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의석씨 '군대반대' 누드시위'태환아 너도 군대 가'라는 글로 화제를 모았던 강의석씨(22.서울법대 휴학)가 1일 국군의 날 기념 시가행진이 펼쳐진 강남 대치동 현대백화점앞에서 군대 반대 누드시위를 벌이고 있다.
"전쟁에 반대하고 평화를 사랑한다" "군대를 폐지하기 위해 기습시위를 벌였다"고 이유를 설명한 강씨는 퍼레이드가 벌어지는 도로에 뛰어들어 20여초동안 쿠키로 만든 총으로 총 쏘는 시늉을 하다가 경찰에 연행됐다.
연합뉴스 이정훈
의석씨는 구호만을 외치고 있습니다. 그것도 매우 공허한 구호를 말입니다. 얼마 전 국가보안법으로 떠들썩했던, 이름도 무시무시한 '사회주의 노동자 연맹'의 결결한 사회주의자 분들도 "사회주의를 실현해야 합니다, 자본주의 착취가 꼭 필요해?"와 같은 수준의 구호는 외치지 않습니다.
몰라서 안 외치는 것이 아니라 알아서 안 외치는 것입니다. 그런 구호가 얼마나 무력한가를 말입니다. 그렇기에 자본주의의 모순이 집약되는 비정규직 문제나 사회적 공공영역의 민영화 문제에 대해서 구체적인 대안을 제시하고자 노력합니다.
군대를 없애야 한다고 했습니다. 군대를 유지하는 돈이면 가난한 국가들의 어린이들의 굶어죽지 않을 것이라고 했습니다. 동의합니다. 하지만 그것을 사회운동으로 하겠다면 구체적인 목표와 방법을 제시해야 합니다. 그렇지 않고서는 구체적인 사회적 논쟁이나 지지자를 만들지 못합니다.
더욱이 한국과 같이 징병제와 군대가 신성시되는 군사주의적 사회에서는, 한국전쟁과 분단이라는 역사적 조건을 가진 사회에서는 더욱 그러합니다. 성급한 주장은 오히려 반감만을 증대시키는 역효과만을 가져올 뿐입니다.
의석씨는 12시간 구덩이 속에서 기다리느라고 고생했겠지만, 지금 국정감사를 앞두고 평화활동가들은 눈이 빠져라 새벽까지 무기공부를 하고 있습니다. 2008년 5월 군 관계자는 육군이 미국의 중고 아파치 헬기를 구입하는 것을 적극 검토하고 있다고 했는데, 이 예산이 1조에 달합니다. 과연 이 검토가 적절한 것인지를 따지기 위해서 잘 알지도 못하는 무기 책을 잡고 새벽까지 씨름을 하고 있습니다.
출근길에 빨간 칠을 하고 "군대가 필요해?"라는 질문을 사람들에게 던지는 것보다, 이 중고 아파치 헬기가 불필요한 무기라면 국방예산 1조를 줄여서 국제아동구호기금으로 돌리는 것이 의석씨가 주장하는 것을 실현하는 보다 구체적이고, 설득력 있는 길이 아닐까요?
평화활동가들조차 의석씨를 외면하고 있습니다또 매년 700여명이 넘는 젊은이들이 자신의 신념을 이유로 군복무를 거부하고 감옥에 가고 있는 현실에서 이들에게 감옥이 아닌 현역복무와 형평성이 맞는 대체복무의 기회를 주는 것이, 군대에 대해서 작은 비판도 매도당하는 한국사회에서 군대에 대한 작은 변화라도 가져올 수 있는 길이 아닐까요?
의석씨가 맨 몸으로 탱크 앞으로 뛰어나오는 장면은 의석씨가 고용해서 주변에 배치했던 카메라맨들에게 잘 포착되어서 현재 만들고 있는 '군대?'라는 영화에 중요한 장면을 이룰 것이라 생각합니다. 그리고 그 영화가 훌륭한 사회적 여론을 만들 수도 있다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이미 의석씨의 행위들은 사회에서 진정성을 의심받고 있습니다. 심지어 의석씨의 생각과 가장 가까이 있는 평화활동가들에게조차 말입니다.
또한 의석씨와 함께 군대반대운동을 하고 있는 사람들 사이에서도 의석씨의 튀고 일방적인 행동에 그만 두겠다는 사람들이 생겨나고 있다고 들었습니다. 그런 상황에서 영화가 나온다고 만병통치약처럼 뚝딱 군대를 폐지하자는 여론이 확산될까요?
5년 전인 2003년 10월 1일 국군의 날에도 퍼레이드가 있었습니다. 그리고 그 옆에서는 평화활동가들이 '무기장례식'이라는 퍼포먼스를 진행했습니다. 무기로는 평화를 살 수 없다는 콘셉트로 진행했던 행사였습니다. 의석씨의 행동만큼 많은 이들에게 주목받지는 못했지만 척박한 한국의 군사주의 문화 속에서 잔잔한 울림을 만들었던 행사였습니다.
그리고 올해의 국군의 날에도 이 활동가들은 이러한 비판적 관점을 이어가며 국군의 날 퍼레이드 장소 근처에서 기자회견과 평화행진을 했고, 저녁에는 마포 촛불집회에 함께 했습니다. 전 의석씨가 오히려 이런 흐름 속에서 자신의 역할을 찾아가는 것이 진정 당신의 주장과 운동에 바람직한 방향이 아닐까 생각해봅니다.
덧붙이는 글 | 임재성 기자는 현재 전쟁없는세상 활동가이며 대학원에서 사회운동을 공부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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