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여표 식약청장과 이봉화 보건복지가족부 차관이 29일 여의도 당사에서 열린 한나라당 최고위원회의에서 멜라민 사태와 관련한 정부의 식품 안전관리대책을 보고하고 있다.
남소연
"글쎄…. 그건 저희 부서 담당이 아니라서. 식품관리과로 문의해 보시죠."
"에이~ 아니에요. 수입식품 통관단계의 검사문제는 수입식품과 담당입니다."식품의약품안전청(아래 식약청) 공무원들의 '전화 돌리기' 핑퐁게임이 기자의 인내력을 테스트하는 것 같았다. 나흘 만에 '적합' 식품이 '부적합' 식품으로 둔갑하는 등 식약청의 오락가락 행보 때문에 소비자들의 불만은 폭증하는데, 정작 식약청 공무원들은 '내 소관이 아니면' 무탈한 듯보였다. 주말 내내 비상 동원됐다고 하소연했지만 모두 볼멘소리로 들렸다.
식약청은 지난 26일 멜라민 비검출 123개 '적합' 품목을 발표했다. 이 명단에는 동서식품㈜이 중국에서 들여온 '리츠 샌드위치 크래커 치즈'와 화통앤바방끄㈜가 수입한 '고소한 쌀과자' 2개 제품이 들어 있었다.
그러나 나흘 뒤인 30일 식약청은 문제의 두 제품에서도 멜라민 성분이 검출됐다고 수정 발표했다. '리츠 샌드위치 크래커 치즈(유통기한 09.3.23)'에서는 23.3ppm, 고소한 쌀과자(유통기한 09.6.24)에서는 1.77ppm의 멜라민 성분이 나왔다는 것이다.
물론 이번에 검출된 양도 소량으로 인체에 심각한 정도로 유해한 것은 아니라는 게 식약청 관계자들의 설명이다. 그러나 문제의 핵심은 멜라민 검출 양의 많고 적음이 아니라 소비자가 도대체 어떤 제품을 안심하고 먹을 수 있느냐는 것 아닐까.
나흘만에 적합→부적합... 그래도 안심하고 먹으라고?식약청의 오락가락 행보는 여기서 그치지 않았다. 그 '혼란의 동선'을 따라가 보자. 식약청은 29일자 '멜라민 수거·검사 현황' 자료를 통해 중국산 우유 성분이 함유된 428종의 제품 가운데 43종은 판매를 허용하고, 385종에 대해서는 계속 금지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같은 종류의 과자류라 해도 유통기한에 따라 '적합'과 '부적합'이 갈리기 때문에 해당 품목 검사에서 적합 판정을 받은 43건에 대해서는 판매금지 조처를 해제한다는 것이었다.
그런데, 이에 앞선 지난 26일 식약청은 검사대상 428종 가운데 금지 품목을 305종으로 정했다. 28일엔 도로 428종을 모두 금지한다고 밝혔다. 만일의 상황에 대비해 모든 품목에 대해 모두 금지한다는 게 식약청의 입장이었다. 그 뒤 식약청은 하루 만에 255종을 판매 금지하겠다고 밝혔다가 오후 늦게 385종으로 다시 변경한다고 정정했다.
말 그대로 '혼돈의 연속'과 '오락가락'이 무엇인지 온 몸으로 보여준 셈이다.
식약청이 갈짓자 행보를 하는 동안 일부 제과업체들은 억울한 피해를 당했다고 호소하는가 하면, 자사 홍보에 급급해 일시 유통금지 됐던 상품들이 적합 판정을 받아 도로 팔리게 됐다고 선전하기도 했다.
현재 유통 중인 농심 '양파링'과 '녹두국수 봄비'에는 중국산 유제품이 쓰이지 않았는데도 '판매 중지 리스트'에 올랐다고 일부 언론이 보도했으며, ㈜샤니는 제빵 원료로 수입한 '계란조제품'이 428개 금지 품목에 올라 일시 유통금지 됐으나 적합 판정을 받아 다시 유통하게 됐다고 홍보했다.
이같은 해프닝이 지속적으로 발생한 것은 식약청이 제조일자가 다른 제품 중 일부를 조사한 뒤에 적합 판정으로 분류했기 때문이라는 것이 언론들의 분석이다. 제조일자에 따라 원료 공급처가 달라질 수 있고 멜라민 검출 여부도 이에 따른다는 것이다.
이 과정에서 누리꾼들은 식약청이 정확한 데이터 분석을 토대로 정보를 제공하지 않아 소비자들의 혼란만 부추기고 있다고 비판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