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당굿
심규상
만남의식도 선보였다. 혼인을 간절히 원하는 여인에게 쑥과 마늘을 하사하는 의식이었다. 100일 동안 신령스러운 쑥 한 줌과 마늘 20쪽만을 먹고 여자의 몸이 된 웅녀(熊女)가 환웅을 만난 신화를 재현한 의식이었다. 혼기를 앞둔 여러 명의 여인이 나서자 쑥과 마늘이 나눠졌다.
4일 저녁 6시부터 열린 이날 27번째 단군제는 참석자 전원이 자신의 소원을 적은 기름종이에 불을 붙어 고천문과 함께 하늘에 올리는 것으로 마감됐다.
의식이 끝나자 늦은 저녁공양이 이어졌다. 제단에 올렸던 술과 제물을 나눠 먹는 것으로 자연스럽게 저녁식사가 시작됐다. 식사가 끝나는가 싶더니 풍물패 장단과 함께 참석자 전원이 참여하는 난장이 시작됐다. 난장판은 밤늦게까지 이어졌다.
단군과 소통하고 교감하는 무당굿밤 11시. 참석자들이 또 다시 신단수 아래로 모여들었다. 무당굿(산천열기)이 시작된 것. '㈔황해도굿 한뜻계 보존회' 큰 무당인 인간문화재 김매물 만신과 회원들의 무대였다. 새벽 1시까지 이어진 굿판은 단군과 참여자들이 소통하고 교감하는 장이었다. 굿 중간에 단군의 기운을 받은 무당이 참석자들에게 공수(점사)를 내려 주는 의식도 있었다.
매년 단군제 무당굿에 참석했다는 한 참석자는 자신의 경험을 전한 뒤 "신통방통하게 잘 맞는 것으로 정평이 나왔다"고 말했다.
새벽 1시부터는 다시 노래하고 춤추며 어우러지는 2차 난장판이 시작됐다. 주최 측은 "난장판은 누구나 흥이 나면 자신의 3기(분위기, 취기, 객기)와 신명을 마음껏 지필 수 있다"며 "사회자를 절대 무시하라"고 안내했다. 편안한 분위기는 참석자들의 몸과 마음을 거리낌 없이 풀어헤치게 했다.
새벽 4시가 되자 그 때까지 단군제를 지킨 자동차를 하나하나 돌며 안전운행을 빌어주는 '자동차 고사'가 기다리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