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막사 에서 내려오는길
이민선
삼막사에 가려면 비탈진 등산로를 이용하는 방법과 차 한 대 정도가 지나 다닐 수 있는 포장도로를 이용하는 방법이 있다. 내가 선택한 길은 당연히 포장도로 길이었다. 안양시 석수 1동에 위치한 경인 교대를 지나면서 오르막길이 시작됐다.
여행 목적 중에는 자전가 타기가 포함되어 있기에 안간힘을 내서 엉덩이를 실룩실룩거리며 언덕길을 올랐다. 하지만 기어도 없는, 아니 좀 더 분명히 말하면 기어도 고장 난 고물 자전거는 금세 밑천을 드러내고 말았다.
아무리 페달을 열심히 밟아도 고물 자전거는 그륵그륵 신음 소리만 낼 뿐 앞으로 가지 못했다. 어쩔 수 없이 자전거를 끌고 등산객들 틈에 끼었다. 자전거 무게가 만만치 않아서인지 금방 숨이 턱에 찼다. 내 고물 자전거에는 유아용 의자도 달려 있어서 꽤 무겁다.
산뜻한 라이딩 복장을 갖춰 입고 날렵해 보이는 자전거를 탄 '라이더'들은 기어를 바꿔가며 오르막길을 올랐다. 그들을 보며 불현듯 '나 라이더 맞나'라는 생각이 들었다. 혹시 그들이 볼 때 자전거를 끌고 산에 오르는 내가 한심해 보이지는 않을까라는 자격지심과 함께.
"삼막사 가려면 얼마나 더 올라가야 하나요?""한참 더 힘 쓰셔야겠네요."제법 산사람 티가 나는 등산객에게 물으니, 지쳐서 헉헉 거리는 모습이 우습다는 듯 빙긋 웃으면서 힘 좀 더 쓰라고 말했다. 구불구불한 오르막길을 한 시간쯤 오르자 스님이 염불하는 소리가 은은하게 들려오기 시작했다. 희망의 메시지였다. 삼막사가 가까이 있다고 알려주는 소리였다.
"어~~ 여긴 어쩐 일이야. 절에 다니나?""아니요. 자전거 타고 한 번 올라와 봤어요."남녀근석, 보자마자 웃음이 나오려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