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묘역의 맨 위에 있는 율곡선생의 묘
이승철
선생은 유학의 근본이념에 따라 스스로 수양하여 지혜와 덕을 쌓고 세상을 다스리는 것을 최종 목표로 삼은 인본주의자였지요. 그는 당시 유행이기도 했던 지방이나 산 속에 숨어 세상을 관조하고 비판만 하는 은자가 아니라, 조정에서 순수한 마음으로 현실정치에 참여하여 나라와 백성을 위해 몸과 마음을 바친 지행합일(知行合一)의 진짜 유학자였다고 할 수 있습니다.
선생은 또 그의 학문과 양심에 따라 세상 사람들이 서로 돕고 각자의 삶을 영위하며 보람을 찾는, 당시로서는 획기적인 사상이라 할 수 있는 보편적 가치를 추구하는 평화주의자였습니다. 선생은 조선사회에 수준 높은 도덕정치를 실현함으로써 법적으로 뿐만 아니라, 사회적 가치개념을 통한 차원에서 인권이 보장되는 평화로운 세상을 열어가려고 했습니다.
율곡선생이 살던 시대는 조선왕조가 건국된 지 200여년이 지나 건국이념과 가치체계가 쇠퇴하는 시대에 접어들었다고 생각했던 것이지요. 그래서 선생은 당시 아무도 말하지 않던 악법과 폐습 등 국정전반에 걸친 개혁을 추진하여 나라의 부흥을 꾀한 개혁가이기도 했습니다. 인재등용에 있어 서얼을 폐지해야 한다고 주장한 것도 그가 시행하고자 했던 개혁의 한 부분이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