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일 새벽 서울 조계사에서 '촛불시민'들을 흉기로 찌른 박아무개씨가 종로경찰서에서 기자들과 인터뷰를 하고 있다.
권우성
[5신: 9일 오후 6시 30분]진상규명 촛불연대...피의자 박씨 진술 조목조목 반박
9일 새벽 발생한 '촛불시민 피습사건'과 관련해, '안티 이명박' 카페 회원 등 누리꾼들은 '촛불시민 회칼테러 사건 진상규명 촛불연대(진상규명 촛불연대)'를 구성하고 향후 경찰조사 과정 등에 주목하겠다고 밝혔다.
이들은 이날 오후 4시 서울 종로구 견지동 조계사 옆 우정국 공원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경찰이 밝힌 피의자 박아무개(38)씨의 진술에 대해 조목조목 반박했다.
진상규명 촛불연대는 ▲안티이명박 카페 회원만을 특정해 벌어진 범죄라는 점 ▲당시 경찰의 미온적인 대응 ▲신속한 현장 정리 및 피해자 진술 없는 수사 발표 ▲범행 현장에 있었음에도 사건 직후 사라진 자칭 '전직 교수'의 정체 등에 대해 의문점을 제기했다.
이 카페 회원 '너럭바우' 배성곤(46)씨는 "목격자나 피해자의 말에 따르면 피의자는 전혀 술에 취한 기색이 없었다"며 "어떻게 술에 취한 사람이 단 1분여만에 범행을 저지르고 경찰을 피해 300여m 이상을 도주할 수 있었겠냐"고 경찰의 수사내용을 정면 반박했다. 술에 취해 벌어진 우발적 사건이 아니라는 것이다.
이어 배씨는 "피의자의 동선을 따라 직접 움직여보면 2~3분 내에 자신의 가게에서 흉기를 들고 다시 이리로 올 수 없다"며 "이번 범행이 철저히 계획된 것 아닌지 의심된다"고 주장했다.
이번 기자회견에서는 자칭 '전직 교수'의 존재도 새로운 의혹으로 떠올랐다.
진상규명 촛불연대는 "스스로 전 대학교수라고 밝힌 이가 잠자리에 들려던 피해자들을 깨워 토론이 시작됐다"며 "스스로 뉴라이트 말을 꺼내는 등 사건의 빌미를 만들었으며 심지어 그는 이 끔찍한 사건을 목격했지만 목격자 진술도 하지 않은 채 사라졌다"고 말했다.
마지막으로 진상규명 촛불연대는 "경찰이 박씨의 공범 혹은 배후, 미온적 대응 등에 대해서도 수사하고 그 결과를 밝혀야 한다"며 "경찰의 수사가 미흡할 때는 다시 촛불을 들고 나설 것"이라고 경고했다.
[4신: 9일 오후 4시 30분]종로경찰서 오후 3시 브리핑 후 피의자 공개종로경찰서에서 피의자 박아무개(38)씨를 9일 오후 3시 공개했다. 9일 새벽 2시경 조계사 옆 우정국 공원 내에서 '안티 MB' 카페 회원 세 명에게 칼을 휘둘러 중상을 입힌 뒤 도주하다 검거된 피의자 박씨에겐 살인 미수로 영장이 신청된 상태다.
포승줄로 묶인 채 나타난 피의자 박씨는 170㎝가량 되는 키에 짧은 머리, 깔끔한 인상이었다. 서울 종로구에서 식당을 운영하고 있는 그는 시민들과 논쟁이 벌어진 뒤 자신이 운영하는 식당에 가서 주방에서 쓰던 칼 두 자루를 들고 나와 범행을 저질렀다.
피의자 박씨는 공무집행방해 등 4범 전력에, 2006년 충남 서산에서 2년간 정육점을 운영하다 2008년 1월부터 누나가 실소유주인 식당을 운영해왔다고 경찰은 밝혔다.
포승줄로 묶인 채 나타난 피의자 박씨는 덤덤한 표정으로 기자들이 묻는 질문에 아무런 동요 없이 또박또박 대답했다. 자신이 운영하던 식당에서 식칼을 갖고 나온 과정과 휘두른 상황에 대해 피의자 박씨는 계속 "취해서 기억이 안 난다"고 진술했지만, 칼을 휘두른 이유에 대해선 조계사 앞에 있던 시민들이 자신에게 "광우병 걸린 소를 니 에미 애비가 먹고 죽었으면 좋겠다고 그랬다"고 또렷이 기억했다.
경찰은 피의자 박씨가 자신이 운영하는 식당에서 들고 나와 조계사 옆 시민들에게 휘둘렀던 칼 두 자루도 공개했다.
두 자루 다 일식용 회칼로, 핏자국이 채 가시지 않았지만 은색 칼날이 잘 다듬은 듯 반짝반짝 빛나는 두 자루 칼은 척 보기에도 섬뜩했다. 한 자루는 날이 있는 칼 부분만 넓이 5㎝ 가량에 길이 40㎝로, 10㎝ 가량 되는 나무 손잡이에 칼 제작자 로 보이는 이름이 선명하게 새겨진 칼이었다.
나머지 칼은 칼자루가 사라진 채 칼자루에서 빠져나온 칼만 있었다. 20㎝ 가량 되는 길이의 칼로 피의자 박씨는 이 칼로 피해자 문아무개씨 이마를 깊숙이 찔렀다. 경찰에 따르면 이 칼이 피해자 이마에 2㎝ 가량 박혔고, 이 칼은 수술실에서 제거돼 증거물로 경찰서로 운송됐다.
다음은 피의자 박아무개씨와 나눈 일문일답.
"모욕 들었다... 취해서 그것밖에 기억 못해" - 왜 그랬나? 많이 싸웠나? "결단코 그런 건 아니다. 많이 술 취해서 모르겠다."
- 어느 정도 취했나? 만취했나? "네."
- 범행이 꽤 잔혹하던 걸로 기억한다. 모욕 받았나? " 그런 걸로 기억하고 있다. 광우병 걸린 소를 니 에미 애비가 먹고 죽었으면 좋겠다고 그랬다. 그것 밖에 기억나는 게 없다."
- 평소 불만? "장사 하는 입장에서 불만은 있지만 그 정도까지 강하게 가진 적은 없다."
- 촛불 집회에 참여한 적 있나? "네."
- 촛불 집회에 동의해서인가? 구경하러 간 건가? "더 이상 말 못한다. 잘 못한 거니까."
- 술을 마셨다던데 어떻게?"친구 만났다."
- 다친 분들한테 미안한가?"당연히 미안하다. 취해서 기억 못하니까."
- 원래 술 취하면 기억 못하나? "자주 그런다."
- 절엔 왜 갔나? "절에 간 건 술 끊게 해달라고 갔다. 종종 간다."
- 불교 신자인가? "네."
- 칼이 크던데 그 두 개를 들고 달렸는데, 제지가 없었나? "그 상황은 모른다. 그 칼 들고 있었던 상황을 기억 못한다. 칼 보니까 제 주방에 있던 칼이다."
- 평소 주량이? "소주 석 잔 먹고 취한다."
- 그 때 얼마나 마셨나? "소주 10병 마셨다. 네 명이."
- 주량보다 꽤 많이 마셨는데? "친구들 오랜만에 만나서 많이 마셨다."
- 전에도 술 마시고 칼 휘두른 적이 있나? "없다."
- 취해서 정확히 상황을 기억을 못하나? "다친 세 명이 누군지 모른다. 기억나는 건, 경찰 취조 때 경찰에게 다 진술했다."
- 취해서 칼 휘두른 건 기억 못 한다고 했는데, 모욕 받은 내용은 다 기억하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