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학생이 대치동의 한 입시학원으로 들어가고 있다(자료 사진).
박상규
특히 학원에 근무하다보니 정부에서 발표하는 정책에 대한 학부모들의 반응을 가장 빠르게 접하곤 합니다.
이명박 대통령 취임 이전, 대통령 인수위에서 영어몰입식교육을 실시하겠다 발표했을 때 유난히 많은 학부모들로부터 상담 전화를 받았습니다. 그리고 빈 상가만 나오면 모두 영어학원 장소로 재빠르게 계약이 이루어진다는 이야기도 들었습니다. 순식간에 영어강사의 수요가 부족해지면서 급여가 올라가기 시작했고, 그 여파가 당장 학원에도 영향을 미치기도 했습니다.
지난 여름 서울시교육감 선거가 끝난 이후, 공정택 교육감이 국제중학교를 설립하여 내년 3월부터 신입생을 받겠다는 발표가 있고 나서도 반응이 나타났습니다. 우리 학원에 다니고 있는 학생의 학부모님은 물론이고, 초등학교에 입학도 하지 않은 아이의 엄마로부터 상담전화를 받아야 했습니다.
저희 학원에 다니고 있는 6학년 여학생이 있습니다. 항상 표정이 밝고 영어도 곧잘 하는 아이인데, 엄마와 둘이 살고 있는 가정형편이 많이 어려운 학생입니다. 그래서 학원에서 일정 금액의 수강료를 할인해 주고 있는데 그 학생이 요즘 자주 결석을 하고 있습니다. 어떤 이유인지 알아보았더니, 국제중학교를 입학하기 위해서 다른 과목을 공부하는 학원을 다니고 있다고 했습니다.
예전에는 고등학생들이 대학교 입학를 위한 피터지는 경쟁을 하고 있다면, 이제는 초등학생들까지 국제중학교를 입학하기 위한 입시전쟁에 뛰어 들어야 하는 현실입니다. 그만큼 사교육의 범위가 확대되어졌다는 이야기겠죠.
8월 말에 방송된 SBS <그것이 알고 싶다. 국제중에서 특목고로-엄마들의 전쟁>을 시청한 적이 있습니다. 특목고 입시학원을 다니기 위해서 또 다른 과외를 받는 학생이 있는가 하면, 아이들의 사교육비를 감당하기 위해서 '엄마의 정보력, 아빠의 이해력, 그리고 조부모의 재력'이 있어야 한다는 한 엄마의 이야기가 퍽 인상적이었던 기억이 납니다.
어느 학원강사는 아이들이 국제중학교나 특목고에 진학하면 사교육이 없어지는 것이 절대 아니라고 했습니다. 오히려 수준 높은 아이들과의 경쟁에서 살아남기 위해 또 다른 사교육이 필요하고, 그 사교육을 담당하는 교사는 그 희소성으로 인해 교육비가 훨씬 높게 책정된다는 것이었습니다.
며칠전 지방에서 1박 2일 동안 학원 가맹원장님들의 모임이 있었습니다. 같은 프로그램을 운영하는 학원이지만, 크게 성공한 학원도 있고 적자를 면치 못하는 학원도 있습니다. 그 원장회의에서 성공한 원장님의 노하우를 하나라도 놓치지 않으려는 원장님들의 노력은 정말 눈물겨웠습니다. 늦은 새벽까지 토론에 토론을 거듭하면서 어떻게 하면 자신의 학원에 다니고 있는 아이들의 실력을 향상시킬 수 있는지, 그리고 같은 지역에 개원한 다른 학원과의 경쟁에서 뒤지지않기 위해서 밤잠을 설치면서 열심히 공부하고 고민을 합니다.
작년 1월, 본사에서 저와 함께 교육을 받았던 지방의 어느 원장님이 생각납니다. 작은 체구의 그분 남편은 그 지역의 대학교에 재직중인 교수님이었고, 두 아들은 서울에서 대학교와 중학교에 다니고 있었습니다. 10여년을 넘게 유치원을 경영했다는 그 원장님은 영어학원을 개원하면 유치원을 운영했던 경험을 살려서 이렇게 저렇게 하겠다고 꿈도 목표도 포부도 대단했던 분이었습니다. 그리고 우리와 같은 2007년 2월에 영어학원을 개원을 했습니다. 그 분을 원장회의에서 만나고 온 동생은 이런 이야기를 했습니다.
오랜만에 만난 반가움에 두 손을 잡았는데, 그 원장님의 기가 모두 빠져 나간듯한 느낌을 받았다구요. 무슨 이유인지 조심스럽게 물어 보았더니, 그동안 생각만큼 학원 운영이 안되어서 이제까지 1억원의 적자를 보고 있다고 하더랍니다.
그분의 대단했던 열정도, 꿈도 아직까지 그 빛을 보지 못하고 있는 것 같아서 무척 안타까웠다며 마음 아파하는 동생의 이야기에 저 또한 안쓰러운 마음이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