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초경찰서 양재호 형사과장이 2일 오후 서울 서초경찰서에서 탤런트 최진실 자살 관련 기자회견을 열고 기자들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유성호
10월 3일 개천절, 신문들은 일제히 톱스타 최진실씨의 돌연한 죽음을 주요 기사로 보도했다. 별도로 두세면씩을 할애해 그의 죽음을 조명했다. 대중적 인기를 누리던 톱스타의 돌연한 자살이었던 데다가 안재환씨 등 최근 연예인들의 잇단 자살로 그 충격파가 더 컸기 때문일 것이다.
유례없이 신속한 조사에 나선 경찰은 3일 오전 톱스타 최진실씨의 자살에 대해 중간 수사 브리핑을 했다. '충동적인 자살'이라고 잠정 결론을 내렸다. 유족과 주변 동료들 진술, 최진실의 메모, 자살 직전의 통화 내용등을 종합해 볼 때 그런 추론에 도달했다는 이야기다.
경찰의 그런 잠정 결론에 일견 고개가 끄덕여진다. 살아오는 과정에서 한 번이라도 삶의 어려운 고비에 서 본 사람들이라면 더 더욱 그럴 것이다. 자살의 충동, 그것은 매번 순간적이면서도 반복적이고 또 치명적이다.
자살처럼 주변의 사람들을 황망케 하는 일도 없다. 그 파국적 선택을 애써 이해하고자 해도 끝내 이해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저간의 사정이 그 형편이 아무리 고통스럽고 절망적이었다고 하더라도 주변 사람들은 그것을 받아들이기 힘들다. 다른 삶의 선택이 있었기에.
무모하고 거친, 언론들의 최진실 사망 보도경찰의 잠정 추론이란 것도 말 그대로 추론일 뿐이다. 자살 치고 충동이지 않은 것이 어디 있겠는가. 경찰의 결론이란 결국 이해하기 힘든 모호함에 대한 애매한 해석일 뿐이다. 무릇 대다수 삶이 그런 것처럼. 거기에서 유일하게 분명한 결론이 있다면 그의 죽음이 '자살'이라는 것뿐이다.
반면 상당수 신문들은 꽤 단정적인 해석들을 내놓았다. 안재환씨의 죽음과 관련된 사채설 파문이 결정적인 계기가 된 것처럼 해석을 내놓은 신문들도 꽤 된다. 이혼 후 최씨가 우울증에 시달려왔다는 새로운 사실이 덧붙여지기도 했다.
일부 언론들은 최씨의 사채설 파문과 관련된 '악플'이 그를 죽음으로 내몰았다며 이에 대한 응징의 목소리를 높이기도 했다. <중앙일보>는 1면 머리기사로 다룬 최씨의 자살 기사의 제목을 '사이버 주홍글씨의 비극'이라고 뽑기도 했다.
그러나 언론들의 이런 해석은 너무 파편적이고 또 단정적이라는 점에서 한 인간의 죽음을 이해하는 방식으로나, 그 죽음이 갖는 사회적 의미를 조명하는 방식으로나 무모하고 거칠어 보인다.
'사채설'을 유포한 인터넷 악플이 결정적 원인이 된 것처럼 추론하는 상당수 신문들은 정신과 의사 등 전문가 인터뷰 내용 역시 악플의 해악에 주로 초점을 맞춰서 보도하고 있다. 기자들과 편집자들이 예단'과 편견으로 보고 싶은 것만 보려 하는 편향성이 강하게 엿보일 뿐이다.
더 나아가 <동아일보>처럼 그를 죽음에 이르게 한 괴담을 찾는답시고 '사채설'에 '정략중매설' '괴담으로 인한 재혼실패설' 등 시중에 떠돈 온갖 루머까지 소개한 신문도 있다. 인터넷 악플들이 최진실씨를 죽음으로 내몬 것처럼 지목하면서 정작 악플의 원천을 스스로 제공하고 있는 꼴이다.
언론들이여, 좀 의미 있는 기사들을 내보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