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루그먼 "금융위기 두려움 조금 덜해져"

등록 2008.10.14 09:23수정 2008.10.14 09: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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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욕=연합뉴스) 김현준 특파원 = 올해의 노벨 경제학상 수상자인 미 프린스턴대 폴 크루그먼(55) 교수는 13일 "매우 기쁘고, 놀랐다"면서 현재의 금융위기가 1930년대 대공황 때와 유사한 점이 많지만 유럽 정상 등 각국의 대응책 덕분에 공포감이 조금 덜해졌다고 밝혔다.

 

크루그먼은 이날 프린스턴대 웹사이트를 통해 배포된 논평에서 "매우 기쁘다. 정말 뭐가 어떻게 된건지 모를 정도로 놀랐고 이를 알려면 며칠이 더 걸릴 것 같다"며 노벨상 수상에 대한 놀라움을 표현했다.

 

크루그먼은 이날 프린스턴대에서 열린 전화 기자회견에서는 "샤워를 하러 가다가 수상 소식을 들었다"고 설명한 뒤 현재의 금융위기가 대공황과 유사점이 있다는 위기감을 표현하면서도 각국의 공조책에는 긍정적인 평가를 내놓았다.

 

그는 "1990년대에 아시아를 강타했던 위기와 같이 심각한 위기를 지금 목격하고 있고, 이 위기는 대공황 때와도 몇몇 유사한 점을 갖고 있다"고 말한 뒤 영국 은행의 국유화와 자금시장 경색 해소를 위한 달러 무제한 공급, 글로벌 경기침체를 막기 위한 노력 등 유럽 정상들의 대응책 덕분에 "지난 금요일보다는 두려움이 다소 덜해졌다"고 설명했다.

 

뉴욕타임스(NYT) 컬럼니스트로 활동하면서 조지 부시 미 행정부의 경제정책을 비판해온 크루그먼은 이날도 NYT에 기고한 글에서 미 정부가 은행에 지분 매입 방식으로 자본을 직접 투입하지 않은 채 부실자산 정리를 위한 7천억달러의 구제금융으로 시간을 허비했다고 비판한 반면 영국 정부가 공적자금 투입 등을 통해 금융위기 해소에 신속하게 나서고 있는 것을 높이 평가했다.

 

그는 글에서 헨리 폴슨 미 재무장관이 금융기관의 지분을 직접 매입하는 형태로 자금을 투입하는 것을 처음에 거부해 시간을 허비한 반면 영국 정부는 문제의 근원에 바로 다가서고 있다면서 "브라운 총리가 잘 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는 브라운 총리가 세계 금융시스템을 구할 것인지를 예단하기는 성급하지만 이번 금융위기에서 영국이 국제적인 리더십을 발휘하고 있다고 진단하고 "브라운 총리와 알리스테어 달링 재무장관은 전 세계적으로 구제 금융의 성격을 규정했고, 다른 선진국들이 이를 따라오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기자회견에서 노벨상이 조지 부시 대통령을 비판하는 학자들에게 돌아가는 경향이 있지 않냐는 질문에는 "많은 지식인들이 부시 대통령을 반대하고 있다"고 우회적으로 답했다.

 

AFP 통신 등에 따르면 크루그먼은 회견에서 미국 경제 상황과 관련, "엔진 전체가 망가진 것이 아니라 특정 부분이 망가진 것"이라며 월가의 몰락에도 불구하고 미국 경제의 상당부분은 건전성을 유지하고 있다고 비교적 긍정적인 평가를 내렸다.

 

그는 또 돈을 어떻게 관리하는지를 묻는 질문에는 "재산의 많은 부분이 현금으로 집 뒷마당에 있다"고 유머를 발휘해 응답했다.

 

그는 이날 스웨덴 TT뉴스 통신에는 금융위기 해소를 위한 유럽 정상들의 노력으로 "5일전 보다 행복해졌고 오늘은 더 나아졌지만 여전히 간담이 서늘하다"며 "내 인생에 1931년(대공황) 같은 상황을 볼 것이라고 전혀 생각해보지 않았지만 많은 면에서 지금의 위기는 비슷한 점이 있다"고 말했다.

 

앞서 크루그먼은 지난달 15일 NYT에 기고한 글에서는 리먼 사태와 관련, 미국의 금융시스템이 오늘 또는 향후 며칠 안에 붕괴될 것이라고는 생각하지는 않지만 모기지 위기의 파장에 따른 숨은 위험이 여전해 앞으로 무슨 일이 일어날 지 아무도 알 수 없다면서 미 금융시장의 상황을 언제 누가 쓰러질지 모를 '러시안 룰렛 게임'에 비유하기도 했었다.

 

june@yna.co.kr

 

<저작권자(c)연합뉴스. 무단전재-재배포금지.>

2008.10.14 09:23ⓒ 2008 OhmyNews
#크루그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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