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잇그림 4
보리/박민의
(2) 재일조선인한테서 받는 선물<청개구리>는 재일조선인이 글을 새로 쓰고 그림을 알뜰히 넣으며 이루어낸 그림책입니다. 고향나라를 잃고 딴나라에서 살지만, 딴나라에서 살더라도 똑같은 목숨붙이인 이웃 일본사람한테까지 우리 겨레 아름다운 옛이야기를 함께 나누려는 마음으로 살아가는 두 사람 마음이 열매를 맺어서 태어난 그림책입니다.
고향나라 아닌 딴나라에 살고 있음에도 고유한 우리 옷을 즐겨입을 뿐 아니라, 요즘 삶에 걸맞게 잘 고쳐서 입고 있는 재일조선인들 삶이 고스란히 담겨진 그림책입니다. 재일조선인도 한국사람이요 한국땅 한겨레도 한국사람이며 중국땅과 러시아땅 한겨레도 똑같은 한국사람임을 깨닫는 한편, 저마다 다 다른 생각으로 자기 삶을 꾸려 나가고 있음을 찬찬히 살피고 있는 마음결로 빚어낸 그림책입니다.
<청개구리>를 보면, 수많은 '어른 청개구리'와 '아이 청개구리'가 나오는데, 어느 하나 똑같이 생기지 않았습니다. 옷차림도 어느 하나 같지 않습니다. 키도 다르고 몸도 다르고 얼굴도 다릅니다. 옷차림이 다른 만큼 생각도 다를 테고, 즐기는 놀이가 다른 만큼 속에 품은 꿈도 다를 테지요.
무엇보다도, <청개구리>라는 옛이야기가 다른 어느 곳도 아닌 한겨레들이 오래도록 입에서 입으로 물려서 내려온 삶임을 고이 느끼도록 해 주는 글이요 그림이 담긴 그림책 <청개구리>입니다.
.. 아득한 옛적, 어머니께 '청개구리'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낯선 땅 일본에서 외롭고 쓸쓸할 때마다 어머니는 나를 무릎에 앉혀 놓고 옛이야기를 들려주셨지요 .. (글쓴이 이금옥) / .. 나는 재일 조선인 2세입니다. 우리 아버지는 다섯 남매를 모두 조선학교에 보냈는데, 조선학교 선생님들이 옛이야기를 참 많이 들려주셨어요. '청개구리' 이야기는 초등학교 2학년 때 처음 들었어요. 엄마가 돌아가신다는 이야기에 얼마나 가슴아팠는지, 집에 돌아와 엄마 얼굴을 보고서야 마음놓인 일은 아직도 생생해요 .. (그린이 박민의)서민이라고도 할 테고, 백성이라고도 할 테며, 낮은자리에서 웅크리고 있는 사람들이라고도 할 터입니다. 논밭을 일구고 베틀을 밟으며 손으로 빨래를 하는 여느 사람들입니다. 물에서 놀고 고샅에서 놀며 논밭이랑 산과 들에서 노는 사람(아이)들입니다. 흙으로 벽을 바르고 풀로 지붕을 덮으며 맨발로 땅을 밟고 햇볕과 바람을 먹고 자라는 이 땅 사람들입니다.
조용히 꾸리는 삶이며, 호젓하게 가꾸는 삶이고, 다소곳이 닦아 온 삶입니다. 이 삶을 옛이야기라는 틀에 담았습니다. 도란도란 밤을 밝혀 일하는 동안 아이들은 지아비나 지어미가 지은, 또는 지아비와 지어미도 당신들 어머니와 아버지한테 듣고서 자란 옛이야기를 듣습니다. 이러는 동안 조금씩 세상에 눈을 뜨고 사람 일에 눈을 뜨며 제 삶에 눈을 뜹니다.
옛이야기는, 이야기를 들려주는 어른들 스스로 자기 삶을 가만히 되새기게 해 주는 한편, 이야기를 처음 듣는 아이들 스스로 짧지만 이제까지 보내 온 삶을 되짚으면서 앞으로 꾸려 갈 삶을 내다보게 해 줍니다.
퍽 흔히, 꽤 자주 새롭게 고쳐지고 다시 나오는 옛이야기 '청개구리'인데, 재일조선인 두 사람이 엮어낸 그림책 <청개구리>는 두 분 재일조선인이 낯선 땅에서 외로움과 쓸쓸함을 뼛속 깊이 맛보는 동안 몸에 아로새기진 눈물과 웃음이 고이 스며들어 있습니다. 씨앗은 아프면서 새로 태어나고, 사람도 아프면서 큰다고 하는데, 아픔을 먹은 사람들은 외려 기쁜 눈물을 흘리도록 하는 사랑스러운 이야기를 풀어냅니다. 참 아름답도록. 거룩하도록.
덧붙이는 글 | 글쓴이 인터넷방이 있습니다.
[우리 말과 헌책방 이야기] http://hbooks.cyworld.com
[인천 골목길 사진 찍기] http://cafe.naver.com/ingol
청개구리
이금옥 지음, 박민의 그림,
보리, 20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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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말꽃(국어사전)을 새로 쓴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를 꾸린다. 《쉬운 말이 평화》《책숲마실》《이오덕 마음 읽기》《우리말 동시 사전》《겹말 꾸러미 사전》《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시골에서 도서관 하는 즐거움》《비슷한말 꾸러미 사전》《10대와 통하는 새롭게 살려낸 우리말》《숲에서 살려낸 우리말》《읽는 우리말 사전 1, 2, 3》을 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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