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003년 이츠키 마을 옆 홍보관에 전시되어 있던 '가와베강 댐' 완성모습. 지금은 홍보관이 사라졌다.
오마이뉴스 장재완
2008년 9월 11일 일본 구마모토현 가바시마 이쿠오(蒲島郁夫·61) 주지사는 가와베가와댐 건설을 중단하겠다고 발표했다. 가와베가와댐을 건설해 홍수를 막고, 야스시로와 히토요시 일대 곡창지대의 농수를 공급하겠다던 40년 계획이 무산된 것이다.
일 정부와 구마모토현은 40년 전부터 구마군 이츠키에 대규모 댐을 건설할 계획을 세웠다. 이를 위해 가와베강 상·하류 주민들을 설득하고, 예산을 세워 의회를 통과시켰다.
공사 계획이 착착 진행되어 댐 건설을 위한 도로건설과 주민보상, 사방공사 등이 이미 이루어졌다. 수몰지역 최상류인 이츠키 지역 마을주민들을 위해서는 새롭게 학교가 세워지고 주택단지를 건설했다. 고향을 떠난 사람도 상당수다.
이러한 정부의 노력이 결코 쉽지만은 않았다. 댐 건설에 반대하는 주민들이 상당했기 때문. 정부의 설득에 하류지역 주민들은 댐 건설에 찬성했다. 그러나 댐 상류지역 주민들은 반대했다.
결국 정부는 주민투표를 실시했고, 결과는 인구가 월등히 많은 하류지역의 승리였다. 이에 힘을 입은 정부는 댐 건설을 서둘렀다. 그러나 이번에는 시민단체들이 나섰다.
일본 역사상 처음으로 댐 건설 중단정부 방침이 강경할수록 시민단체들의 반대운동도 거세졌다. 이들은 댐 건설이 홍수를 막아내는 기능을 제대로 할 수 없고, 자연환경만 해치면서, 농업용수나 어업권, 환경 측면 모두에서 문제가 있다고 주장했다. 또 "댐 붕괴 위험을 안고 살아야 한다"면서 주민들을 설득했다.
또 하나 중요한 논쟁은 과연 그 막대한 돈을 들여 누구를 위해 댐을 건설하느냐였다. 댐으로 인한 혜택은 주민들에게 제대로 돌아갈지 의문이지만, 막대한 세금이 건설업체들의 배만 불리는 결과를 가져올 것이라는 주장이다.
이러한 주장은 주민들 사이로 퍼져나가 상당한 지지를 얻었다. 시민단체들은 '댐 건설 반대 주민들의 모임'을 만들고, 서명운동과 '댐 건설 무효소송' 등을 벌였다. 이러한 주민들의 지지세가 커질수록 정부의 밀어붙이기는 쉽지 않았다. 선거 때만 되면 지자체장의 선거공약으로 등장했고, 지자체장이 바뀔 때마다 강행여부를 밝히는 곤욕을 치러야 했다.
그렇게 지지부진한 가운데 오랜 시간이 흘렀다. 이미 사방공사와 이설공사, 주민보상, 주민이주 등이 이루어졌다. 사실상 본 댐 건설만 남겨놓게 됐다.
그러던 중 지난 2008년 3월 23일 치러진 구마모토 지사 선거에서 가바시마 이쿠오 주지사가 당선되면서 가와베강 댐 건설은 새로운 전기를 맞게 됐다. 그는 공약으로 댐건설 중단을 내걸었고, 당선 몇 달 만인 지난 9월 11일 전격적인 댐건설 중단을 선언했다.
이처럼 댐 건설이 추진 중이다가 중단된 예는 일본 역사에서 처음이다. 이제 가와베강 유역 사람들은 댐으로 단절된 강이 아닌 자연 그대로의 강을 가지게 됐다.
아이러니한 것은 댐 건설을 위해 산 중턱을 깎아 만든 이설 도로가 이제는 댐 건설 중단 현장을 보러 찾아오는 관광객들을 위해 사용되고 있다는 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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