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금융센터 건물에서 '그라운드 제로' 현장을 바라보는 관광객들.
오문수
2001년 9월 11일 오전 8시 45분 세계무역센터 북쪽 타워에 첫 번째 비행기가 충돌했고, 18분 후인 9시 3분 세계무역센터 남쪽 타워에 두 번째 비행기가 충돌하여 엠파이어스테이트 빌딩과 함께 맨해튼의 상징이었던 쌍둥이빌딩 세계무역센터(WTC)가 지도에서 사라졌다.
세계무역센터는 '상업쪽 국제연합'이라 불릴 만큼 세계 각국 무역사무실이 모여 있던 곳이다. 110층에는 전망대가 마련돼 세계 각국 관광객들이 모여드는 곳이기도 했다. 쌍둥이빌딩과 허드슨강 사이에는 세계금융센터 건물이 있다.
쌍둥이빌딩이 사라진 요즘 또 다른 관광객들이 이 곳을 찾는다. 관광객들은 테러 현장이 가장 잘 보이는 이 곳을 찾아 숙연한 모습으로 쳐다보다가 한숨을 짓기도 하고 사진을 찍는다. 경찰과 안전요원들로 보이는 정사복 요원들이 날카로운 눈길로 지켜보는 가운데 철조망 사이로 조금만 틈이 보이면 카메라 셔터 소리가 터진다.
독일에서 왔다는 관광객에게 현장을 바라본 소감을 물었더니 "사건을 뉴스로만 봤기 때문에 실감이 잘 안 나지만 여기에 거대한 두 개의 건물이 있었다는 게 상상이 안된다"고 말했다.
폭력은 또 다른 폭력을 낳는다'그라운드 제로(Ground Zero)'란 원래 군대에서 사용했던 말로, 폭발이나 지진·전염병 등이 시작된 곳을 뜻한다. 9·11 이후 복구 작업 동안에는 이 자리에 엄청난 잔해가 쌓여 이곳을 '퇴적물 더미'로 불렀다가 잔해를 다 치우고는 '그라운드 제로'로 부른다.
현재 바닥에는 콘크리트 타설 작업이 진행 중이다. 2009년에 뉴욕의 지하철을 연결하는 '트랜스포테이션 허브'라는 거대한 환승역이 태어날 계획이다. 2012년에는 세계무역센터를 대신해 '원 월드 트레이드 센터' 또는 '프리덤 타워'라는 541m 높이의 초고층 빌딩이 들어설 예정이다. 541m는 1776피트로 미국이 독립을 선언한 해를 의미한다.
9·11테러 이후 미국은 안보전략을 재검토하기 시작했다. UN빌딩, 자유의 여신상, 뉴욕증권거래소 등에는 관광객 출입을 금지시켰고, 주요 건물을 출입할 때는 반드시 신분을 확인한 후 들여보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