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유식 변호사뇌물죄 발제자
참여연대
첫 발제자는 깔끔히 넘긴 머리에 도시인의 고독이 느껴지는 장유식 변호사님. 발제 내용은 현행 뇌물죄 양형의 문제점을 지적하고 개선점을 제시하는 것이었다. 참여연대 사법감시센터에서 자원활동을 시작해 처음 한 일이 뇌물죄 관련 판례 내용을 정리하는 일이었는데 그 일의 결과물을 보게 되어 몹시 뿌듯했고 좀 신기하기도 했다. 발제문에 의하면 뇌물죄 양형기준의 문제점은 세 가지이다.
첫째, 법정형이 너무 크다. 특가법상 뇌물죄의 법정형은 그 최저가 무려 10년이다. 이렇게 법정형이 세다보니 법관들이 실형을 때리기 부담스러워 집행유예를 선고해 버리고 만다.
둘째, 그러다 보니 집행유예 선고율이 너무 높다. 일반 형사사건 집유 비율에 비해 10%~20% 까지 높은 집유 선고율을 보인다. 셋째, 특별예방적 양형이 너무 많다. 재범가능성이 없다는 이유로 너무 봐주다 보니 오히려 '한 번은 봐주겠지'하는 잘못된 인식을 만든다는 것이다.
뇌물죄, 법정형이 너무 커 집행유예 남발이에 대한 양형기준의 개선점 역시 3가지가 제시되었다.
첫째, 뇌물죄에는 법관의 양형재량권을 제한해야 한다는 것. 뇌물죄의 양형은 법관의 재량보다 '국민의 법감정'이 중요하기 때문에 국민참여재판 등에 의해 국민들이 양형까지 결정할 수 있도록 하는 방안도 검토될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둘째, 부당한 집행유예를 근절해 뇌물죄를 엄벌해야 한다는 것. 뇌물죄의 경우 형량을 가볍게 했던 사유를 다시 집행유예 선고의 근거로 이용하는 이른바 '이중적 감경'을 한다는 것이다. 이런 식이라면 집행유예 선고는 부당한 경우가 많을 것이다.
셋째, 주관적 양형 판단요소를 제한해야 한다는 것. 뇌물 액수, 수뢰자의 지위, 국가 주요기능과 관련성 여부 등, 객관적 기준은 강화하고 '개전의 정'이 있다거나 뇌물죄로 '공직을 잃게 되다'는 등의 주관적인 감정적인 요소들은 판단에서 제한해야 한다는 것이다. 특히 '공직자로서 오랫동안 봉사해왔다'는 식은 오히려 죄를 더 무겁게 만드는 이유라면 모를까, 가볍게 만드는 이유가 될 수 없다는 발제자의 주장은 상당히 공감이 되었다.
내가 정리한 자료의 분석 결과를 들으며 머릿 속에 드는 생각 한 가지. 역시 사람은 배워야 한다는 것. 내가 정리한 판례에 보이지 않은 내용이 이렇게 많이 숨어 있었다니….
"뇌물로 인한 이익, 금전으로 환산해 추징해야"이 첫 번째 발제에 대한 지정토론자는 서강대 법대의 박용철 교수님이었다. 서울대 조국 교수님에 비견될 외모의 박용철 교수님의 입에서 나오는 한석규같은 목소리를 듣는 순간 나도 모르게 흐뭇하게 웃고 말았다. 왠지 오길 잘 한 것 같아~.
박용철 교수님은 대체로 뇌물죄에 대한 발제자의 주장에 동의했다. 다만 국민참여재판에 의해 국민들이 양형가지 결정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주장에 대해서는 신중히 접근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뇌물죄에 가장 효과적인 양형이 무엇인지에 대한 고민의 선행없이, 뇌물죄에 대한 현재의 불감증을 과도한 처벌로 대체할 우려가 있기 때문이다.
또 뇌물죄에는 일정액수 이상은 집행유예 선고를 금지하고 증뢰자로부터 뇌물로 인한 이익을 금전으로 환산해 추징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이 의견을 들으며 3천억원의 은행 대출을 성사시켜주고 3천만원의 뇌물을 받았다는 판례가 생각이 났다. 그 정도 금액에 맞먹는 뇌물액이 아니어서 황당했었는데 박 교수님의 주장대로라면 3천만원 반환에 그치지 않고 3천억원 대출로 인한 이득을 증뢰자로부터 추징할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