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류상태 전 대광고 교목실장은 "강의석씨와 같이 눈물 흘리며 고생한 시간들이 자신을 더 양심대로 살 수 있게 했다"며 지난 이야기들을 이제는 웃으며 말해주네요.
이인
- 강의석씨와는 현재 어떻게 지내나?"대광고 졸업 이후 1년에 2~3번은 만나요. 친분도 있지만 대광고 사건이 안 끝났어요. 학교가 약속을 안 지켜 증인으로 법정에 나가야 하기 때문에 만날 수밖에 없네요.(웃음) 지방법원에서는 승소했는데 고등법원에서 패소했어요. 현재 대법원 재판 결과를 기다리는 중이에요. 지저분한 상황이지요."
- 강의석씨 청년기를 지켜보셨는데, 그동안 변화한 것이 있다면?"기본 철학과 삶의 방향은 한결 같아요. 세월이 지나면 변하기 마련인데 의석이는 중심이 있고 일관성 있어요. 그리고 전보다 들으려고 애를 쓰는 모습도 보이고, 신중해졌어요. 의석이의 진솔하고 깊은 속내를 느끼지 못하면 간파하기 어려운 문제예요.
우선 서울대 법대 들어간 이유도 정의사회 구현을 하고 싶었던 것이죠. 그런데 계속 공부해도 그렇게 된다는 확신이 없던 거예요. 생각이 바뀐 거죠. 의석이가 안주하면 오히려 의석이가 변한 거죠. 자신이 '이만큼 컸고 안정된 자리 잡아야지'라는 생각으로 남들처럼 평범하고 편안한 길을 가려고 하면 그게 변한 거지요.
의석이는 살다가 부딪히는 것들을 보면 그냥 넘어가지 않고 '도대체 왜 이렇게 사는 거지'하고 의문을 품고 문제제기를 해요. 종교문제, 군대문제는 의석이 양심에 반하는 것이지요. 함께 살아가는 세상을 바라며 체제에 눌리는 것에 저항하지요.
머리로만 묻지 않고 가슴과 발로 물어요. 행동을 하는 것이지요. 사람들은 살면서 걸리는 문제에 대해 머리로는 묻지만 가슴과 발로 묻지 않잖아요. 바르게 사려는 그 신념과 사회에서 실천하는 것은 대단한 것이죠."
- 강의석씨의 군대 폐지 주장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는지?"많은 사람들에게 다짜고짜 군대폐지 얘기를 해서 불쾌할 수 있었을 거예요. 군대 폐지? 사람들에게 어떻게 받아들일지 모르겠지만 보통 사람들에게는 황당한 일이지요. 의석이가 말하고자 하는 진심이 오해 없이 소통되면 좋겠지만 그렇지 않더라도 새겨들을 필요가 있어요. 그 현실 가능성과 옳고 그르고를 떠나서 남북대결 상황, 국가주의, 애국주의를 점검하고 현 상황을 돌아봐는 소중한 기회라고 생각해요."
"강의석 비판에 앞서 동기 생각해 줬으면..."
- 강의석씨 비판 여론이 많은데."의석이 행동에 대해 비난하기에 앞서 왜 이런 걸 할까? 기본 동기를 생각해 줬으면 좋겠어요. 의석이 특징을 잘 관찰해 보면 알 수 있어요. 예전에 종교자유를 위해 단식을 할 때였어요. 지인과 의석이를 찾아가서 말리려고 하는데 자신의 뜻을 굽히지 않았지요. 지인이 고생하는 어머니를 보고 '너, 참 이기적이다'하니까 아무 말 안하고 고개를 끄덕이더군요.
의석이는 이렇게 자신이 뜻 둔 것에 집중을 해요. 그 누구보다 부모를 극진히 사랑하지만 평범하지 않은 자식을 둔 어머니, 아버지의 괴로움에 본인도 고통스러워하면서도 감내해요. 물론 의석이가 유연성이 부족하다는 평가를 많이 들어요. 다른 사람 처지를 생각하며 소통하려고 더 애를 써야겠지요. 오해가 생기지 않도록 사람들과 대화하는 법을 배워야 하겠지요."
- 쇼를 한다는 비난도 있는데."100% 당당한 문제예요. 처지 바꿔 생각해봤어요. '혹시나 이놈이 잔머리를 굴릴까' 의심이 들 때도 있지만 지금까지 지켜본 결과 변함이 없어요. 교사이자 목사인 저에게도 늘 당당하게 자기주장을 해요. 의석이는 나이, 신분을 떠나서 인격 대 인격으로 사람을 만나요. 의석이 비난하는 사람들은 자신을 한번 돌아봤으면 좋겠어요.
의석이는 누드시위를 하겠다고 공언했죠. 처음에 청바지 입고 상체에 빨간칠 했을 때 좋게 말하면 '너 컸구나'라고 했지만 속으로는 '움츠러드는구나'라고 여겼어요. 체제의 압박에 짓눌리는 거 같았거든요. 그런데 다음날 알몸시위를 보며 놀라는 한편 변함없다는 걸 느꼈어요.
이것저것 다 집어치우고 벗는 거 정말 어려운 일이에요. 수많은 사람 앞에서 벗는 일을 누구나 쉽게 할 수 있을 일이 아니에요. 환경 시위 때 누드 시위를 하잖아요. 누드 시위를 왜 하는지 의도를 생각해 보세요. 의석이도 이 차원에서 크게 벗어나 있지 않아요. 우리가 앞서 살았던 전제와 굴레, 지배 논리를 내려놓고 순수 이성, 의식으로 판단하려는 노력이죠. 옷을 벗는 행위는 자연으로 돌아가서 생각하자는 상징이지요.
"의석이는 제자가 아니라 스승"