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월 1일 오후 서울 명동 은행회관에서 열린 세제발전 심의위원회에 참석한 강만수 기획재정부 장관과 손경식 대한상공회의소 회장(왼쪽) 등 참석자들이 국민의례를 하고 있다.
남소연
9월 1일 정부의 세제개편안이 발표되었다. 전반적으로 직접세의 세율을 낮추는 정부의 '2008 세제개편안'은 발표와 더불어 한국사회에 다양한 논란들을 낳고 있다.
'2008 세제개편안'은 감세안이다. 경제활동에 참여하는 주체가 경제소득에 대해 납부하는 소득세는 평균 2%포인트 가량을 내리는 것과 동시에 소득공제의 영역을 확대한다. 회사를 설립, 운영하는 법인이 납부하는 법인세도 25%도 20%로 내리는 것과 동시에 낮은 세율을 적용하는 과표기준도 1억원에서 2억원으로 상향조정하고 기존의 13% 세율을 10%로 내리게 된다. 일반 법인세를 5%포인트 삭감하는 것과 더불어 시세가 2억원이 채 되지 못하는 법인의 경우 세율을 10%로 내린다는 것이다.
이뿐 아니라 재산을 물려줄 때 부과되는 양도소득세·상속증여세까지도 줄줄이 내려간다. 중소기업의 경우 가업이 상속될 경우 최대 100억원의 한도 내에서 상속세가 기존의 절반으로 감면되며 주택양도세율도 평균 3%포인트가 내려간다. 게다가 종합부동산세마저도 내려가며 교통세, 교육세, 농어촌특별세는 아예 폐지된다. 이번 세제개편안의 특징은 직접세 항목의 다양한 세금이 전반적으로 세율 인하된다는 것이다.
감세안을 둘러싼 다양한 논란들문제는 정부의 감세안이 과연 한국경제를 살릴 묘책인가 하는 점이다. 수많은 시민사회단체들에서는 "정부의 감세안은 극소수의 부유층, 경제규모 최상위 계층에게만 특혜가 집중되므로 사회양극화를 더욱 심화시킬 것"이라고 주장한다. 이재은 경기대 경제학과 교수는 정부감세안을 따를 경우 4인 가족을 기준으로 했을 때 과세소득이 2천만원인 직장인이 연간 4만원의 세금이 줄어드는 반면 과세소득이 1억원인 직장인은 연간 172만원의 세금이 깎여 결과적으로 소득이 높은 가구에 유리하다"고 주장한다.
소득세 감면 혜택을 이미 받고 있는 상당수의 자영업자·영세민과 더불어 비경제인, 실업자들, 자손에게 상속할 부동산을 보유하지 못한 전체인구 50%에 달하는 무주택자들은 이번 감세안을 통해 아무런 해택을 받을 수 없다. 또한 대다수의 임금생활자들은 소득세가 내려간다고 하더라도 몇만원의 '푼돈'을 감면받는 데 그친다. 반면 보유재산이 많은 재력가일수록 이번 항목별 최대 50억원에 이르기까지 감세안으로 막대한 혜택을 누릴 수 있다.
그러나 정부와 제도권의 일부 경제학자들은 세금을 내리는 감세정책이 오히려 경제를 순환시켜 기업활동을 촉진하여 일자리를 창출하기 때문에 서민경제에 이득이라는 주장을 펼친다. 이들은 1970년대 미국의 경제학자인 아서 래퍼(Arthor Laffer)의 이론을 언급하면서 세율인하를 정당화해 나간다.
[감세론자들의 이론적 배경] 래퍼곡선래퍼의 이론은 다음과 같다. 한 독립국가의 경제를 세율과 더불어 나타내어 보면 세율이 지나치게 낮거나 높은 구간에서는 공통적으로 생산이 저조해지는 현상이 나타난다. 세율이 지나치게 낮은 경우는 국가가 각 기업의 경제활동을 뒷받침해주는 기본운영체제가 미비하여 투자가 기피되는 경우라 할 수 있다. 속된 말로 무정부상태의 나라에 가공회사를 차렸다가는 자칫하면 방화와 약탈의 제물이 될 수 있기에 이러한 지역의 투자는 기피된다는 것이다. 반대로 세율이 너무 높아도 경제활동이 활성화되기 어렵다. 기업이 해외시장에 진출할 경우에도 세율이 높은 국가보다 낮은 국가를 선호하기 때문이다.
공급중시 경제학의 수많은 학자들은 이러한 이론적 근거를 토대로 감세를 주장한다. 세금을 낮추면 당장 지금은 세금수입이 줄어들어 재정적자가 발생하겠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기업투자를 떠나있던 자본들이 투자시장으로 몰려 투자증대효과가 일어나고 그래서 생산이 증가하여 세율은 줄였지만 세금의 총량은 오히려 상승한다는 것이다. 레퍼의 감세안은 1980년대 미국 레이건 정부의 경제정책으로 받아들여져 80년대 미국경제의 팽창을 뒷받침하기도 하였다.
이런 감세론은 기본적으로 전체 경제규모를 확대, 성장시켜 세금수입의 증대를 추구한다고 볼 수 있다. 한 국가 내의 총자산이 100조원에 불과할 경우에는 그 1%를 세금으로 매겨도 1조원의 세금밖에 거둘 수 없지만 총자산이 200조원으로 확대, 팽창된 경우에는 세금을 0.7%로 줄이더라도 1조 4000억원의 세금이 걷혀 세율을 줄이고도 세금을 더 걷을 수 있다는 것이다.
[감세론자들의 오류①] 사회양극화를 외면한다그러나 감세론은 한국의 현실에 전혀 맞지 않는다. 감세론자들은 무엇보다도 사회양극화를 외면하고 있다. 일부 경제학자들은 감세론을 포함한 일반적인 성장론을 두고 '선성장 후분배'라고 미화하지만 감세이론을 살펴본다면 이는 본질을 호도하는 거짓주장이다.
감세론자들의 주장에 의거한다면 경제의 양적 팽창이 절대적으로 중요한 나머지 경제적 이윤의 분배는 언제 가더라도 현실화되기 어렵다. 이들의 주장에 따르면 사회적 분배의 몫이 커지면 투자가 기피될 것이기 때문이다. 결국 감세론자들의 주장은 "선성장, 후분배"의 개념이 아니라 "only 성장 no 분배"의 개념으로 보아야 한다.
또한 감세론자들은 비록 해외투자자들과 부유층에 막대한 혜택이 돌아가더라도 임금근로자들에게도 수만원의 쥐꼬리만한 이익이 돌아간다는 점을 내세워 "여러분들이 반발할 이유는 없다"고 주장한다. 하지만 이러한 극단적 실용주의는 감세론자들이 인간이 경제활동을 하는 기본 목적을 도외시한 집단, 철학이 부족한 집단이라는 것을 적나라하게 드러낼 뿐이다.
인간이 경제활동을 하는 것은 보다 나은 물질생활을 누리기 위해서이다. 물질생활 자체가 인간의 목적이 되는 것이 자본주의 생활체제의 고질적 문제이기는 하지만, 물질생활이 인간의 꿈과 이상을 실현하는 중요한 토대임은 부인할 수 없다.
그런데 인간이 추구하는 물질생활의 향상은 과거와 현재를 비교하는 시간적 개념일 수도 있지만 사회 주변과 자기자신을 직접 비교하는 공간적 개념이 더 크게 다가올 수밖에 없다. 왜냐하면 인간은 사회성을 갖는 사회적 존재이기 때문에 자기가 속한 사회 속에서의 "상대적 성취도"를 통해 자기자신을 평가하기 때문이다. 남들 지갑 속으로는 100만원씩 들어가는데 자기 지갑에 1만원이 들어왔다고 즐거워할 국민은 아무도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