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땡깔이', 그것이 어렸을 때 먹던 '까마중'이래요

[우리가 잊고 지냈던 유년의 맛] 시큼한 땡깔이

등록 2008.09.20 11:34수정 2008.09.20 11: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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까맣게 잘 익은 까마중 열매 "까마중" 까맣게 잘 익은 까마중은 어렸을 때 즐겨 먹었던 열매다.
까맣게 잘 익은 까마중 열매 "까마중"까맣게 잘 익은 까마중은 어렸을 때 즐겨 먹었던 열매다. 박종국

요즘은 보기 힘든 게 많다. 잊고 지내는 것도 많다. 그 중 하나가 ‘땡깔이’다. 땡깔이는 ‘까마중’으로 까만 구슬 같은 열매다. 어렸을 때 장독대나 울타리 주변에 무성하게 어우러져 자랐던 땡깔이가 까맣게 익을 때면 한 옴큼씩 따다가 주린 배를 채웠다. 요즘처럼 군입거리가 흔치 않았던 그 시절 땡깔이는 맛 나는 간식 중의 하나였다.


근데 그것이 ‘까마중’이란 것을 안 것은 불과 얼마 되지 않았다. 까까머리 중머리를 닮았다고 해서 까마중이라고 한다는 얘기를 들은 것도. 더구나 그것이 가래가 있거나 설사, 치질이 있는 사람, 암 예방에 효험이 있다는 사실은 새롭게 안 민간처방전이었다.

아기자기한 까마중꽃 널찍한 이파리에 얹혀 있는 까마중꽃, 처연하고 깔끔하다.
아기자기한 까마중꽃널찍한 이파리에 얹혀 있는 까마중꽃, 처연하고 깔끔하다.박종국

까마중 풋열매 하얗고 샛노란 까마중 꽃잎이 지나나면 풋열매가 매달린다.
까마중 풋열매하얗고 샛노란 까마중 꽃잎이 지나나면 풋열매가 매달린다.박종국

그런 까마중을 오늘 학교 뒤란에서 만났다. 아이들과 여름 내 무성하게 자란 풀을 뽑다가 저만치 두 그루 까마중을 발견한 것이다. 먼저 다가간 아이들이 냅다 뽑으려고 했다. 순간, 크게 제지하고 다가들었다. 그랬더니 아니나 다를까 바랭이 풀숲에도 개의치 않고 웃자란 가지에 새까만 땡깔이가 주렁주렁 매달려 있었다. 슬쩍 한 알을 따다가 입안에 넣고 툭 깨물어 보았다. 잘 익은 포도송이처럼 달착지근하고 시큼한 맛이 혀끝을 간질였다.

땡깔이, 한 동안 잊고 지냈던 유년의 맛

근데 문제가 생겼다. 바로 내 혓바닥을 쳐다보고는 아이들이 발을 동동 구르며 헤헤댔다. 아차, 뭔가 잘못되었구나 싶었지만 이미 때늦은 뒤였다. 선홍빛으로 잘 익은 뽕나무 오디를 먹어 본 경험이 있는 사람들은 그 까닭을 잘 알 것이다.

잘 익은 까마중 열매 까마중 한살이의 절정, 시큼한 맛이 나는 땡깔이
잘 익은 까마중 열매까마중 한살이의 절정, 시큼한 맛이 나는 땡깔이박종국

화장실로 가 혓바닥을 쳐다보니 가관이었다. 마치 오징어 먹물을 씹은 듯한 모습이었다. 혓바닥은 물론, 입안과 입술 주위가 진한 보랏빛으로 까맸다. 어렸을 때는 전혀 그걸 의식하지 않고 막무가내로 땡깔이를 족족 먹어댔는데…. 지금은 왜 그렇게 헛물 켜이는 일일까.


우리는 옛 맛을 잊고 산다

해마다 이맘때가 되면 동그랗고 까맣게 잘 익은 땡깔이 너무나 흔했다. 어렸을 적 까마중 열매를 따먹으며 자랐다. 지금도 시큼한 맛이 혀끝으로 느껴지는 듯하다. 다른 지방에서는 어떻게 부르는지 몰라도 경상도에서는 까마중을 ‘땡깔이’라고 불렸다.


그러나 지금 생각해 봐도 어른 할 것 없이 누구나 까마중을 땡깔이라고 불렀지만 그 이유를 잘 모른다. 땡깔이, 내가 어렸을 때 즐겨먹던 열매다. 까맣게 익어가는 열매를 꼭 깨물면 입안에서 톡 터지면서 달면서도 시큼한 맛이 전해져온다.

학교 뒤란에 웃자란 까마중 오늘 잡초를 뽑다가 까마중을 만났다.
학교 뒤란에 웃자란 까마중오늘 잡초를 뽑다가 까마중을 만났다.박종국

덧붙이는 글 | 이 글을 쓴 박종국 기자는 한국작가회의 회원으로, 현재 창녕부곡초등학교에서 6학년 아이들과 더불어 지내고 있으며, 다음 블로그 "배꾸마당 밟는 소리"에 알토란 같은 세상 이야기들을 담아내고 있습니다.


덧붙이는 글 이 글을 쓴 박종국 기자는 한국작가회의 회원으로, 현재 창녕부곡초등학교에서 6학년 아이들과 더불어 지내고 있으며, 다음 블로그 "배꾸마당 밟는 소리"에 알토란 같은 세상 이야기들을 담아내고 있습니다.
#까마중 #땡깔이 #민간처방전 #열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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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종국기자는 2000년 <경남작가>로 작품활동을 시작하여 한국작가회의회원, 수필가, 칼럼니스트로, 수필집 <제 빛깔 제 모습으로>과 <하심>을 펴냈으며, 다음블로그 '박종국의 일상이야기'를 운영하고 있으며, 현재 김해 진영중앙초등학교 교감으로, 아이들과 함께하고 생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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