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수동 숲속 탁구장사람들은 탁구를 실내 스포츠로 알고 있겠지만, 우리 마을은 숲에서 즐긴다. 실내에서 탁구를 하려면 먼지를 마실 각오를 해야 한다. 우리 마을은 북한산에서 불어오는 신선한 공기를 마시며 탁구를 즐긴다.
주재일
인수동에서 영락기도원을 거쳐 북한산으로 올라가는 입구 숲속에는 작은 숲속 탁구장이 있다. 테이블마다 기합소리와 웃음소리가 요란하다. 50대로 보이는 아줌마 아저씨들이 신나게 탁구 라켓을 휘두른다. 매번 지나치기만 했는데, 하루는 용기를 내 다가가 보았다. 시합하다가 땀을 닦으며 쉬고 있는 아저씨에게 말을 걸었다. "잘 치시네요."
이렇게 말을 튼 아저씨는 나를 여러 번 놀라게 했다. 우선 그분은 아저씨라기보다 할아버지셨다. 연세를 물으니 일흔넷이라고 했다. 할아버지는 탱탱한 얼굴 피부에 군살 없는 허리, 근육이 적당히 붙은 장딴지까지 완벽한 몸매를 자랑했다. 운동하는 사람들 대부분 60대를 넘겼지만 하나 같이 10년 이상은 젊어보였다.
수유탁구회에는 100여 명 회원이 활동하는데, 70대부터 40대까지 골고루 섞여있다. 활발하게 활동하는 주축 구성원 50명은 60~70대 할아버지, 할머니들이다. 그 나이에 넘어오는 공을 받는 것도 쉽지 않을 것 같은데, 스매싱하는 자세가 예사롭지 않다. 상대편에서도 재빠르게 공을 쫒아가고, 공을 받지 못할 때는 아쉬움 섞인 탄성을 내지른다.
60~70대, 노인정 대신 탁구장으로작은 숲속 탁구장이 들어선 곳은 원래 근처에 약수터가 있어 북한산 등산객들이 쉬어가고, 공터가 제법 넓어 이따금 예비군들이 훈련하는 장소로 사용했다. 주민들도 아이를 데리고 산책하는 뒷동산 같은 곳이었다.
문제는 이곳이 대기업 땅이라는 점. 기업은 이곳에 대형 청소년수련원을 지으려다가 주민 반대에 부딪혀 포기했다. 이후에도 이런저런 개발을 시도하기를 여러번 반복하면서 숲속 곳곳에 생채기만 남겼다. 개발한다는 이유로 망가지는 숲을 보다 못한 몇몇 주민이 체육공원을 만들자는 뜻을 모았고, 그렇게 탁구장이 탄생했다.
처음엔 탁구 테이블 4개를 놓았다. 움직일 수 있는 노인네는 누구나 오라고 홍보했다. 창단에 참여한 양율 전 회장은 "복지관이나 노인정 같은 곳에서 하루 종일 앉아 있으면 몸이 더 아프다고 친구들을 설득했다"고 말했다. 그렇게 하나 둘 찾아왔고, 회원이 늘어나 테이블도 이제는 7개로 늘었다.
회비는 일 년에 4만 원으로 깜찍한 수준이다. 실내탁구장에서 4시간 정도 치는 값이면 이곳에서는 1년을 즐길 수 있다. 그렇지만 수유 탁구회는 누구에게는 이 회비조차도 부담스러울 수 있다며, 회비를 줄일 생각이라고 한다.
그렇게 해서 제대로 운영이나 할 수 있을까 싶다. 100명이 내는 회비로 2년에 한 번씩 낡은 테이블을 교체하고 주변 숲을 정돈하고 필요한 물품 구입하면 딱 떨어진다. 특별히 많은 돈을 후원하는 사람도 없다. 그래도 남상석 회장은 "그거면 됐지 무얼 더 바라느냐"며 "충분하다"고 잘라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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