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평마을 한옥을 둘러보고 있는 슬비와 예슬이. 파평 윤씨의 제실인 '임천정사'(왼쪽)와 솟을대문과 돌담길(오른쪽).
이돈삼
마당을 가로질러 대청마루에 걸터앉아본다. 물 흐르듯 단아한 곡선을 그리고 있는 처마가 마음을 사로잡는다. 고즈넉한 옛 정취가 여유롭다. 마음도 그윽해진다. 그새 선조들의 그윽한 숨결이 느껴진다.
드높은 쪽빛 하늘이 눈에 부시다. 저만치 보이는 산도 짙푸르다. 들녘의 곡식이 알알이 영글어가는 모습에서 풍족함이 느껴진다. 두 다리 쭈-욱 뻗고 아랫목에 몸을 맡기고 싶어진다. 금방 달콤한 잠에 빠져들 것 같다.
고택이 곳곳에 남아 옛 정취가 넘실거리는 전라남도 함평군 해보면 모평마을이다. 우리 전통마을의 분위기를 고스란히 간직하고 있다. 결코 요란하거나 화려하지 않다. 정감이 넘친다. 어릴 적 고향마을 같다.
모평마을은 '나비고을' 함평군의 근간이 되는 마을이다. '함평(咸平)'이란 지명이 여기서 나왔다. 조선 태종 9년(1409년) 함풍현과 모평현을 합치면서 함풍에서 '咸'자를, 모평에서 '平'자를 따온 것이다.