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우주정거장 ESA 우주실험실 '콜롬부스' 실제크기 모형.
김시연
ESTEC 테크니컬 홍보 책임자인 미셀 발은 "NASA는 유인 부문이나 군사 목적이 크기 때문에 우주 관련 예산을 단순 비교하기는 어렵다"고 말한다. 이 대목에서 NASA와 ESA의 결정적 차이를 발견할 수 있다.
미국 NASA나 일본 JAXA, 프랑스 CNES 등 각국 우주기관들이 개별 국가의 이해를 대변한다면, ESA는 순수민간기구로서 평화적인 목적만 지향한다. 군사적 목적은 전혀 없느냐는 질문에 발은 "군사적 목적 포함시 국가적 이해관계가 걸려 협력이 어렵다"고 답했다. 군수분야와 직결돼 각국의 이해관계가 첨예한 항공우주분야에서 협력을 이끌어 내려면 가장 중요한 원칙일 수밖에 없다.
ESA는 심지어 EU와도 독립적으로 운영된다. 실제 ESA 회원국 가운데는 EU 회원국이 아닌 노르웨이와 스위스가 포함돼 있고 비유럽국가인 캐나다 역시 협력국가로 참여하고 있다
NASA와 ESA의 차이를 캐묻자 농반 진반, 이런 대답이 돌아온다. NASA 프로젝트는 매년 의회에서 심의를 받아야 하기 때문에 도중에 중단되기 쉽지만, ESA에선 프로젝트 선정 과정이 까다로운 반면, 일단 결정되면 15년 정도 장기간 진행을 보장한다는 것이다.
이는 다국적 기구로서 ESA의 독특한 의사결정구조를 함축한다. ESA 모든 회원국을 아우르는 위원회(Council)를 2년마다 열어 프로젝트를 결정하는데 현재 50여개 프로젝트가 진행 중이라고 한다. 주변 국과의 경쟁이나 대중의 즉각적 관심에 대처하기엔 불리해 보이지만, 중장기 계획과 꾸준한 예산지원이 필수인 우주개발 특성을 감안하면 오히려 장점인 셈이다.
ESA에서 또 하나 눈길을 끈 것은 '투자한 만큼 얻어간다'는 철저한 실용 논리였다. 크고 작은 많은 나라들이 여러 프로젝트에 참여하고 있지만 그 결실까지 똑같이 나누는 것은 아니다. 기초과학 분야처럼 의무 참여 프로젝트의 경우 모든 회원국이 GNP 비율에 따라 투자하며, 투자한 만큼 결과물을 돌려받는다고 한다. ESA 직원들 역시 각 국의 투자금에 비례해서 국적별로 숫자가 할당될 정도다. 회원국들의 적극적인 투자를 끌어내려는 훌륭한 유인책인 셈이다.
선택 프로젝트는 각 회원국별로 자국 산업에 유리한 곳에 집중 투자하는데, 역시 투자 규모에 합당한 결과물을 받게 되며, 산업 적용 가능한 계약 따내기에 유리하다고 한다. 각 프로젝트 결과물에 대해선 투자한 회원국이 6개월간 독점 소유권을 지니며 이후 일반에게도 공개한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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