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대립 청토청꿀 대표. 그를 찾아온 이에게 비법을 전수중이다.
노준형
인공 분봉 성공으로 토종벌 양봉 현대화그의 명성은 단순히 돈만 버는 데 그치지 않았다. 그는 토종꿀 양봉업계의 질적 도약을 이끌었다. 업계의 숙원이라 할 수 있는 인공 분봉에 성공한 것.
5~6월이 되면 여왕벌이 벌통 안의 벌들 중 절반 가까이를 데리고 자연으로 도망가는데, 이를 자연 분봉이라 한다. 벌의 수가 줄어들면 벌통에 모이는 꿀도 자연히 줄어들게 되고, 이는 양봉업자들의 큰 손실로 이어진다. 그런데 김 대표는 누구도 하지 못한 인공 분봉에 성공했다. 그것도 20대 초반의 어린 나이에 성공한 것이다.
그는 자기의 노하우를 세상과 나누고 있다. 2000년에 언론에 알려진 그의 인공 분봉 비법이 입소문을 타고 여기저기 알려졌다. 그를 찾는 사람들이 많았고, 그는 그들을 뿌리치지 않았다. 이에 그치지 않고 전국 방방곡곡에서 강연을 시작했다. 홈페이지도 만들어서 그의 비법 전부를 공개했다. 2003년부터는 현장 교육을 실시중이다.
"토종벌 양봉은 아직 무엇 하나 체계적이지 못해유. 그저 저를 통해서 토종벌 양봉이 많은 사람들에게 알려지고, 체계적으로 자리 잡게 된다면 그저 기쁠 뿐이쥬. 그리고 이런 활동을 통해 토종벌을 키우는 양봉업계에 조금이나마 도움이 됐으면 좋을 텐디… 앞으로 서로서로 자신만의 정보를 공유했으면 더 좋겠시유."나누는 삶이 그저 기쁜 토종벌 전도사. 이러한 그의 나눔 실천에 세상이 화답했다. 신지식인농업인상, 신지식인상(행정자치부), 청원군민대상, 충청북도지사 표창, 대한삼락회 표창, 바이오농업대상(충청북도) 등 한마디로 상복이 터진 것. 이에 대해 그는 자신이 잘 해서 받은 게 아니라며 쑥스러움을 감추지 못한다.
농가소득 올리는 곱셈농법성공가도만 달렸을 것 같은 그의 삶이지만, 실상은 그렇지 않다. 인공 분봉을 성공하기 위해 수도 없이 실패한 것은 말할 것도 없고, 보온 벌통을 개발하기 위해 벌통 50개를 잃은 적도 있다. 또 아카시아나무에 병충해가 들면서 벌통 2천여 개를 손해 보기도 했다. 벌통 하나에 40만 원의 수익을 올리니, 총 8억여 원의 손해를 입은 것.
그래도 그는 주저앉지 않았다. 힘들고 괴로울 때 그의 오랜 동무인 토종벌만을 생각했고, 그러한 의지가 그를 다시 일으켜 세웠다. 아픔을 딛고 일어선 김 대표는 벌에 대한 관심을 농민들의 삶으로 확장했다. 토종벌 농가만 잘 사는 게 아니라 주변 농가도 다 같이 행복하게 사는 세상을 만드는 것이다. 그는 이를 곱셈농법이라 말한다.
"벌들에게 필요한 건 들판에 가득 핀 꽃이구요, 농민들에게 필요한 건 안정적인 소득이에유. 이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생각한 것이 바로 곱셈농법이쥬. 주위 농민들을 설득해 메밀과 복분자, 해바라기 등을 심었시유. 벌들이 아주 횡재한 거쥬.(웃음)"그의 말처럼 벌들만 횡재한 것은 아니었다. 최근 몇 년 복분자 값이 크게 오르면서 농민들은 그야말로 대박을 쳤다. 메밀도 짭짤한 소득을 올렸고, 해바라기도 고부가가치가 기대된다. 물론 무책임한 권유는 아니었다. 애초에 판로 확보를 그가 책임진 것. 해바라기의 경우, 이미 각종 인터넷 쇼핑몰과 홈쇼핑 등 해바라기 상품의 판로를 만들어 놓은 상태다.
욕심 많은 그는 이제 새로운 도전을 시작하려 한다. 김 대표와 뜻을 함께 한 농가들이 늘어나자 곳곳에 조성된 밀원을 체험마을로 조성하려는 것. 끝없이 펼쳐진 꽃의 아름다움과 토종꿀 맛의 즐거움을 함께 즐길 수 있는 체험마을이 그가 꿈꾸는 고향의 모습이다. 앞으로 2년. 활짝 핀 해바라기와 메밀이 우리를 기다리고 있다.
덧붙이는 글 | 노준형은 전공이 뭐냐고 물어볼 때가 제일 난감하다. 전자공학과 글쓰기의 상관 관계를 설명하기 위해 회로설계(Circuit Design)와 글쓰기의 원리는 동일하다고 종종 주장한다. <코리아포커스>와 <아시아경제 브이에스뉴스>를 거쳐 현재 언론홍보대행사 커런트코리아에서 홍보AE로 일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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