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트 3국에서 자체적으로 만든 국제 버스 회사인 에코라인 버스의 모습. 이 버스는 1박 2일을 내달려 모스크바로 향한다.
서진석
많은 사람들이 생각하는 유럽 여행의 묘미 중 하나는 바로 기차 여행의 낭만이다. 분단된 나라라는 이유 때문에 육로를 통한 외국 여행이 불가능한 우리에게, 기차를 통해 국경을 넘고 방처럼 나뉜 객실 안에서 또 다른 여행객들을 만나 친구가 된다는 것은 정말 꿈같은 일이다.
게다가 유럽 대부분의 나라가 센겐조약(유럽 각국이 공통의 출입국 관리 정책에 따라 국가 간 통행에 제한이 없게 한다는 내용으로 1985년 체결)에 가입한 후 국경을 넘는 일도 정말 간소화돼 국경에서 느끼는 미묘한 긴장감조차 사라져 버렸다. 정말 우리도 유럽처럼 중국과 러시아를 기차를 타고 왕래할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국경을 서로 맞대고 있는 유럽 전체가 이렇게 하나의 기차 노선으로 연결된 것처럼 보이지만, 사실 그 혜택을 누리지 못하는 있는 나라들도 있기는 하다. 발트 3국, 즉 리투아니아, 라트비아, 에스토니아의 세 나라 여행자들에게도 국경을 자유롭게 넘나드는 기차 여행은 우리와 마찬가지로 꿈에 가깝다.
"이 열차, 잠시 바퀴교환 문제로 정차하겠습니다"기본적으로 철로의 폭 때문이다. 옛 소련에 속했던 국가들은 전부 철로의 폭을 유럽의 다른 나라들과 다르게 만들어놓았다. 그 때문에 옛 소련의 변방 지대이던 발트 3국은 지금도 서쪽으로 철도 노선을 새로 놓는 데 많은 어려움을 겪고 있다.
폴란드에서 리투아니아를 통해 발트3국으로 들어가는 기차들은 모두 리투아니아 국경에 기차를 세우고 옛 소련 지역의 선로 폭에 맞는 바퀴로 갈아 끼워야 했고, 그 때문에 국경 도시에서 지루한 기다림이 몇 시간이나 이어졌다. 현재 발트 3국을 잇는 국제 철도 노선은 철로의 폭이 동일한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등을 연결하는 것이 대부분이고, 폴란드를 넘어 서유럽으로 가는 기차가 전무한 것도 그 때문이다.
그렇지만 반드시 이것 때문만은 아닌 것 같다. 발트 현지에서는 국제 철도 노선이 미비한 이유에 대해 이런 식으로 설명하기는 하지만, 현재 폴란드에서도 선로의 폭 차이가 나는 모스크바나 우크라이나의 키예프까지 가는 기차가 운행되고 있는 것을 보면 발트 3국의 국제 철도 노선 미비 문제는 기술적인 측면 이외의 다른 문제가 있다고 봐야 할 것 같다. 국가 간 이동 인구가 많은 발트 3국 간을 운행하는 열차도 전혀 없는 것을 보더라도, 단순히 철로의 폭 때문이라고 단정하기는 어려워 보인다.
여기에는 발트 3국 내부 사정이 작용하는 것 같다. 발트 3국의 철도 당국들은 공통적으로 제 갈 길을 뚜렷하게 찾지 못하고 여러 해 동안 민영화와 공기업화를 번갈아하고 있다. 여객보다는 천연가스를 비롯한 물자 수송에 집중하는 것도 이와 연관돼 있다.
발트 3국에서 영국까지 버스로 가는 사람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