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3일 정부가 발표한 종부세 개편방안에 따르면 종부세 납부 기준이 9억원 초과로 상향 조정되면서 개인 주택 분 종부세 납부 대상자는 총 37만9천세대(2007년 기준)에서 15만6천세대로 60% 가까이 감소한다.
남소연
어린 아이를 둔 부모는 김씨보다 더 마음이 곪고 있었다. 4살 난 딸아이와 함께 놀이터로 온 정아무개(45)씨는 "우리 집은 늘어봤자 1만7천원 정도지만 자꾸 서민들이 살기 힘든 세상이 되는 것 같아 슬프다"고 말했다.
정씨는 아이를 어린이집에 보내고 싶었지만 한달에 30~35만원이 든다는 이야기에 포기했다.
"기본이라도 해주고 싶어서 내후년에는 유치원에 보낼 생각이다. 그런데 처음 입학하면 100만원이 든단다. 그래도 지금까지는 빚은 안지고 살았다고 생각했는데... 아무래도 먹는 거, 입는 거를 더 줄여야 할 것 같다."강북구 번동 금호타운 앞에서 만난 박현숙(40)씨의 장바구니에는 앞서 만난 정씨의 고민이 고스란히 묻어 있었다. 두부 1모, 고등어 반손, 애호박. 오늘 저녁 찬거리다.
전용 95㎡(28평) 소형 아파트에서 남편과 중학교 1학년 아들과 살고 있는 박씨에게 종부세는 남의 이야기였다. 박씨는 "올해 초에 집값이 좀 오르긴 올랐는데, 어차피 여기 팔고 어디 갈 수 있는 것도 아니니 묻어놓은 돈이다"며 "집값이 올랐다는 이야기도 강남에 집이 있는 사람이 10억 넘게 돈을 벌었다는 이야기도 남의 이야기라고만 생각했다"고 고백했다.
그러나 그는 "이번 종부세 완화가 나 같은 사람에게도 영향을 미칠 줄 몰랐다, 적은 돈이긴 하지만 이명박 대통령이나 국회의원들이 종부세 대상자였고 이번에 혜택을 본다는 뉴스를 보니 화가 치솟더라"며 "이명박 정부는 강남 부자만을 위한 정부다, 우리 구 국회의원이 한나라당이라는 게 부끄럽다"고 말했다.
도봉구 쌍문동 한양아파트 노인정 앞에서 만난 임창수(61)씨는 이명박 대통령을 대뜸 '나쁜 놈'이라고 말하기까지 했다. 임씨에게 현재 장남 내외, 그리고 5살 난 손녀와 함께 살고 있는 전용면적 99㎡(30평) 아파트는 자신이 30년 간의 직장 생활을 거쳐 겨우 마련한 집이었다.
"내 집을 가진 게 내 나이 44살 때였다. 그 이후로 이곳에서 쭉 살아왔다. 먼저 간 아내랑 같이 서울에서 집 하나 갖기 위해 얼마나 알뜰하게 살았는지 모른다. 서울에 나 같은 사람이 얼마나 많나. 그런데 집 몇 채나 갖고 있는 사람들이 얼마나 된다고... 아무리 생각해도 선거를 잘못한 것 같다. 국회의원이나 대통령이나 다 나쁜 놈들이다."집 없는 사람들 "무주택자 위한 부동산 정책 편다더니 한숨만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