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원화성
유혜준
화성 성벽 길에는 서장대를 비롯한 여러 건물이 있는데 그 곳에는 넓은 마루가 있었습니다. 쉼터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더군요. '신발을 벗고 올라가세요'라고 쓴 표지판이 어찌나 반갑던지, 냉큼 신발을 벗고 올라갔답니다.
깊은 그늘이 드리워져 있고, 시원한 바람이 불어오고 있었지요. 게다가 전망은 어찌나 좋은지 수원 시내가 한눈에 내려다보입니다. 한 여름에 피서하러 멀리 갈 것 없이 이 곳에 오면 되겠다, 싶어지더군요.
그래서인지 곳곳에서 많은 사람들이 쉬는 모습을 볼 수 있었지요. 가족인 듯 보이는 일행이 과일을 깎아서 나눠먹고 있었습니다. 아이 둘은 마루에 엎드려 화성을 소개하는 팸플릿을 보는 중이었지요. 신문을 보는 사람도 있고, 이야기를 나누는 사람들도 있었습니다. 이 근처 사는 사람들은 정말 좋겠다, 부러워졌답니다.
서장대부터 성벽길을 따라 걷기 시작합니다. 서쪽으로 방향을 잡았습니다. 서쪽으로 쭉 가면 화서문이 나오고 장안문이 나올 것입니다. 성벽길이 이어지고 있습니다. 흙길일 줄 알았더니 콘크리트로 포장된 길이네요. 포장도로보다는 흙길이 걷기에는 더 좋지요. 피로감도 덜 느껴지고.
서이치를 지나고 서포루를 지납니다. 성벽은 아주 길게 이어져 멀리서 보면 부드러운 곡선 같습니다. 이렇게 높은 곳에 성벽을 쌓으려면 공이 많이 들었겠지요? 그래서 정약용이 거중기를 만들었다고 하지요. 정약용이 만들었다는 거중기는 화성 행궁 안에 전시되어 있습니다.
햇볕이 상당히 따갑습니다. 9월인데도 한 여름을 방불케 하는 늦더위가 기승을 부리고 있습니다. 성벽길에선 햇볕을 피하면서 걸을 수 없습니다. 내리쬐는 햇볕을 고스란히 받을 수밖에 없습니다. 햇볕이 뜨거운 날에는 미리 대비하지 않으면 낭패를 보겠지요? 햇볕을 가릴 수 있는 모자나 양산을 준비하는 게 좋을 듯합니다.
화성 성벽길은 흐린 날이나 비가 약간씩 흩뿌리는 날 걸으면 운치가 있을 것 같습니다. 우산 쓰고 성벽길을 걷는 맛, 아주 괜찮거든요.
화서문을 지나다 아래를 내려다보니 초가집 모양의 건물이 하나 보입니다. 매점이라는데 자세히 보니 음식점입니다. 콩국수·잔치국수·빈대떡 등을 판답니다. 이 곳에서 간단하게 요기를 해도 되겠네요. 값이 저렴합니다.
구경 거리가 너무 많아 걷기에 집중 안 되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