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트쇼핑카트 보관장소에는 "사용하신 쇼핑카트는 이곳에 놓아 주세요"라고 쓰여 있다.
김학현
카트를 끌고 장을 볼 때마다 카트가 내게 말을 건다. '오늘도 역시 네 쫀쫀함에 불을 댕기고 말거야!' 항상 '오늘은 한번 쫀쫀함을 벗어보리라'하고 마음먹어도 쉽지 않다.
장 본 물건을 운반하여 차 트렁크에 싣고서 잠시 담대함으로, '그냥 카트를 아무데나 버리고 갈까' 하다가도 다시 집어 들고 카트 보관 장소로 가 100원짜리 동전을 기어코 빼가지고 온다.
이런 쫀쫀함이 지배하는 한 카트는 한 곳에 모아져, 마트 관계자들이 마음먹은 대로 그들을 편안함으로 인도할 것이다.
100원짜리 동전을 넣어야 빠지는 카트, 카트를 제자리로 몰고 가 서있는 놈과 연결해야 빠지는 100원짜리 동전, 그러면서 형성되는 질서의 사회학은 무엇일까.
'100원의 위대한 능력' 때문일까. 때로는 이 '100원의 위대한 능력' 때문에 화가 나기도 한다. '100원의 힘이 이리 강해도 되는가. 100원의 흡인력이 이리 힘세도 되는가. 100원으로 무얼 할 수 있는데?' 그런데 100원은 마트에서 위대한 힘을 발휘한다.
이것은 나만의 경험이 아니고 다른 사람들도 겪는 경험이리라. '정말, 100원이 아까워서 카트를 제자리에 갖다 놓는가?' 이 물음에 대해 대답하라면, 당연히 '아니다'이다. 근데 왜 우리는 카트를 지정한 장소에 갖다 놓을까. 딱 집어 말할 수는 없지만 100원이 건 마술에 걸린 게 아닐까.
난 그것을 내 속에 똬리를 튼 '쫀쫀함의 능력'이라 부르고 싶다. 다른 사람은 몰라도 난 그렇다. 분명히 100원이 아까워서가 아니다. 근데도 나도 모르게 카트를 제자리에 돌려놓고 100원짜리 동전을 가져오게 만든다. 100원짜리에 걸린 쫀쫀함이든, 마술이든 어쨌든 결과는 그렇다.
100원짜리 동전 한 닢의 힘, 대단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