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산동산성
변종만
이곳에서 산성까지는 마을 풍경이 아름답고 먹을 게 지천이라 눈과 입이 모두 즐겁다. 길가에는 금방 떨어진 알밤이 굴러다니고, 감나무에는 가지마다 붉은 홍시들이 매달려있다. 황금빛 논두렁 옆에 어른 키만한 토란도 보인다. 은진 송씨 재실을 끼고 오른쪽으로 돌면 능선에 묘소들이 보인다. 묘소를 새로 정비하며 나온 회덕 황씨의 지석을 살펴보고 산길로 접어드니 외대덧버섯(밀버섯)이 여기저기 머리를 내밀고 있다.
정상까지는 거리도 가깝고 길도 완만해 버섯을 따며 여유를 누려도 된다. 정상은 둘러싸고 있는 잡목들이 경관을 가린다. 무너져 내린 부분이 많아 본래의 모습을 찾아볼 수 없는 것도 아쉬움이다.
길가의 안내판에 써있는 대로 마산동산성(대전광역시 기념물 제30호)은 해발 220m의 산봉우리에 있는 테뫼식 석축산성이고, 위로 올라가며 성벽을 들여쌓았는데 둘레 200여m중 남벽 일부만 남아 있으며, 동북방향 성벽 안쪽의 높은 부분과 서남방향 성벽 모서리 부분의 돌무더기는 적의 접근을 막기 위한 장대가 있었던 것으로 추측한다. 우리가 미리 답사를 했던 서북쪽의 노고산성, 서남쪽의 계족산성과도 연결된다.
마산동산성에서 내려와 미륵원(대전광역시 기념물 제41호)으로 차를 몰았다. 미륵원은 고려 말 우왕의 즉위를 반대하다 회덕으로 낙향한 황윤보가 건립해 삼남과 서울을 오가는 여행자들에게 무료로 숙식을 제공하던 일종의 여관이다. 또한 이색, 하륜, 변계량, 정인지, 송시열 등 당대 정치와 학문에 손꼽히던 인물들에게 칭찬받은 것으로도 유명하다.
대문을 막은 경운기, 어미 소와 송아지가 지키고 있는 외양간, 고추가 널려있는 마당, 솥이 걸린 부뚜막과 아궁이가 지금은 볼 수 없는 모습이라 정겨움이 묻어난다. 집을 지키고 있던 할머니는 일부러 찾아온 손님에게 제대로 대접을 못해 미안하다며 찐 밤을 내준다. 예전에 그러했듯이 후한 인심이 변하지 않았다.
남루(南樓)안에는 하륜, 송시열 등 당대의 큰 인물들이 다녀간 흔적이 남아있지만 외관은 정비가 시급할 만큼 남루(襤褸)해 우리나라 문화재정책의 현주소를 알게 한다. 문화재 안에서 생활하거나 관리하고 있는 후손들이 요구하는 것이 무엇인지에도 관심을 기울여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