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에 대한 미각을 한단계 격상시켜주고 있다
맛객
아~ 이게 광어구나. 그럼 그동안 내가 맛본 광어는 대체 뭐란 말인가. 한 점 집어 간장을 살짝 묻혀서 입으로 가져갔다. 이 사이에 안기는 육질의 쫄깃함이란 말할 것도 없다. 담백한 깨끗함 역시 여태 먹었던 회와 비할 바 아니다. 서울에서 가져간 생와사비를 깜박 잊고 호텔에 놔두고 왔지만 전혀 아쉽지가 않다. 회 자체가 맛있으니 와사비의 역할이 줄어들 수밖에.
보리의 풍미가 으뜸인 대동강맥주를 한잔 들이키고 나서 회 한 점 음미하는 기분이란. 아~ 행복해서 눈물 나는 맛이다. 금강산에 오기 전, 반드시 맛보고자 했던 각오가 헛되지 않는 순간이다.
보기 좋은 떡이 먹기도 좋다지만 꼭 맛있는 건 아니다. 하지만 회만큼은 눈을 즐겁게 해야 맛도 좋다. 지금의 이 회가 그렇다. 색상, 질감, 맛, 향 거기다가 분위기까지 더해지니 앞으로 이런 회를 다시는 만나지 못할까 두렵기까지 하다.
맥주 한 병을 더 주문하자 봉사원이 한 잔 따르면서 말을 붙인다. 혼자 와서 회와 맥주를 마시고 있는 이 유랑자에게 호기심이 생겼나 보다. 무슨 대화를 나눴는지 잘 기억이 나진 않지만 나의 직업을 물었던 듯하다. 우리의 인터넷에 대해서도 궁금해 했다. 또 남한에 대한 상식을 알려면 어떤 책을 읽어야 하는지도 물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