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거운 배낭을 짊어진 등산객들
이승철
“저 앞쪽을 보십시오, 둥글고 하얀 물체가 보이지요? 저곳이 중청봉입니다. 그 뒤쪽에 대청봉이 있습니다.”
40대로 보이는 등산객이 우리들에게 목적지를 가르쳐 주었습니다. 그도 우리와 같은 코스로 가는 산악회 멤버였습니다. 우리를 인솔한 산악회는 끝청, 중청을 지나 대청봉에 올랐다가 오색지구로 내려가는 코스로 되어 있었거든요.
“그럼 바로 저 앞이잖아요? 거의 다 온 것 같네요.”
이곳까지 힘들게 올라온 일행이 ‘이제 살았구나'하는 표정입니다.
“가깝게 보이지만 그렇지 않습니다. 이정표를 보세요? 아직 멀었습니다. 이제 시작인걸요, 서북능선을 타고 한참 더 가야 합니다.”
그는 설악산 지리에 매우 밝은 사람 같았습니다. 그의 말을 듣고 이정표를 살펴보니 이곳에서 대청봉까지 거리가 6km나 되었습니다. 결코 얕잡아볼 만한 거리가 아니었지요. 그래도 할 수 있나요. 걸어야지요, 힘들어 하던 일행도 어쩔 수 없이 다시 앞 사람들을 따르기 시작했습니다.
곱게 물드는 설악산 단풍“자 힘을 내자고, 저 사람들 좀 봐? 저 배낭, 보는 것만으로도 질리잖아?”
앞에 몇 사람이 엄청 무거워 보이는 배낭을 짊어지고 힘든 걸음을 옮기고 있었습니다. 적게 잡아도 20~30kg 정도는 될 것 같았지요. 그들은 산장 예약을 하지 못해서 밤에 야영해야 하기 때문에 짐이 많다는 것이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