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은경.'
9월 23일 첫 여성 주한미국대사로 부임을 하는 캐슬린 스티븐스(55)의 한국식 이름이다. 그녀는 지난 1975부터 1977년까지 미국 평화봉사단원으로 충남 예산중학교에서 영어를 가르친 바 있다. 봉사단 활동을 마친 그녀는 1977년 주한 미국대사관에서 실시한 시험에 합격하여 외교관이 됐다.
지난 1월 부시 대통령에 의해 주한 미국대사 후보로 지명 받은 지 여덟달 만에 대사로 부임하게 된 그녀에게 만 2년간의 한국에서의 해외봉사활동은 주한 미국 대사가 되는데 큰 자산이 된 셈이다.
그래서 그런지 대부분 언론은 신임 미대사가 역대 어느 대사보다 지한파라는 사실에 큰 기대를 거는 모양이다. 하지만 나는 스티븐스 대사의 부임 소식을 들으며, '대한민국은 과연 언제쯤 한국해외봉사단원 출신 대사를 볼 수 있을까?' 하는 질문을 해 본다.
귀향 전야-고기복 |
창틀에 턱 괴고 별 헤며 꿈꾸던
그가 짐을 꾸리고 있다
어느덧 지난 흔적마저 찾지 못할 어스름 몰려오고
꾸린 짐에 걸터앉아 별 헤며 웃었던 적 있는가 물어 본다
색 바랜 손수건 들고 고향 떠난 지 얼마인가 묻는 물기 없는 나그네 마음에 수채화 같은 세월 그리면
어느덧 달려가는 마음 꿈인가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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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해외봉사단이나 미국 평화봉사단은 개발도상국에 대한 무상원조사업의 일환으로 추진되는 국가 주도의 국제협력 사업이다. 한국해외봉사단은 파견 역사와 예산 규모 등에 있어 평화봉사단에 비할 바 아니지만, 단원 각자의 역량이나 인류애적 헌신은 그들에 결코 뒤지지 않는다. 그런 면에서 1991년부터 파견되기 시작한 한국해외봉사단 출신 중에서 스티븐스 신임대사처럼 언젠가 파견국 대사로 임명되는 이가 나올 수 있기를 기대하는 것은 큰 무리가 아니라고 본다.
전제조건이 있어야 한다면, 파견국 대사가 되기 위한 충분한 역량과 자질을 갖췄느냐는 점일 것이다. 아울러 글로벌 리더를 양성하기 위한 정부의 해외봉사단원에 대한 체계적이고 전폭적인 지원이 병행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활동 기간 혹은 귀국 후에, 해외봉사단원들이 자신들이 활동했던 경험을 우리 사회가 혹은 국가와 전 인류가 활용할 수 있도록 뒷받침해야 한다는 말이다.
2년간의 해외봉사활동을 위해 고국을 떠날 때부터 활동을 마치고 짐을 꾸리고 떠나던 날까지 내 마음의 고향은 대한민국이었다. 그러나 짐을 꾸리고 떠나온 날부터 지금까지 파견국이었던 인도네시아는 어느덧 내 마음에 제2의 고향이 되어 버렸다.
꿈인 듯 달려가는 제 2의 고향에 대사로 돌아가는 이가 하루 속히 생겨나기를 기대해 본다. 스티븐스 신임미대사처럼.
2008.09.23 16:15 | ⓒ 2008 OhmyNews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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