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만수 기획재정부장관이 17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기획재정위원회에서 미국발 금융위기와 관련해 의원들의 질의에 답변하고 있다.
유성호
중소기업 C사 역시 심각한 상황이다. 올해 70억~80억원의 순이익을 기대했던 이 회사는 지금까지 키코로만 70억~80억원의 손실이 났다. 남은 기간 손실까지 생각하면 올해 40억원의 적자가 예상된다.
이 회사의 재무담당 D이사는 얼마 전 오래 전부터 거래를 해오던 은행에 여신 연장을 요청했다. 하지만 반응은 싸늘했다. D이사는 은행으로부터 "키코로 회사 상황이 어렵다, 은행 역시 상황이 어려워 자금을 회수해야 하기 때문에 연장해줄 수 없다"는 답변을 받았다.
리먼 사태는 이 회사의 자금난을 더 가중시키고 있다. D이사는 "신규대출은 꿈도 못 꾸고, 신용보증기금 역시 이미 한도 내에서 대출을 받아 더 받을 수 없다"면서 "외화 차입을 하려 해도, 리먼 사태 때문에 불가능하다"고 밝혔다.
경기도 시흥 시화공단의 한 인공피혁 제조업체인 E사 관계자 역시 "영업 이익이 나도 키코 때문에 돈을 빌려써야 하는데, 최근 여신 한도가 줄어들고 있다"며 "리먼 사태 때문에 결재일이 도래하는 여신을 연장할 수 있을지, 이자 비용은 얼마나 늘 지 걱정이 크다"고 말했다.
중소기업들은 자금 회수에 나선 은행을 강하게 성토하고 있다. 한 벤처업체 관계자는 "금융 기관이 키코로 일을 만들어 놓고 자기들은 이익을 봤으면서도 키코와 관련된 기업의 대출은 긍정적으로 보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키코 피해 중소기업으로 구성된 '환헤지 피해기업 공동대책위원회'는 "은행이 잠재위험을 충분히 알리지 않아 피해가 커졌다"며 키코를 판매한 13개 시중은행에 대한 단체소송을 준비하고 있다.
"곧 금융시장 안정? 그 사이 중소기업 쓰러진다"정부에 중소기업 대책을 요구하는 목소리는 점점 커지고 있다. A씨 역시 "정부는 '우리가 감당할 수 있다'고 말하는데 불가능한 얘기다, 대기업이 아니면 키코와 리먼 사태를 견딜 수 없다"며 "정책 당국자들은 더 이상 탁상공론을 하지 말라"고 말했다.
송영길 민주당 환헤지피해대책위원장은 "키코 등 국내적인 문제에 세계적인 대형 악재로 중소기업이 회생할 수 있는 환경이 악화될 게 염려가 된다"며 "정부는 리먼 사태로 장기적으로는 시장이 안정될 거라고 하지만 그 사이에 중소기업은 쓰러질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그는 "중소기업에 대한 피해 지원이 필요한데 키코 관련 추경예산을 없애는 등 정부 여당이 손 놓고 있다"며 "당장 이번 달 정산금을 지원해줄 적극적인 지원책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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