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광우 금융위원장이 17일 오전 서울 여의도 한나라당 당사에서 열린 최고중진연석회의에 미국발 금융위기와 관련 보고 하기 위해 임태희 정책위의장의 안내를 받으며 회의장을 들어서고 있다.
유성호
"외환시장 방어막 안 만들고 지난 6개월간 흥청망청"- 정부는 리먼브러더스 투자규모가 은행(1억2천만 달러), 보험(2억1천만 달러), 증권(3억9천만 달러) 등 총 7억2000달러로 모두 회사가 감내할 수 있는 수준이라고 밝혔다. "직접적인 채권 보유액만 생각하는 한가한 얘기다. 설사 우리가 미국 금융기관에 돈 한 푼, 채권이나 주식 투자 안했어도 위기다. 투자를 하나도 안 해도 외국 사람이 돈을 빼가기 시작하면 그 자체가 위기인 거다. 정부 논리대로라면 외국에 채권 투자한 게 없으면 아무 걱정할 게 없다는 건대, 이게 말이 되나. 설사 투자액이 '0원'이었어도 우리 돈을 빼 나가면 당장 외환시장에서는 외화 유동성에 위기가 생기는 거다.
지금은 정부가 매크로 매니지먼트(Macro management)를 관리할 정말 큰 시험대에 올랐다. 지금 정부는 원화에 대해서는 시장을 구태여 불안하게 할 필요는 없다. 그러나, 외환시장에 관해서는 말 백 마디도 필요 없다. 주식시장은 개미가 있지만 외환시장은 선수만 있다. 따라서 정부가 선수들 앞에서 외화유동성 걱정 말라고 말만 해봐야 소용 없다. 돈을 보여줘야 한다."
- 정부는 국내 금융사의 외화유동성이 탄탄해 큰 걱정이 없다는 의견을 견지하고 있다."그런데 하루만에 원 달러 환율이 1160원까지 올라가나. 시장의 가격지수가 그대로 얘기를 해주고 있는데, 자꾸 그런 소리를 하면 선수들은 비웃게 된다. 원화가 그렇게 싸지면 당연히 달러 갖고 있는 사람들이 달러 팔러 나와야 하는데, 지금 안 나오는 거 아니냐. 정부가 보는 것처럼 그렇지 않은 거다."
- 리먼브러더스의 파산과 메릴린치 매각이 국내 금융회사의 건전성에도 별다른 영향을 미치지 못할 것으로 진단했다. "재무적 건전성은 차치하고, 또 가계대출 부실화 가능성 등을 봐야겠지만, 아마 회사마다 외화를 엄청 많이 갖고 있을 수는 없다. 또 그럴 필요도 없다. 왜냐하면 갖고 있는 만큼 코스트를 지불해야 하니까.
또 회사더러 엄청난 외화에 자금을 묶어놔라, 이렇게도 말을 못하는 거고, 또 말이 안 되는 거다. 어느 정도 필요한 만큼만 갖고 있을 거다. 중요한 건 당국이 이런 일이 나오지 않도록 대책을 갖추고 미리 방어막도 만들어 놓고, 이래야 됐는데 지난 6개월간 너무나 흥청망청 외환관리를 해왔다는 느낌이 있다."
"외부충격 흡수 위해 외화 적극 공급? IMF 때와 같은 처방"- 앨런 그린스펀 전 FRB 의장은 이번 사건이 100년 만에 한번 올 사건이라며, 위기가 해결되기 전까지 더 많은 대형 은행들이 문을 닫을 수 있다고 경고했다. 우리 정부 전망과 다른 것 같은데."결국 리먼브러더스 파산 등 금융위기는 미국 내 위기고, 미국의 고통이 미국 안에서 그대로 끝나리라, 우리는 직접 채권만 회수하면 되는 문제만 있다고 생각하는 건대, 아마 이런 소리는 정부도 안 믿고 하는 말일 거다. 대외용에 불과한 것이다.
만약 미국에 거대 금융위기가 오면 우리가 걱정해야 하는 건 그 은행에 채권 산 것이 없다, 이게 아니라 그에 따른 종합적 파장이 우리 시장에 어떤 영향을 미칠 것인가, 우리 정부는 그에 대응할 만한 충분한 능력이 있는 건가 따져봐야 한다. 지금 우리는 미국에 직접 투자한 채권액이 얼마 안 된다, 이런 소리를 하는 건 아무런 의미가 없다."
- 국내 금융시장은 물론 부동산까지 악영향을 미쳐 제2의 IMF가 온다는 진단도 있다."아직 거기까지 가기는 이른 감이 있다. 10년 전 IMF 때와 다른 것은 그때는 위험하다고 얘기하는 사람들이 많지 않았다. 97년 10월까지 위기라고 얘기한 사람이 없었다. 나도 그때는 IMF 위기가 올 거라고 얘기를 못했다.
그런데 지금은 이 위기설이 루머냐 아니냐 할 정도로 시장에 빠삭하게 경계정보가 퍼져 있다. 정부만 부인할 뿐이지. 따라서 그렇게까지는 안 갈 것이라고 본다. 무모하게 절벽을 향해 기관차를 모는 그런 행태는 안 나올 것으로 기대한다. 만일 그렇게 된다면 정말 불행인 것이다."
- 지금 상황으로는 제2의 IMF 위기설은 그야말로 설에 불과하다, 이런 건가."좀 더 두고 봐야 한다. 정말 한국경제 전체가 휘청거리는 위기가 올지, 아니면 어느 정도의 중규모 위기로 마감하고 선방할 수 있을지는 이제부터 시작이다. 또 미국시장에서 '엔드'가 어떻게 펼쳐지는지 봐야지만 알 수 있다.
그러나 정부 당국자가 16일 말한 것처럼 미국에 직접적인 투자피해가 없으니까 끄떡없다, 이건 말이 안 된다. 그런 얘기는 작년 2월 서브프라임 터졌을 때 이미 다 했었다. 또 정부는 알려진 위기는 더 이상 위기가 아니라고 헛소리 했었다. 그런데 그건 아니다. 섣불리 얘기할 성질의 것은 아닌 것 같다."
- 정부는 외부의 충격을 흡수할 수 있다며 외화자금을 적극 공급하겠다는 입장이다. 문제는 이 같은 대처 방법이 97년 IMF 때와 같은 처방이라는 지적인데. "맞다. 97년 IMF 때와 똑같은 방법을 쓰고 있다. 정부가 외환시장 안정을 위해 원화 평가절하든, 있는 돈 없는 돈 다 때려 넣고 한판 싸움을 붙든, 어떻게 외환시장을 안정시킬 것인가에 대한 신뢰할 만한 계획을 보여줘야 한다. 한번은 개입했다가 그 다음은 발을 빼고, 이런 식으로 하면 이게 적극적으로 개입하겠다는 건지 아닌지 알 수 없다. 하나의 전략을 갖고 꾸준히 밀고 나간다면 시장은 신뢰를 보낸다. 갈팡질팡 이랬다저랬다 하면 시장의 신뢰를 깎아먹는다."
- 지금 같은 금융위기가 연말까지 계속 된다면."그렇게 가면 큰일 난다. 올 9월 안에 미국발 금융위기로 추가 희생될 금융기관들이 얼마나 남았는지 또 미국정부가 남아있는 금융기관들의 충격을 얼마나 흡수할 수 있을지 그게 명료해지면 끝나는 거다. 그 다음에는 기계적 일처리만 남은 게 된다. 그래서 'beginning of the end'이라는 말을 하는 거다. 이렇게 되면 그때야 비로소 '끝'(end)이 오는 건대, 그건 좀 두고 봐야 알 수 있다."
- 미국발 금융위기 여파로 한국 금융기관이 도산할 가능성은 없나."한국의 금융기관이 불안할 수 있다. 원화자산에 문제가 생겼을 때 그럴 수 있다. 외화 유동성은 언제나 정부에 기대기 마련이다. 그러나 원화 유동성 문제는 정부에 기댈 수 없다. 따라서 국내 금융기관이 죽는 건 원화 쪽에서 문제가 생겼을 때다. 그렇게까지 갈지 안 갈지는 좀 봐야 한다.
만일 외화유동성에 문제가 생겨 그 여파가 원화유동성까지 영향을 미치게 되면 IMF때처럼 30%대 고금리로 갈 수도 있다. 그러면 국내 안 망하는 기업이 어디 있겠나. 그렇게 되면 금융기관도 줄도산 하는 거다. 그렇지 않고 적당히 유동성을 확보하면 그렇게까지 금리를 높이지 않아도 된다. 적당히 통제된 상태에서 원화위기를 넘기면 별 탈 없이 넘어갈 수도 있다. 그러나, 이건 좀 더 봐야 알 수 있다."
- AIG는 국내 소비자가 많다. FRB가 850억 달러의 긴급 구제금융을 투입하기로 했지만 피해볼 가능성은 없을까. "AIG도 주가가 많이 빠졌다. 직접적으로 국내 소비자가 많다. 그러나 보험 유동성에는 문제가 생길지 몰라도 직접 보험가입자 피해는 통제 가능한 수준이다. 문제는 미국에서 AIG가 파산할 경우 그 충격파는 상당할 것이다. 그러나 그렇게는 못할 것이다. 국내 보험계약자에게 직접적인 손해가 온다기보다는 금융시장 전체에 충격파를 줘서 전체 금융시장의 불안정성으로 연결될 가능성이 더 크다고 봐야 한다."
- 진보 보수를 막론한 경제학자들이 '강만수 경제팀'에 부정적 의견을 피력한다고 들었다."강만수 경제팀은 그동안 외환관리가 얼마나 중요한지 모르고 우리나라의 적정 외환 보유고는 1400억 달러 정도라고 했다. 그러나 자본자유화 시대에는 돈이 많아도 불안한 거다. 유동액이 아무리 많아도 섣불리 안심할 수 있는 게 아니다.
자본자유화시장에서 가장 좋은 외환정책은 매크로 펀더맨털을 서로 모순나지 않게 하는 것이다. 예컨대 성장을 하면서, 환율은 절하하고, 물가는 안정시키겠다, 이런 건 말도 안 된다. 경제성장하면 물가는 오르는 게 정상이다. 그런데 정부는 삼박자의 아귀가 안 맞는 정책을 주장한다. 내적 모순이 있는 정책을 추구하려니까 문제가 생기는 거다. 이런 걸 버려야 한다."
저작권자(c) 오마이뉴스(시민기자),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오탈자 신고
공유하기
"미국발 금융위기는 9월 위기설의 일부 간접 충격파까지 감안한 대비책 세워야"
기사를 스크랩했습니다.
스크랩 페이지로 이동 하시겠습니까?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