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웅전 방'에 '부처눈'까지... MB-불교계 '악연'

90년대부터 '불교 폄하' 발언...'유감 표명' 정도로 해소되기 어려워

등록 2008.09.08 14:21수정 2008.09.08 14: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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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명박 대통령이 오는 9일 밤 '대통령과의 대화'에서 '종교편향' 논란과 관련 불교계에 유감을 표명한다고 한다.

하지만 불교계의 반발은 그 정도 선에서 멈추지 않을 것 역시 쉽게 예측할 수 있다. 불교계의 요구사항 중 '촛불 수배자 해제'에 대해서는 이명박 정부와 한나라당 모두 완강한 반응을 보였고, '어청수 경찰청장 파면'에 대해서는 오락가락으로 일관하고 있다.

이 2개의 사안은 불교계의 요구 중 가장 직접적이다. 그렇기 때문에, 이 대통령의 유감표명 정도로는 이명박정부와 한나라당이 원하는 '추석 이전 갈등 해소'는 쉽지 않을 것이다.

게다가, 종교편향 논란과 관련된 중심인물은 어디까지나 이명박 대통령 본인이다. 불교계와의 갈등은, 이명박정부 출범을 훌쩍 뛰어넘어 이미 오래 전부터 논란을 일으켰다는 점 역시 감안해야 할 것이다. 이를 살펴본다면, 유감 표명 정도로 불심의 분노가 가라앉기 어려운 이유를 알 수 있을 것이다.

1996년 '대웅전 방' 발언 파문

일단, 다음 기사를 돌아보자. 흥미로운 옛 기사다.

"조계사를 비롯해 2백여개의 사찰이 밀집해 '한국 불교 1번지'로 불리는 종로에서 각 후보들의 '불심잡기' 경쟁이 치열하다. 불교계 정서와 관련해 수세에 몰려 있는 쪽은 신한국당 이명박 후보다. 이 후보는 불교계의 뿌리깊은 반 와이에스 정서에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지난해 가을 한 방송에 출연해 불교를 폄하하는 발언을 했다는 구설에도 올라 있다.


이 후보쪽은 '조계종 일부 사찰에서 비우호적 분위기가 있는 것은 알고 있지만 대부분 불교도는 이 후보 개인에 대해 나쁜 감정을 갖고 있지 않다'고 낙관했다. 하지만 이 후보는 최근 사찰을 돌며 자신의 발언을 해명하는 등 불심달래기에 부심하고 있는것으로 알려졌다." -<한겨레> 1996년 4월 4일자 기사 <종로 후보들 ‘불심잡기’ 치열/조계사 등 사찰밀집… 당락 큰변수>의 일부


1996년 15대 총선에서, 이미 '불교 폄하 발언 구설'로 인해 불심과 갈등을 빚었다는 대목이 드러나있는 옛 기사다. 문제는 이렇게 사찰을 돌아다니면서 '해명'에 바빴던 4개월 뒤, 한 방송에 출연해 이런 발언을 한 것이다.


"중이 마을을 떠나면서 마을 사람들이 사찰에 몰려 들어가 중이 다시 못 오게 만들었다. 우리 가족은 사찰의 가장 가운데 토막인 대웅전에 방을 만들어 살았다."

대웅전은 사찰에서 불상을 모시는 가장 중요한 법당이다. 그런 곳에 방을 만들어 살았다는 이야기를 방송에서 대놓고 했으니, 논란이 일어나는 것은 자연스럽다. 개신교 신자인 이명박 대통령의 가족은 왜 사찰의 중심인 대웅전에서 방을 만들어 살았을까? 어쨌든, 중요한 것은 이 발언으로 인해 당시의 불심도 크게 분노했다는 것이다.

 이명박 대통령은, 서울시장으로 재직했던 2006년 6월에 부산 해운대구 벡스코에서 열린 '어게인 1907 부산'(기독청년회연합 주최) 부흥회에 동영상 축하 메시지를 보낸 적이 있다. 당시 부흥회는 일명 '사찰아 무너져라'로 인해 큰 파문을 일으켰다.
이명박 대통령은, 서울시장으로 재직했던 2006년 6월에 부산 해운대구 벡스코에서 열린 '어게인 1907 부산'(기독청년회연합 주최) 부흥회에 동영상 축하 메시지를 보낸 적이 있다. 당시 부흥회는 일명 '사찰아 무너져라'로 인해 큰 파문을 일으켰다.2007 기독청년회연합 제작 동영상 갈무리

물론, 이것이 다는 아니다. 그 다음에는 그 유명한 '사찰아 무너져라' 파문이 있다. 2006년 6월 4일 당시 부산에서 열린 기독청년회연합 주최 '어게인1907 부산' 부흥회에 이명박 당시 서울시장이 축하 영상을 보낸 것이 문제였다.

"저는 서울 소망교회 이명박 장로입니다. 이번 집회에는 참석을 못하지만 영상으로나마 인사를 드리게 돼 기쁩니다. 부산을 축복합니다. 부산 1500개 교회와 선교단체가 이번 기도 집회를 통해 부산 부흥의 물꼬를 트는 역사가 일어나기를 간절히 기원합니다. 예수 그리스도 안에서 부산을 축복합니다."

문제는 이날 부흥회 자리에서 "이 땅 위에 모든 사찰이 무너질 수 있도록 도와달라"는 현장 기도가 이뤄진 것이다.

당시 부흥회 관련 동영상을 보면 부산 지역 유명 사찰 이름이 하나하나 거론됐으며, 집회 참가자들도 사찰 이름을 하나하나 거론하면서 무너지기를 기도하면서 "주여"를 외쳤다.

물론, 이 동영상이 부각된 2007년 이명박 당시 대선후보 측은 "왜곡·편집된 것이기 때문에 명예훼손 고발할 것"이라고 주장하며 게시물 삭제를 요청했다. 동영상을 홈페이지에 올린 개신교 단체는 이명박 당시 서울시장의 축사와 '사찰 붕괴' 기도 장면을 뺀 새로운 동영상을 홈페이지에 등록시켰다는 것도 유명하다.

그러나 얼마되지 않아 이 대통령은 또다시 불교계와 관련된 논란을 일으켰다. 2007년 10월 18일에 서울 정동 유관순기념관에서 열린 한국여성단체협의회 주최 전국여성대회에 참석한 이명박 당시 한나라당 대선후보는 본인의 작은 눈에 관한 이야기를 하면서 이런 발언을 남겼다.

"사찰에 가면 친근감을 느끼는 것이 하나 있다. 반쯤 뜨고 있는 부처의 눈이 내 눈과 닮았다."

이명박 대선후보는, 이 말로도 모자라 손을 눈으로 가져가면서 구체적인 포즈까지 취했다. 이명박 대통령의 '불교'와 관련된 파문은 어제오늘 일이 아니라는 것이다.

'부처 눈'이 나하고 닮았다 이명박 한나라당 대선후보가 18일 오후 서울 정동 유관순기념관에서 열린 한국여성단체협의회 주최 전국여성대회에서 연설을 하고 있다. 이 후보는 자신의 작은 눈에 관한 얘기를 하면서 '사찰에 가면 친근감을 느끼는 것이 하나 있다. 딱 반을 뜨고 있는 부처의 눈이 나하고 닮았다'며 포즈를 취하고 있다.
'부처 눈'이 나하고 닮았다이명박 한나라당 대선후보가 18일 오후 서울 정동 유관순기념관에서 열린 한국여성단체협의회 주최 전국여성대회에서 연설을 하고 있다. 이 후보는 자신의 작은 눈에 관한 얘기를 하면서 '사찰에 가면 친근감을 느끼는 것이 하나 있다. 딱 반을 뜨고 있는 부처의 눈이 나하고 닮았다'며 포즈를 취하고 있다.권우성

서울광장 이용도 '종교차별' 논란

이명박 대통령과 불교의 오랜 악연은 '종교차별' 사례를 이야기한 것에 해당한다. '종교편향' 사례까지 나열하자면, 글 하나로는 부족할 정도다.

주목할 만한 종교차별 논란 사례를 하나 더 거론하자면, 서울시장 재임 시절 시청 앞 광장 이용과 관련, 2004년 7월에 있었던 불교계 '이명박 시장 서울시 봉헌 관련 범불교대회 집회'는 허가하지 않은 반면 그로부터 석 달 뒤 한기총의 '특별 구국기도회'의 시청 앞 광장 이용은 허가했다는 논란도 있다.

그렇듯, 이명박 대통령의 '개신교 편향' 사례는 제쳐두고 '종교차별' 논란 사례만 비춰봐도 상식적으로 납득할 수 없는 발언과 사례가 곳곳에서 쉽게 발견된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유감' 표명 정도로 불교계와 화해를 시도하기엔 이명박 대통령과 불교계의 악연은 너무나도 뿌리가 깊다.

과연, 이명박 대통령의 '선택'은 무엇일까? 이미, 불교계가 요구한 사항 중 핵심이라 할 수 있는 '어청수 경찰청장 파면'과 '촛불 수배자 해제'는 이명박 정부가 수용할 수 없는 조건임을 많은 사람들이 상식처럼 받아들이고 있다.

게다가, 이명박 대통령 본인을 넘어 어청수 경찰청장의 '경찰 복음화 금식대성회 포스터 사진 게재' 및 경호처 차장의 '정부 부처 복음화' 발언, 그리고 '도시 성시화(기독교 도시화)'를 공언했던 전직 포항시장이 중앙공무원교육원장에 임명되는 등 주변 인물의 '종교편향' 사례도 대중적인 인상을 남긴 지 오래다.

이런 상황임에도 '유감' 표명 정도로 넘어갈 수 있을까? 안타깝게도, 이미 오래 전부터 이명박 대통령을 주시해온 불교계는 4대 요구사항에서 한 발자국도 물러서지 않을 자세를 보이고 있다.

덧붙이는 글 | 이기사는 미디어다음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덧붙이는 글 이기사는 미디어다음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이명박 #종교편향 #종교차별 #불교 #조계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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