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뮤지컬 안무가 오재익아티안 인터뷰
김진욱
노래와 춤은 뮤지컬의 장르적 특색이자 힘이다. 둘의 조화에 작품은 살고 죽는다. 이 점에서 대한민국 창작 뮤지컬은 아직 불안하다. 얼마나 많은 뮤지컬 작품이 ‘춤 따로 노래 따로’를 반복하는지 모른다. 방송 댄스의 한 귀퉁이를 잘라다 놓은 듯한 생뚱맞은 안무가 비일비재하다.
그러나 지난 5일 만난 안무가 오재익의 동작에서는 드라마가 느껴진다. 노래와 스토리가 고스란히 살아 있어서 흐름이 끊기지 않고 감동을 배가시킨다.
"저는 정식으로 학교에서 무용을 배우지 못했어요. 성장과정이 불우했다고 해야 하나요? 학교에서 문제아였고 밖으로 떠돌며 싸움 해대기 일쑤였어요. 속에 뭔가 끓어 오르는 것이 있는데 분출할 곳이 없었던 것 같아요. 아마 그 에너지가 춤으로 표현되었나 봅니다. 국내에 브레이크댄스가 처음 소개되던 시절이었거든요. 너도 나도 마이클 잭슨의 문워크 흉내내던 그때 말입니다. 저도 그랬어요. 그런데 좀 잘하는 편이었지요.(웃음)지금은 춤출 곳이 많아요. 그냥 길에서 춰도 뭐라 안 해요. 하지만, 당시에는 디스코덱 밖에 없었어요. 춤이 좀 되는 바람에 아예 업소에서 돈 받고 춤을 췄는데요, 나중에는 안무까지 하게 되었습니다. 고등학생이 어른들 뱀쇼에 홀딱쇼까지 안무했으니 모범생은 아니었지요.(웃음) 나중에는 방송까지 하게 되었어요. 빙빙 돌고 날고 뛰고 아는 재주는 다 부리던 때였습니다.(웃음)"그는 이후 모 무용가의 공개오디션을 통해 작품에 참여하면서 처음으로 무대의 맛을 느끼게 되고, 이어지는 소개와 인연으로 연극, 뮤지컬 무대에 출연과 안무를 거듭하게 된다. 그러던 어느날 하나의 계기로 그의 안무는 비범해지기 시작한다.
"<요덕스토리> 때였는데요, 정말 고민이 많았어요. 배우들 대부분이 무용을 해 본적이 없는 거에요. 고심해서 안무를 짜 내도 배우의 몸이 따라오지 못하는 겁니다. 기본적인 스트레칭도 안 되는 상황이었어요. 그래서 타협을 했습니다. 배우들이 할 수 있는 동작 안에서 최선을 다 해보자는 것이었지요. 그런데, 깜짝 놀랄 일이 벌어진 겁니다. 물론 배우가 최선을 다 했기 때문인데요, 안무가 살아 나기 시작한 거에요. 배우가 몸짓으로 대사를 치더라고요. 그러자 노래가 더 의미심장하게 쿵쿵 들려오고요, 감동이 물밀듯이 몰려 왔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