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양도 케이블카 조감도
제주의소리
도대체 정신이 있는가? 비양도에 케이블카라니. 이건 정말 아니다. 비양도가 어떤 곳인가? '제주에 길을 만드는 여자' 서명숙은 이렇게 얘기한다.
비양도! 제주에서 가장 젋은 화산섬… 협재해수욕장에서 바라다보면 아련한 꿈처럼 떠 있던 섬. 탤런트 고현정의 컴백드라마 <봄날>의 촬영지로 더 많이 알려진 섬….
그녀는 이 섬 자체이자 중심에 있는 오름 비양봉 정상에서, 사방에 펼쳐진 에메랄드빛 바다와 아스라이 보이는 한라산을 보면서 뜨거운 눈물을 흘렸다. 그리고 23년에 걸친 기자생활을 과감히 그만둘 것을 결심한다. 이후 제주에 아름답고 평화로운 길을 만들기 위해 발 벗고 나섰다. 그게 '제주올레'다. 어쩌면 비양도가 '제주올레'를 만든 시발점인 셈이기도 하다.
서명숙은 이곳을 일상의 공간에서 탈출시켜주는 '파라다이스'라고 까지 극찬했다. 그리고 '제주의 올레길' 중 비양도가 가장 아름다운 코스가 될 것이라 힘주어 말한다. 이곳이야말로 '제주올레의 메카'가 될 것이라고 약속한다. 이곳이 제주 걷는 길의 메카가 된다면 수많은 사람들이 찾아 올 것이고 비양도 주민들의 삶도 윤택해 질 것이라 확신한다.
한림항에서 똑딱선으로 15분이면 갈 수 있는 곳. 제주에 속해 있는 유인도 중 유일하게 차가 다니지 않는 곳. 아니 차가 없는 곳. 유일하게 손수레가 주요 이동 수단인 곳. 그러기에 비양도의 미래를 이미 그려놓고 있는 그녀는 두어 시간이면 이 섬을 한바퀴 걸어 돌 수 있지만 '하루쯤 묵어가라'고 권한다.- <제주걷기여행> 139쪽곶자왈도 모자라 이젠 비양도까지 삼킨다고?이 작은 섬에 전국에서 아니 전 세계에서 '걷는 이'들이 찾아 올 날이 멀지 않았는데… '동아시아의 걷는 길의 성지'가 될 날도 멀지 않았는데, 이곳에 해상 케이블카가 설치된단다.
반복하지만 이곳은 제주 서부지역 아니 제주도의 여름경관을 대표하는 곳이다. 제주국제공항 국내선 대합실 좌측 끝 10번 탑승게이트(아시아나항공 탑승게이트) 정면 벽에는 '제주의 사계(濟州의 四季)'라는 제목으로 4개의 사진이 걸려 있다. 그 중 여름철을 대표하는 경관으로 협재에서 찍은 비양도 전경이 걸려 있는데 이제 이 사진도 내려야 할 판이다.
<어린왕자>에 나오는 보어뱀과 같은 자태로 각종 CF촬영 단골 로케장소이기도 하며, 많은 사진작가들이 찾는 곳이기도 하다. 최근까지만 해도 비양도를 배경으로 한 CF광고도 볼 수 있었지만, 이 또한 이제 보기 힘들게 됐다.
바로 이런 곳에 해상케이블카를 설치한단다. 이곳에 인근 골프장업체(라온랜드)가 해상케이블카를 설치하려 하고 있다. 자본의 탐욕이 얼마나 무서운가? 제주의 허파인 곶자왈을 훼손하는 것도 모자라 이제는 바다와 섬에 까지 그 촉수를 뻗치고 있으니 하는 말이다.
이들은 사업비 320억원을 들여 제주시 한림읍 협재리와 금릉리 사이 육상과 비양도 해안에 각각 15m 높이의 탑 2개를 세우고, 해상에는 50m 높이의 탑 2개 등 4개의 탑을 설치해 길이 2km에 달하는 관광케이블카를 시설할 계획을 세우고 있다.
더 황당한 것은, '친환경적 개발'을 입만 열면 외치고 있는 제주도 당국이 "별 문제 없다"며 사업승인해 주려하고 있다는 것이다. 예의 '관광과 지역경제 활성화'가 그 명분이다. 제주관광의 활성화와 지역경제를 생각하는 담당공무원들의 충정을 폄하할 생각은 결코 없지만, 조금만 길게 보면 오히려 비양도와 금릉·협재해안이 갖는 가치를 절단하는 것임을 인식했으면 한다.
케이블카 설치하는 순간 비양도는 죽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