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소부 아줌마들이 9일 오후 성신여대 행정관 앞에서 결의대회를 열고 있다.
오마이뉴스 선대식
아줌마들이 학교 행정관 복도에서 쪽잠을 자게 된 건 지난달 28일부터다. "그 전날 너무나도 억울한 일을 당했기 때문"이라고 아줌마들은 말한다. 청소부 아줌마 60명을 비롯해 모두 65명이 일터에서 쫓겨나게 된 것이다. 그것도 구인광고를 통해서다.
나종례(60) 공공노조 서울경인지역공공서비스지부 성신여대분회장은 "27일 우연히 '벼룩시장'을 통해 용역업체가 성신여대에서 일할 사람들을 모집한다는 구인광고를 봤다, 너무나도 황당했다"고 밝혔다.
이튿날 새벽 아줌마들은 어떻게 된 일인지 묻기 위해 행정관으로 몰려갔다. 학교는 행정관의 문을 닫았지만, 몸싸움 끝에 들어가 농성을 시작할 수 있었다.
용역업체 소속인 아줌마들은 그동안 몇 년에 한 번씩 용역업체가 바뀌어도 고용이 보장됐다. 최대 20년, 보통 10년씩 일한 아줌마들이 갑작스레 쫓겨난 이유는 뭘까?
나 분회장은 "작년 9월 우리가 노조에 가입했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박은순(58)씨는 "너무 부당하고, 분통터지는 일"이라고 소리쳤다.
이에 대해 학교는 "하청업체인 용역회사와 노조와의 관계"라며 발을 뺐다. 성신여대 총무처 관계자는 "아줌마들과 우리는 한 번도 얼굴 붉힌 적 없지만, 학교 앞에서 데모를 해 이미지가 떨어지게 됐다"면서도 "잘 해결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용역업체의 박아무개 상무이사는 "우리 회사에 맞는 사람을 뽑으려 했으나, 노조 쪽은 100% 고용승계하라고 해서, 어쩔 수 없이 새로 뽑게 됐다"고 밝혔다.
한달 월급 50만원... 노조 만들고 72만원 받았지만 해고통지용역업체의 말이 사실이라 해도, 학교는 용역업체와 계약할 때 왜 아줌마들의 고용 승계를 보장토록 하지 않았을까 하는 의문이 남는다.
이상선 공공노조 서울경인지역공공서비스지부 부지부장은 "작년과 올해 달라진 건 아줌마들이 노조에 가입한 것뿐이다, 아줌마들이 해고된 건 노조활동 때문"이라고 강조했다.
아줌마들이 노조에 가입한 것은 너무나도 열악한 근무조건에서 일해야 했기 때문이었다고 말한다. 나 분회장은 "어디서 이런 월급을 받는다고 말도 못했다"고 말했다.
노조 가입 전, 이들이 한 달을 일해 손에 쥔 돈은 61만원. 여긴 8월 말 계약이 종료될 때 받는 50만~60만원의 퇴직금을 빼면 실제로는 한 달에 56만원을 받고 일한 셈이다. 이들에게 최저임금법은 의미가 없었다.
오전 7시부터 오후 4시까지인 근무시간도 유명무실했다. 실제로는 1시간 전부터 나와 일해야 했다. 하루 1시간 정도의 급여는 받지 못한 셈이다. 또한 2주에 한번 주말 당직을 서게 되면 받는 돈은 고작 1만원이었다. 그래도 노조 가입 뒤에는 최저임금 이상의 돈을 받았다. 한 달에 72만원이다.
아줌마들이 가장 힘들었던 건 학교가 청소라는 본연의 업무 외에도 잡다한 일을 시켰던 것이다. 잔디 뽑기는 기본이고, 학교 소유의 인근 주택을 청소하는 일도 있었다. 오랜 기간 비어있는 집엔 쓰레기가 가득했고, 아줌마들은 이를 모두 치워야 했다.
그래도 학교 쪽은 큰 소리를 쳤다. 학교는 "직접 고용 관계가 아니다"라고 주장하면서도 중간 관리자를 직접 고용했다.
아줌마들의 열악한 상황이 언론에 보도되자, 회사는 현재 "청소부 아줌마들은 재고용하겠다"는 입장을 밝히고 있다. 하지만 한 달 안에 건강검진을 해야한다는 단서조항을 붙였다. 이를 두고 이상선 부지부장은 "50~60대인 아줌마 나이 때에 지병 없는 사람 없다, 건강검진이 무슨 목적이겠느냐"고 지적했다.
추석 생각에 한숨 쉬고, 학생들 보고 힘내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