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 태풍전야 같은 위례신도시 토지수용지구 창곡동

등록 2008.09.22 19:37수정 2008.09.22 19: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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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례신도시는 서울의 송파(거여,장지동), 경기도의 성남시(창곡,복정동), 하남시(학암,감이동) 등 3개 지역이 맞물려 있는 지역입니다. 신도시 명칭도 당초엔 송파신도시로 했다가 지역적 편향성을 고려하여 국토해양부가 3개 지역 지자체와 협의 끝에 위례신도시로 변경한 것입니다.

위례신도시는 토지주들의 보상문제, 군부대 이전 등으로 당초 예상보다 1년여 정도 늦어지고 있지만, 아파트 미분양 불황 속에서도 강남을 대체할 신도시로 내집 마련에 관심이 있는 사람들이 큰 기대를 걸고 있는 곳입니다.

위례신도시가 계획대로 추진되기 위해 가장 시급히 해결해야 할 문제는 성남시 창곡동(속칭 창말) 지주들의 토지보상과 주민이주 대책 등입니다. 신도시 계획지구내 3개 지자체 중 하남시는 사유지가 없고, 송파는 수용지구 내 거주민이 없어 창곡동과 달리 보상문제를 둘러싼 어려움이 크게 없습니다.

지난 주말(20일) 현장을 돌아본 결과, 창곡동은 대대로 물려 받은 땅으로 농사짓고 살아온 토박이 주민들이 많아 수용지구 토지 보상문제가 그리 쉽지 않을 듯합니다. 마치 태풍전의 고요처럼 위기감마저 감돌고 있는 듯하였습니다.

현수막으로 뒤덥힌 폭풍전야의 마을

지난달 국토해양부 고시(제 2008-393호, 08.8.6)에 의해 위례지구 택지 개발사업 보상계획이 공고되었습니다. 이 일정에 따르면 보상대상 토지에 대한 열람을 지난 2일까지 마치고, 감정평가를 거쳐 10월 이후 보상이 이루어집니다. 보상은 현금, 채권, 대토보상 등으로 이루어진다고 합니다. 보상시기가 가까워 지면서 땅이 있고, 없고를 떠나서 얼마나 보상 받을까 하는 것이 지금 창곡동 주민들의 최대 관심사입니다.

경기도 성남시 창곡동 주민대책위 사무실 창곡동 마을 입구에 있는 신도시 주민대책위 사무실이다. 가스통과 플랭카드로 뒤덥혀 있다. 위례신도시 수용지구는 보상가문제로 토지공사와 협상을 벌이고 있지만 주민과 토공측의 의견차가 커 협상에 난항이 예상된다.
경기도 성남시 창곡동 주민대책위 사무실창곡동 마을 입구에 있는 신도시 주민대책위 사무실이다. 가스통과 플랭카드로 뒤덥혀 있다. 위례신도시 수용지구는 보상가문제로 토지공사와 협상을 벌이고 있지만 주민과 토공측의 의견차가 커 협상에 난항이 예상된다.피앙새



성남시 창곡동(창말) 마을에 도착하니 마을 전체가 플래카드로 뒤덥혀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특히 붉은색으로 써놓은 현수막의 글귀들은 마치 금방이라도 시위대가 나타날 듯한 분위기입니다. 주민들이 이렇게 현수막을 써 붙이고, 대책위를 결성한 목적은 한마디로 보상을 많이 받기 위한 것입니다.

창곡동 주민대책위는 국토해양부, 한국토지공사, 성남시 등과 맞서 정당한 보상, 즉 행정소송 과정에서 보상금 증액, 대토보상, 영업보상, 이주대책 등 주민들의 이익을 보호하기 위해 법무법인(정평)을 선정하여 조직적으로 대응하고 있습니다.


정당한 보상을 요구하는 대책위는 또 있습니다. 바로 세입자대책위와 장애인대책위입니다. 세입자들도 개발이 시작되면 이곳을 떠나야 하기 때문에 또 다른 요구를 하고 있는 것입니다. 개발에 따라 토지주들은 보상이라도 받지만 이들은 정부정책에 의해 또 다른 삶의 터전으로 이동해야 하는 고달픈 처지입니다. 그래서 토지주들의 땅 보상 투쟁은 이들 세입자들에겐 어찌 보면 배부른 투쟁으로 보입니다.

이렇게 토지 보상을 둘러싸고 투쟁(주민들 표현)을 하고 있지만 같은 도로 하나를 사이에 두고 극과 극으로, 마치 천당과 지옥처럼 명암이 엇갈린 지역도 있습니다. 바로 약진로를 사이에 두고 신도시가 갈린 지역입니다.

도로 하나를 사이에 두고 명암 엇갈린 토지주

도로 하나 사이로 명암이 엇갈린 토지주 성남시 복정역에서 산성역으로 가는 약진로다. 좌측과 우측 토지주 명암이 극명하게 엇갈리고 있다.
도로 하나 사이로 명암이 엇갈린 토지주성남시 복정역에서 산성역으로 가는 약진로다. 좌측과 우측 토지주 명암이 극명하게 엇갈리고 있다.피앙새

성남시 복정역에서 남한산성역으로 가는 6차선 도로가 약진로입니다. 이 도로를 두고 좌측은 위례신도시에 편입되는 지역이고 우측은 수용에서 제외된 곳입니다. 그런데 좌측 수용지구의 경우 택지보상가는 현재 협의중이지만 창곡동 지역 부동산중개사들에 의하면 약 1천만원 내외로 추정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우측 미수용지역(개발제한구역)의 택지가격은 평당 2천만원을 훨씬 호가한다고 합니다. 더구나 신도시가 들어 서는 최인근지역이라 향후 토지 가치는 더욱 높아질 것으로 예상됩니다. 도로 우측이냐 좌측이냐! 도로 하나를 사이에 두고 정부정책에 의해 명암이 극명하게 엇갈린 토지주들입니다. 남의 떡이 커보인다고 이래서 창곡동 토지주들이 실거래가로 보상해 달라고 지금 투쟁하고 있는 것 같습니다. 현재 한국토지공사와 보상가를 협의중이지만 난항이 예상됩니다.

보상을 위해 지은듯한 상가 건물들은 비어 있어

현수막으로 뒤덥힌 창곡동 마을은 비어 있는 상가들도 많습니다. 이주가 얼마 안남고 동네가 어수선하여 장사를 안 하는 것이 아니고 영업(폐업)보상을 받기 위해 지어놓은 건물이 아닌지 의심스럽습니다. 실제로 이곳은 국토해양부가 2006년 7월 신도시지역으로 지정 고시(건설교통부 고시 제 2006-272호, 2006.7.21)한 이후 여기 저기 건물과 가옥이 많이 지어졌습니다.

그러나 한국토지공사 위례신도시사업단이 밝힌 택지구역 행위 제한사항에 의하면 건물의 증측, 대수선 또는 용도변경 및 공작물의 설치를 할때는 관할 시장의 허가를 받도록 되어 있습니다.

폐업보상을 노리고 지은듯한 상가 건물 장사를 하는지, 안하는지 모르겠습지만 창곡동은 이런 빈상가와 신축건물이 많다.
폐업보상을 노리고 지은듯한 상가 건물장사를 하는지, 안하는지 모르겠습지만 창곡동은 이런 빈상가와 신축건물이 많다.피앙새

이에 대해 경기도 성남시청(택지개발과)에 문의해 본 결과 담당자는 "신축된 건물들은 허가를 받은 후 짓게 돼있고, 장사를 하지 않는 상가들은 기존 건축에 상가를 만든 것으로 보인다"고 합니다.

그러나 현장에 가본 결과 기존 건물이 아니라 신축 건물에 지은 상가였습니다. 창곡동에서 오랜 기간 살아온 주민조차도 "이렇게 지어진 건물들이 보상을 위한 신축이 아니고 뭐냐"며 의혹을 제기하고 있습니다.

이에 대해 한국토지공사는 지자체 허락을 받지 않고 무단으로 지은 건물은 보상에서 제외된다는 보상원칙을 제시해 놓고 있습니다.

양도소득세를 실거래가로 과세하는 건 모순(?)

창곡동 주민들이 높은 보상가를 요구하면서도 정부에 가장 큰 불만을 갖고 있는 것이 양도소득세입니다. 대대로 물려받은 땅에서 농사를 짓고 살아온 것 뿐인데, 왜 투기지역에 해당하는 실거래가 양도소득세를 물어야 하느냐며 격렬하게 반발하고 있습니다.

위례신도시 주민대책위 조직국장 조규상씨는 "물려 받은 땅이기에 취득가액이 0원입니다"면서 "그러나 양도소득세를 투기지역으로 적용하니 우리가 투기자란 말입니까?"라고 억울하다는 입장입니다.

예들 들면 95년부터 공시지가(당시 창곡동 땅값은 공시지가가 5~10만원이었다고 함)를 기준으로 할때 현재 땅값을 100만원으로 한다고 가정하면 보상금액과 보유기간에 따라 9%~36%를 양도소득세로 내야 합니다. 정부가 외지 투기세력과 원주민을 구분해 양도소득세를 구분하여 과세하는 정책을 펼지는 모르겠습니다.

위례신도시 예정지역 성남시 창곡동 속칭 창말로 불리는 경기도 성남시 창곡동 창말 입구
위례신도시 예정지역 성남시 창곡동속칭 창말로 불리는 경기도 성남시 창곡동 창말 입구피앙새

창말은 조상 대대로 물려 받은 땅을 갖고 농사짓고 사는 주민, 부동산 투기 열풍을 타고 땅을 산 외지인, 상인, 세입자, 장애인 등 이해관계가 맞물린 단체들이 창곡동에만 7개 단체가 있습니다. 이중에서 실제 활발한 활동을 벌이고 있는 단체는 외부 지주들이 결성한 위례신도시 성남지주보상 대책위(위원장 곽순영), 원주민 지주들이 결성한 위례신도시 주민대책위(위원장 홍용기), 세입자 주민대책위(위원장 선재봉) 등 3개 단체입니다.

현재 정부와 한국토지공사는 이들 대책위들의 다양한 요구와 분양 아파트 값 현실화를 두고 협상을 벌이고 있습니다. 주요 협상 내용은 토지보상가격, 토지감정평가사 지정, 보상토지에 대한 양도소득세 실거래가 과세, 이주자 택지 조성, 세입자 이주 대책 등입니다.

그러나 토지주들이 요구하는 높은 보상가는 분양가를 높혀 위례신도시 아파트 분양자들에게 또 다른 부담으로 다가올 것입니다. 이 어려운 난제를 정부와 토지공사, 토지주, 상인, 세입자 등 이해 당사자들이 어떻게 풀어 나갈지가 관심입니다.

9월까지 토지 감정평가가 끝납니다. 모쪼록 솔로몬의 지혜를 발휘하여 모두가 윈윈(win-win)하고, 위례신도시 아파트 분양을 기다리고 있는 사람들에게 저렴한 아파트가 분양되기를 기대합니다.
#위례신도시 #창곡동 #한국토지공사 #감정가 #보상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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