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나무 단풍연한 황금빛으로 물드는 참나무가 '가을'이라고 나즈막히 속삭이네요
김선호
다행히 정말 다행스럽게도 올해도 여지없이 가을이 시작되었습니다. 산을 좋아하는 사람들이라면 계절을 따로 가리지 않은 부류들이긴 합니다만, 아무래도 가을이야말로 산행엔 가장 적기가 아닐까요? 단풍으로 물들어 가는 산의 아름다움이야 당연지사고, 기후 역시 산행에 가장 적당한 시기가 될테니까요.
성급한 판단으로 단풍나무 가지 끝이 조금만 붉게 물들어도 가을이 되었다고 호들갑을 떠는 이도, 적어도 단풍이 숲 중턱까지 물들어야 가을이라고 느긋한 판단을 내리는 이도 아마 가을을 무척이나 기다리는 이들이었을 거라 생각합니다.
10월 들어 여기저기서 단풍소식이 떠들썩하게 들려옵니다. 산을 안 가고는 못배기는(?) 계절이 온 것입니다. 온 가족이 특히, 아이들에게 그 아름다운 자연의 변화가 총천연색 색감으로 드러나는 현장을 보여 주고 싶었는데 시험기간이라고 아이들이 따라오지 않습니다.
덕분에(?) 우리 부부는 오붓하게 산행길에 나섰습니다. 먼 데 유명한 산이 아니고 주변에 있는 가까운 산으로 갑니다. 뿌옇게 서린 아침 기운을 몰아내는 틈새로 조금씩 햇살이 비쳐 들고 있는 고요한 아침이었습니다. 언제 산행을 하냐에 따라 그 기분은 참 다르게 마련입니다. 아침에 산행을 나서는 일은 '걷기 명상' 이라는 이름으로 불러도 손색이 없습니다.
복잡다난한 일상 속에서 우리에게 '명상'의 시간은 허락되지 않습니다. 가끔은 머리도 식혀야 다시 이성이 작동하기도 할 텐데 우린 너무도 뜨거워진 상태로 일상을 살아가지 않나, 하는 반성을 아침의 숲에서 해보게 됩니다.
숲의 공기는 차고 맑습니다. 우리의 이성 또한 그런 모습을 닮아야 하지 않을지요. 숨차게 계단을 오르고 야트막한 언덕에 자리한 무덤가를 지나쳐 다시 돌계단을 넘으면 산 속에 제법 너른 터가 나타납니다. '숲 속 체련장'이라는 이름을 달고 운동기구가 모여 있지요. 마치 운동기구를 마당처럼 거느리고 있는 ‘쉼터’가 보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