서 강만수 기획재정부 장관이 유동성 위기 해소를 위해 달러를 구하기 위해 출장을 갔다고 보도했다.

 

장관이 G-20 경제장관회담, IMF 연차총회, 세계은행 연차총회 등을 위해 워싱턴 D.C와 뉴욕을 방문하고 그곳에서 스티븐 로치 모건 스탠리 수석 이코노미스트와 로버트 루빈 전 재무장관을 만나기로 한 것은 사실이지만 달러 펀딩과는 거리가 멀다는 점에서 정부는 어이없어 하고 있다.

 

펀딩을 요청한다면 미리 계획을 세우고 사전조율도 거쳐야 할 텐데 최근 금융위기의 향방이나 국제간 공조 등을 논의하는 자리를 마치 돈을 구걸하러 다니는 것으로 표현한다면 심기가 편할리 없다는 것이다.

 

FT는 또 포스코의 채권발행 예정도 시장안정을 위한 것으로 해석했다. 정부가 볼 때 포스코는 원자재 가격 급등에 따라 해외 원료를 확보하고 대우조선 해양을 인수하기 위한 달러자금 필요에 따라 채권발행을 자체 결정한 것인데 이 역시 환율 안정화를 위한 것으로 보도, 위기감을 증폭시키고 있다는 견해다.

 

대외채무가 증가하고 민간채무가 늘어나는 것 등도 한쪽 면만을 조명하면서 전체 나라 경제의 건전성을 왜곡하고 있다고 정부는 판단한다.

 

기업의 부채비율은 외환위기 당시와 비교할 때 대폭 개선됐고 가계부채 역시 금융자산이 함께 증가했기 때문에 걱정할 수준이 아닌데도 계속해서 이 문제를 한국경제의 취약점이라고 공격하고 있다는 것이다.

 

재정부 최종구 국제금융국장은 "요금 같은 글로벌한 위기에서 외채사정 등이 좋아지는 나라가 어디 있느냐"면서 "이런 식으로 기사를 쓴다면 우리나라보다 앞서서 점검해야 할 나라가 숱하게 많을 것"이라고 비판했다.

 

그는 "도대체 한 면을 다 할애해서 한국 경제의 안좋은 점을, 그것도 현실을 왜곡해서 쓸만한 이유가 무엇인지 모르겠다"고 보도의 '의도성'을 의심했다.

 

FT 걸핏하면 한국 '딴죽걸기'

 

FT는 지난 7일에도 한국은 기업과 은행, 가계가 모두 과도한 레버리지(차입) 상태에 있다며 아시아에서 금융위기에 감염될 가능성이 가장 높은 국가라고 보도했다.

 

당시에도 정부는 국내 기업의 부채비율은 1997년 425%에서 작년 107%로 4분의 1 수준으로 낮아졌고 가계부문의 부채상환 능력에도 큰 문제가 없다고 반박한 바 있다.

 

일각에선 영국계 펀드인 헤르메스가 주가조작 혐의로 법정에 서고 당국이 HSBC의 외환은행 인수 승인을 미룬 것이 FT의 한국 보도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쳤을 것이라는 분석도 제기됐다. 실제 FT는 한국의 반외자 정서를 비판하는 기사를 자주 다뤘다.

 

또 최근 우리나라가 경제위기 극복을 위해 아시아권의 공동대응을 주도하는 모습을 보이면서 선진국 입장에서 곱지않은 시선을 갖게됐을 거라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이 같은 의문에 대해 정부는 공식적으로 문제제기를 하지 않고 있으나 속으로는 부글부글 끓고 있다.

 

재정부 관계자는 "외신에서 현실을 왜곡해서 기사를 쓰면 국내 언론에서 이를 근거로 또 쓰고 다른 외신에서 이를 인용해 또 쓰고 하는 악순환이 빚어질 수 있다"면서 "이런 일이 벌어지지 않기를 바란다"고 괴로움을 토로했다.

 

금융위 관계자는 "국제 금융시장에서 한국에 대한 왜곡된 정보들이 확대, 재생산되고 있다"며 "FT처럼 일방적으로 부정적인 정보만 나열하는 방식의 외신 보도에 대해 반론보도를 요청하는 등 강력히 대응할 것"이라고 말했다.

 

정부는 FT 보도에 대한 반박문이나 해명자료 등을 내는 방안을 검토하는 한편 해외투자자와의 콘퍼런스 콜 등을 통해 국제 금융시장에 한국에 대한 정확한 실상을 알려는데도 총력을 기울일 방침이다.

 

satw@yna.co.kr

<저작권자(c)연합뉴스. 무단전재-재배포금지.>    

2008.10.14 18:47ⓒ 2008 OhmyNew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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