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무현 전 대통령이 1일 저녁 서울 밀레니엄 힐튼호텔에서 열린 10.4 남북정상선언 1주년 기념식에서 남북 관계와 관련한 특별연설을 하고 있다.
남소연
노무현 전 대통령이 "BDA(방코델타아시아은행)만 아니었더라면 (남북) 정상회담은 훨씬 일찍 열렸을 것이고 남북관계는 훨씬 앞으로 나아갔을 것"이라고 강한 아쉬움을 피력했다.
노 전 대통령은 1일 서울 밀레니엄 힐튼호텔에서 열린 10·4 남북정상선언 1주년 기념 만찬에서 "2005년 9·19 선언은 북핵 문제뿐만 아니라 '동북아 평화를 위한 구상'이 들어 있었는데 그 다음날 깨져 버렸다"면서 "BDA에 대한 미국의 제재조치 때문이었다. 그리고 핵실험이 이어졌고, 북미 회담은 2년 이상 지체되어 버렸다"고 회고했다.
"시비 거는 게 실용주의?" 이명박 대북정책에 날 세워참여정부 참모들의 주도로 1~2일 개최되는 10·4 남북정상선언 1주년 기념행사 및 국제학술대회에 참석하기 위해 퇴임 후 7개월여 만에 서울을 처음 방문한 노 전 대통령은 가급적 현실 정치에 대해서는 언급을 피했지만 이명박 정부의 대북정책에 대해서는 날을 세웠다.
노 전 대통령은 "결국 상호주의라는 말은 대결주의의 또 다른 표현에 불과하다"면서 특유의 반어법으로 이명박 대통령이 내세운 실용주의와 대북상호주의를 이렇게 비판했다.
"국가보안법을 강조하는 것, 동맹을 강조하는 것, 자유민주주의의 가치를 강조하는 것, 이런 것은 실용주의인가요, 이념주의인가요? 연방제 말만 나오면 시비를 걸고, 김정일 위원장의 인품을 묻고, 6·25 전쟁의 성격이 무엇인지 물어서 시비를 하려고 하는 자세는 실용주의에 맞는 것인가요?"노 전 대통령은 특히 "10·4 선언은 이념적, 정치적 성격은 거의 없고 실용적, 실무적 내용으로 된 선언인데 이명박 정부는 이 선언을 존중하지 않고 있다"면서 "그 결과로 남북관계가 다시 막혀 버렸다. 관계를 복원하는 데 (얼마나) 많은 시간과 부담이 들어가야 할지 알 수 없다"고 비판했다.
그는 이어 "분명한 것은 관계 복원을 위해 허겁지겁 이런 저런 제안을 하는 모습이 좀 초조해 보인다"고 전제하고 "그야말로 '자존심 상하게' '퍼주고' '끌려 다니는' 모습이 되지 않을까 걱정된다. 자존심 상하고, 퍼주고, 끌려 다닌다, 이런 비난은 지난 10년간 한나라당의 전매 특허였다"고 꼬집어 말했다.
"신뢰 회복 위해 자존심 상해도 참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