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쩌다 조금 큰 고구마를 캐어 손에들고 기뻐하는 제수씨
이승철
동생은 우선 단골로 이용하는 민박집에 짐을 풀었습니다. 우리가 머물 민박집은 커다란 거실과 안방, 그리고 작은 방 두 개와 욕실이 딸린 오래된 농가였습니다. 그래도 마당에는 잔디가 깔려있고 음식을 나누며 어울릴 수 있는 좋은 조건을 갖추고 있었습니다.
민박집에서 간단하게 늦은 점심을 먹고 밭으로 올라갔습니다. 밭으로 오르는 길가에는 배추밭과 파밭, 그리고 종려나무 묘목들이 빼곡하게 심겨져 있는 밭을 지나 고구마밭들이 이어지고 있었습니다. 동생의 밭은 마을과 포구가 내려다보이는 언덕 중간에 있었습니다.
허술한 울타리 사이에 걸쳐있는 장난감 같은 각목쪼가리 문을 밀치고 안으로 들어서니 황토향이 뭉클합니다. 기다란 형태의 큰 밭과 층층이 작은 밭 세 개는 동생 부부가 정성을 드려 가꾸는 매실나무 200여 그루가 건강하게 자라고 있었습니다.
“아니, 그런데 무슨 과수원이 이렇게 말끔할 수가 있어? 나무 밑에 풀 한 포기 없는 빨간 황토밭이잖아?”놀라운 모습에 내가 동생 부부를 바라보며 한 말입니다. 매실나무를 기르는 밭이면 분명히 과수원인데 나무와 나무들 사이에 고구마를 심어 놓은 것을 제외하면 나무 밑은 온통 붉은 황토색이었기 때문입니다.
“기왕 농사짓기로 마음먹고 하는 일인데 수북하게 풀밭이 되게 할 수 없어서 철저하게 풀을 매주었지 뭐!”정말 변변한 풀 한 포기 볼 수 없는 모습이었습니다. 동생부부는 1년에 70여일 이상씩 이곳에 머물며 풀을 뽑고 나무를 가꾸었다고 합니다. 특히 장마철이나 풀이 많이 자라나는 여름철이면 풀을 뽑고 돌아서면 다시 돋아나는 잡초들을 제거하느라 많은 땀을 흘렸다는 것이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