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선 한나라당 의원(자료사진)
오마이뉴스 이종호
당장 민주당과 민주노동당 등 야당 의원들은 김 위원장 등의 외화통장 개설 퍼포먼스에 반발, 전원 불참하겠다고 밝혔다. 특히 민주당은 정무위 소속 의원 명의로 '달러 모으기 반대 성명서'를 발표 할 예정이다.
여당 "달러 예금 선보이자"
야당 "턱도 없다"당초 국회 정무위원들은 이날 오전 공정거래위원회를 상대로 한 국정감사를 끝낸 뒤, 점심시간을 이용해 증권거래소를 방문, 환율 폭등과 관련한 대책 등을 보고받을 예정이었다. 그러나 '달러 모으기 운동'을 제안했던 김영선 정무위원장이 외화통장 개설 퍼포먼스를 제안하고 나선 것.
이에 따라 국회 정무위원들은 이날 증권거래소 관계자들과 도시락 오찬을 함께 한 뒤, 오후 2시 10분경 증권거래소 1층에 있는 신한은행 출장소에서 외화통장을 개설하는 시범을 보일 예정이다. 그러나 민주당과 민주노동당 등 야당 의원들은 즉각 반발하고 나섰다.
민주당 간사인 신학용 의원은 이날 <오마이뉴스>와의 전화통화에서 "원래 한나라당에서 제의하기를 오전에만 국감을 하고 오후에는 증권거래소를 둘러본 뒤, 시간이 남으면 소비자원에도 가보자고 해서 오케이했다"며 "그런데 갑자기 '퍼포먼스로 달러를 예금하는 것을 선보이자'고 해서, '턱도 없다'고 거절한 상황"이라고 전했다.
신 의원은 이어 "자기들은 지금 위기가 아니라고 해놓고 예전에 금 모으기를 했던 것처럼 달러를 모으자고 하는 것은 오히려 위기를 부추기는 일"이라며 "그렇다면 아예 IMF와 같은 위기라는 것을 인정해야 할 것 아니냐"고 지적했다.
특히 "국민 중에 달러를 집에 두는 사람이 얼마나 되나? 누가 달러가 있겠냐"며 "말도 안 되는 것으로 위기를 호도해서는 안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신 의원에 따르면, 이날 민주당 의원들은 외화통장 개설 퍼포먼스에 전원 불참하는 대신, 국회 기자실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달러 모으기 운동'에 대해 반대하는 성명을 발표할 예정이다.
이정희 민주노동당 의원도 '외화통장 개설' 퍼포먼스를 거세게 비판했다. 이 의원 측은 특히 이 날 퍼포먼스를 위해 의원 1인당 질의 시간을 7분으로 단축한 것을 문제 삼았다.
이 의원 측은 "국정감사를 위해 몇 달씩 준비해서 겨우 15분 질의하는데, 국정감사 질의 시간까지 희생하면서 그런 이벤트를 할 필요가 있느냐"며 "더군다나 (잘못된 정책으로) 서민들을 고생시켜놓고 정치 이벤트를 위해 국정감사를 희생시키는 것은 말이 안된다"고 비판했다.
김영선 "캠페인 통해 4.4억 달러 모을 수 있다"한편, 김영선 의원은 7일에 이어 9일에도 보도자료를 내고 "환율이 급등하는 상황을 완화하고 시장 불안감을 해소하기 위해 국민적 '외화통장 만들기 운동'을 제안한다"고 밝혔다. 김 의원은 또 "앞으로의 상황을 대비해 지속적·안정적으로 외환을 조달하는 게 절실한 상황"이라며 "이번 캠페인이 은행 유동성 확보에 크게 도움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이어 "97년 외환위기 당시 금 모으기는 이미 최악의 상황이 닥친 이후 국민들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전개한 운동이지만 지금은 위기를 방지하기 위한 운동"이라고 설명했다.
김 의원은 "올해 8월까지 해외 여행객수는 887만명이며, 이들이 귀국할 때 각자 50달러 정도를 갖고 온다고 가정하면 캠페인을 통해 모을 수 있는 외화는 약 4.4억 달러로 추산된다"며 "10년 전 금 모으기 운동 당시 수집된 금을 팔아 번 외화는 약 20억 달러에 달했다"고 밝혔다.
김 의원은 은행을 비롯한 금융기관들에 대해서도 ▲캠페인 기간 금리와 환율 우대 ▲외화 현금 취급 수수료 감면 등에 자발적으로 동참해줄 것을 당부하는 한편, 정부에도 세제 지원책 마련 등을 촉구했다.
박희태 한나라당 대표도 <연합뉴스>를 통해 "이명박 대통령이 언급한 달러 사재기를 안 하는 것에서 한 발짝 더 나아가 금고와 장롱에 있는 달러를 내놓는 게 외환위기를 극복하는 국민적 애국심을 발휘하는 길"이라고 주장했다.
박 대표는 "은행에 달러 예금을 많이 해 은행의 달러 보유고가 올라가면 대외 신용도도 올라갈 것"이라며 "예전 외환위기 때 금 모으기 운동을 한 것이 IMF 체제 극복의 심리적인 원동력이 됐었다"고 설명했다.
누리꾼들 "달러는 고사하고 100원도 아깝다"한나라당이 사실상 당 차원에서 '달러 모으기 운동'을 선언하고 나섰지만, 야당은 물론 누리꾼들은 정부·여당의 무능을 드러내는 행태라며 냉소적인 반응을 보이고 있다. '다음 아고라'에서 진행중인 찬반 여론 조사는 10일 오전 10시 현재 참가자의 98.6%(4529명)가 반대하고 있으며 찬성 여론은 1.4%(66)에 불과했다. '달러 모으기 운동'에 대한 반대 댓글도 수백건 쏟아졌다.
"웃기는 소리 하네. 절대 줄 수 없지. 솔직히 말하면 무역일을 하는 사람이라 항상 달러는 있지만 나라가 어렵다고 상위 1%만을 위하는 이 나라 정치 돌아가는 꼴을 보고도 달러, 금을 내놓아? 차라리 이민을 가겠수다(미이라2).""상위 1%에게만 받아도 전 국민에게 받는 것보다 나을 듯…. 윗분들부터 내놓으시지요. 국민들이 내놓은 거 다시 사지 말고(홍당무)….""니들끼리 알아서 해라. 서민은 달러는 고사하고 100원도 아깝다(불꽃놀이)."야당도 한나라당의 '달러 모으기' 발상에 대해 "상황을 오도할 수 있다"며 거세게 비판하고 있다. 환율정책 실패 등 금융위기의 원인 제공자가 오히려 '애국심'에 호소하며 국민에게 책임을 전가하고 있다는 것이다.
최재성 민주당 대변인은 "국정의 무한책임을 져야할 여당이 위기수습 방책을 내놓고도 못 버틸 경우 국민이 극복을 해줬던 것이 대한민국의 역사"라며 "정부·여당은 국민의 달러를 내놓으라고 하기 전에 시장의 신뢰를 내놓아야 할 것"이라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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