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케인 후보의 후보수락 연설 이후 페일린 후보와 함께 인사를 하고 있다.
김헌태
여론조사 결과를 보니 공화당의 전당대회 이후 '반격'의 흐름이 실제 나타났다. 갤럽의 일일조사 결과에서 민주당 전대 직후 5% 이상의 격차를 벌렸던 오바마 후보 지지도는 매케인 후보와 2~3%차로 좁혀졌다(갤럽 일일조사에서는 9월 7일 이후 주말을 지나면서 사실 상 매케인 후보가 박빙우세를 보이는 역전의 흐름이 나타났다).
역시 부통령 후보 페일린을 앞세운 전당대회 효과를 톡톡히 만들어 낸 결과라 할 수 있다. 최근 갤럽과 더불어 일일단위 조사로 자주 인용되는 라스무센 조사 리포트에 의하면, 매케인 후보는 오바마에 비해 자당 지지층 내 결집력도 강할 뿐더러, 민주당 지지층의 잠식 비율도 더 큰 것으로 나타났다.
매케인 후보는 공화당 지지자들의 89%의 지지를 받았지만, 오바마 후보는 민주당 지지자들의 81%의 지지만 받았다. 또 민주당 지지층 중 15%는 매케인 후보를 지지했으나 공화당 지지층 중 오바마 후보를 지지한 비율은 9%에 그쳤다.
게다가 오바마 후보는 그 동안 여성 유권자 사이에서 14% 차이로 우세를 보여 왔으나 전당대회 이후 6% 차 우세로 그 격차가 좁혀지면서 실제 '페일린 효과'에 의한 여성표 잠식이 데이터로 확인되고 있었다.
이러한 여론 흐름을 정리해보자. 두 당의 전당대회 이전 시기에는 오바마 후보가 대략 3% 정도의 오차범위 내 우세를 보였다. 민주당 전당대회 직후에는 5~7%까지 그 격차가 더 커졌다. 그러나 공화당 전당대회 이후에는 오바마 후보가 매케인 후보에 경합 또는 오차범위 이내에서 뒤졌다.
결국 오바마 후보 측은 양당 전당대회 이전보다 사실상 5~6% 정도 지지도가 낮아진 것이다. 이 중 3% 정도를 전대효과라 치면 공화당의 전당대회가 끝난 다음 주에는 두 사람의 지지도가 격차 없는 박빙 수준에 진입할 수도 있다.
다만 전대 이전 오바마 후보가 박빙 우세였던 점을 감안하면, 부통령 후보 지명을 중심으로 치열한 접전을 벌였던 전당대회 국면에서 오바마 후보의 실점이 더 컸다는 얘기다. 만일 이 상황에서 매케인 후보가 지속적으로 격차를 벌여 나간다면 오바마 후보로서는 사실 상 승리가 어려워질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하게 된다.
이러한 박빙의 승부에서는 미디어 토론전이 적지 않은 영향력을 가지게 된다. 일단 다음 주부터 시작되는 TV토론을 통해 두 후보와 부통령 후보 간의 격돌이 또 다른 분수령이 될 듯싶다.
변수는 '변화'와 '부통령', 미국 대선은 어디로'결과가 정해진 선거'는 사실상 없다. 사실 이러저러한 몇 가지 이유로 오래 전에 예측을 내리는 것은 대부분 희망이나 찍기일 뿐이다. 남은 미국 대선에서 양 진영의 전략가들이 과연 어떤 카드를 내놓으면서 서로의 집을 뺏는지 앞으로 지켜볼 만 하다. '새로운 변화+안정된 경험'의 카드를 내놓은 오바마 후보 진영에 매케인 후보 측은 '전통표 결집+또 다른 변화'의 카드로 맞불 대응을 했다.
매케인 식 '변화'는 부시와의 차별성을 강조한 측면도 상당하다. 즉 오바마 측의 '부시 끌어들이기' 전략에 휘말리지 않고 그 꼬리를 끊겠다는 것이다. 어쨌든 다음 주 초까지 다시 확인해야겠지만 당장 봐서는 미세한 포인트로 매케인 측의 우위가 나타났다. 재미로 굳이 오바마 측의 다음 수를 읽는다면 '변화에 대한 논쟁' 카드를 투입할 수도 있다.
그러나 그러한 카드는 자칫하면 상대방의 영토는 유지되는데 자기 영토에 적군을 끌어들이는 결과를 나을 수 있다. '변화'라는 프레임을 주도적으로 유지하려면 '변화 그 이상의 오바마'를 창출해 내야 하는데 쉬운 일은 아니다. 한 번 두고 볼 일이다.
또 페일린 효과를 약화시키기 위해 경험 많은 바이든이 차이를 증명하려는 움직임도 있을 수 있다. 페일린은 당장은 오바마의 이미지를 급속히 잠식했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자신의 실력을 보여주지 못하면 새로운 것이 없는 매케인의 이미지와 부정적으로 결합해 '내용 없는 후보들'의 이미지를 가지게 될 수도 있다. 급하지 않게 미국 대선을 계속 따라가 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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