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양의 유일한 가톨릭 교회인 장충성당.
이병선
우리 일행을 맞은 장충성당 평신도협회 김영일(세례명 시몬) 회장은 교회 봉사활동의 일환으로 두유 분배사업을 벌여왔다고 말했다.
그는 현재 북한에는 사제가 없지만, 매 주일 장충성당에 모여 평신도들끼리 '공소예절'을 갖는다고 설명했다.
북한의 가톨릭 신자는 1988년 장충성당 축성식 당시 800여 명이었으나, 그 동안 옛 신자와 그 자제들을 찾아내는 사업을 꾸준히 벌여 현재는 3000여 명에 이른다고 김 회장은 말했다.
북측 관계자들은 "공화국은 그 어렵던 '고난의 행군' 시절에도 아이들에게는 하루에 우유 한잔씩을 꼭 먹였고, 콩을 섞어 영양이 더 충실해졌는데…"라면서 두유 생산이 중단된 데 대해 아쉬움을 표시했다.
김정일 건강 물었더니 돌아오는 건 웃음 뿐이번 방문을 통해 북한 사회가 어느 정도 안정되어 간다는 느낌을 받았다. 물론 제한된 관찰이었기 때문에 북한 사회를 속속들이 들여다볼 수는 없었으나, 적어도 우리 일행이 접한 사람들과 호텔·참관지·거리 등에서 받은 인상은 그랬다.
혹시나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건강이상설에 따른 동요의 조짐이 나타나지 않을까 눈에 불을 켜고 찾아봤지만, 끝내 발견할 수 없었다. 북측 안내원들에게 김 위원장의 건강에 대해 에둘러 질문을 던지면, 무슨 의도인지 다 알겠다는 표정으로 웃으며 받아넘겼다. 그렇다고 적극적으로 부인하지도 않았다.
평양 시내의 건물들은 낡았지만 그런대로 깨끗하고, 거리도 잘 정돈되어 있었다. 방북 경험이 많은 '평화3000' 관계자는 최근 주요 도로변 건물들에 새로 칠을 한 것 같다고 말했다.
방북 마지막 날(30일) 묘향산 방문을 위해 왕복 5시간을 버스로 달리는 동안 펼쳐진 산들은 대부분 민둥산일 것이라는 선입관과 달리 제법 나무들로 채워져 있었다. 키가 아직 작은 걸로 봐선 최근에 심은 나무들인 듯했다. 북측 안내원에게 물어보니 역시 최근 나무심기 사업을 활발히 벌이고 있다고 한다.
들판에는 추수작업이 한창이었다. 일부 논에는 추수가 끝나 볏짚이 쌓여 있고, 다른 한쪽에선 누렇게 익은 벼들이 수확을 기다리고 있었다. 올해는 큰물(홍수) 피해가 없었고, 추수기의 날씨도 좋아 작황이 괜찮을 것 같다며 북측 안내원은 고무된 표정이었다.
일요일 아침에는 많은 주민들이 대로변에 나와 거리를 청소하는 모습이 인상적이었다. 일부는 망치와 정 등을 들고나와 차도와 인도를 가르는 화강석의 떼를 벗겨내기도 했다. 평일 아침 저녁으로는 출퇴근하는 주민들로 거리가 제법 활기를 띠었다.
우리 일행이 머문 양각도 호텔은 220여명의 남측 방문단 이외에도 중국에서 온 단체 관광객들로 꽤 북적거렸다. 뉴질랜드에서 왔다는 관광객 2명도 만날 수 있었다. 평양에서 아리랑축전과 국제음악제 등의 행사가 열리면서 많은 외국 관광객들이 찾아오고 있다고 북측 관계자들은 설명했다.
공사가 도중에 중단돼 골조만 앙상히 남은 흉물이 된 평양의 최고층(105층) 건물 '류경호텔'도 최근 공사를 재개했다고 북측의 한 관계자는 밝혔다. 실제 류경호텔 꼭대기에 녹색 펜스를 치고, 크레인을 설치해 작업하는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북측 안내원에게 "저 호텔에 손님을 다 채우려면 외국 관광객들을 많이 받아야겠다"고 하자, 그는 "그럴 계획"이라고 대답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